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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쓰기: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by 기록

시골로 오면서 좋은 자전거는 보내고

버려도 아깝지 않을 자전거를 구매해서 타고 다닙니다

언젠가 이사를 가겠지란 생각에 그렇게 했는데 어느덧 시골 생활 3년 차입니다.


휴일이라 동네 돌고 나서 시골이라 여기저기 많이 있는 정자에서 앉아도 있고 누워도 봅니다.


손카트를 끌고 가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할아버님은 담배 하나 꺼내 물고 불을 붙이시더니 가시던 길 마저 가시고(왜 제 앞에서 담배를 태우셨는지가 의문입니다)

이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가시던 아주머님은 어느덧 돌아오실 때 바구니 가득 무엇인가를 넣으셨습니다. 위로 삐져나온 파를 보면서 '저녁은 찌개류이려나'란 생각을 해 봅니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고양이가 나오기에 그 고양이 관찰도 해 봅니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루하지도 않은지 웅크리고 있다가 허리를 피고 두리번 두리번 살피다 사라집니다. 저는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를 지켜보았지만 그저 가만히 있던 이 고양이는 지루하지 않았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색에 황토색 등 무늬에서 눈에 잘 띕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순간 바로 뒤를 쫓았으나 흔적도 못 찾고 놓쳤습니다. 여기저기를 살피다 허리 숙여 차 아래도 보면서 고양이는 고양이들만의 길이 있다는 떠도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여름에 수풀이 가득할 때 산책로에서 만난 고양이가 수풀 속으로 들어갈 것인지 길을 따라 뛸 것인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봤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수풀 앞에서 고민하다 수풀 속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며 고양이라고 아무 데나 가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면 서늘하다...햇빛이 비추면 따뜻하다... 하면서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는데 2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저를 보고 발걸음 속도를 높이는 것을 보고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폰으로 이 상황 기록을 남깁니다.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가신 그분은 제가 어제 있었던 집회 뉴스를 보면서 수업에 활용할 자료를 모아 구상하거나 경제 신문에서 거시 경제를 논평한 것이 1개월도 지나지 않아 틀린 것을 바탕으로 비교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을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내일 출근하면 제 말에 집중하는 절반의 학급과 듣지 않은 절반의 학급을 담당하는 교사지만 지금 발검음을 빨리 하신 분의 눈에는 저는 본인에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게으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교육 내용 중에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옷차림. 때로는 공간의 분위기가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도 제시합니다.(결혼식과 상갓집에 검정 옷을 입고 간다면 동일한 옷의 의미도 공간이 주는 분위기의 의미도 다름)

낡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옷차림도 낡은 운동복 차림에 배낭 하나 머리에 놓고 누워 햇빛을 받는 제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온하게 있다가 재미난 상황을 맞이하면서 누군가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만들어 나에 대하여 대응한다면 관대하게 넘어가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의미들을 취합하고 생각해야 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무심코 내린 순간적 판단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바람 불면 서늘하고 햇빛이 내리면 따뜻한 꽤 괜찮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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