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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 학원 1

동아리 학생들과 소설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글은 시범용으로 제작함.

by 기록

악이란 무엇일까?

악이라고 말할 때 항상 선의 반대편에 악을 두고 말을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누구나 악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이해하고 동일한 결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라이 오라이 조금 더 조금 더

영근은 후진으로 배에 차를 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는 출발했고 영근은 차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냈다.

-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영근입니다. 오늘은 배에 차를 싣고 말 많은 염전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제가 우연히 신문 기사를 봤는데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분이 지난해 10월에 추가로 탈출했다고 합니다. 저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의 냄비 근성을 생각해 보면 쉽게 끝날 일은 아닐 듯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영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뜨거운 햇빛에 사람들은 선내에 있었다. 창문 밖에서 스스로를 촬영하고 있는 영근의 모습을 보는 사람도 종종 있었으나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기에 그들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 .... 배는 군신도를 거쳐서 선감도로 갈 예정입니다.

전광판에 배의 목적지를 확인하는 사람. 선내 매점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사 먹는 사람. 창문 밖을 바라보는 사람 모두 제각각이었다.

- 지금은 데이터가 잘 터지지만 음영지역이 있기에 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을 부탁드립니다. 영근!


그는 배에서 차를 내려 선감도 선착장 풍경을 살펴보았다. 소금의 산지답게 하얀색 마대자루가 쌓여있고 화물차들이 차를 내린 공간을 이내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더라도 별도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그들은 해안 도로를 따라 나갔다. 영근 또한 해안 도로를 따라 나갔지만 이내 방향을 틀었다. 영근은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와 하늘이 이어지는 풍경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일상과 다른 풍경을 즐기러 가는 차들과 다르게 영근은 좌회전을 해서 섬 안쪽으로 향하는 길로 행했다.

염전을 찾아서 이동하는 중에 영근은 전방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봤다.

- 저기 앞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곳이 염전에서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후에 다시 또 노예처럼 사람을 부리다가 문제가 된 곳입니다. 최근 10월에 같은 일로 탈출한 사람이 또 발견되었습니다.

영근은 오토바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전방을 응시하다가 카메라를 보여 말을 하는 등 익숙하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 이곳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염전 노예 탈출 사건에서도 이미 증명된 일입니다. 하지만 저 영근은 인간이라면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조건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저기 창고 같은 곳 앞에서 오토바이가 멈췄습니다. 제가 가서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영근은 오토바이와 거리를 두고 차를 세웠다. 그리고 머리 숙여 인사하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상대는 50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섬에서 바다와 함께하는 생업에 적합한 복장과 달리 영근은 반팔에 반바지로 작업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이었다. 게다가 건장한 덩치에 짧고 깔끔하게 깎은 머리는 그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었다.

-안 회장님 집이 어디입니까?

덩치와 풍기는 인상과 다르게 먼저 살가운 목소리로 물어보는 영근을 그 남성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저는 안 회장님 조카입니다.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 안 회장님 조카라고?

안 회장이란 말을 듣자 남성은 위아래로 훑어보던 시선을 영근의 얼굴에 고정했다. 안 회장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자세히 살피고 싶은 눈치였다.

- 예. 저도 어렸을 때 이 동네에 살았었는데 너무 어릴 때 이사를 가서요.

- 가만있어봐... 그러면 왜 여기서 그 사람을 물어보는 거야?

영근의 서글서글한 표정과 말투에도 그 남자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은 눈초리이다. 영근은 갑자기 이동해서 차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거치해 둔 폰을 껐다. 뒤적거리며 라이터를 찾는 척을 하다가 남성에게 담배를 건넸다.

-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지금 제가 배에서 배터리를 다 썼어요.

그 남자는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관심을 거두고 담배를 폈다. 영근과 남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살기 좋은 자신의 고향이 최근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섭섭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 검은 머리털 가진 짐승은 거두는 것 아니란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어. 먹여주고 입여주고 재워줬는데 아주 그냥 섬사람들을 인간 말종처럼 만들어놨어, 그리고 심한 정도란 수를 생각하면 도시가 더 심한 것 아닌가 이 말이야. 여기처럼 이렇게 풍경 좋고 사람이 모여 살다 보면 작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고

영근은 작은 일로 치부하는 그 남자의 말에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남은 담배를 건네 순간의 긴장 어린 분위기를 바꿨다.

-젊은 사람이 안 회장님 조카라 그런지 싹싹하구먼. 내가 가는 길이니 태워줄게

영근은 차문을 잠그고 그 남자의 오토바이 뒤에 탔다. 해안 도로이고 관광지가 없는 한적한 곳이지만 그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안 회장의 조카라고 속인 것이 통했다는 쾌감과 함께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 친절한 마을 주민분을 만나서 이렇게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있습니다. 풍경도 좋고 바람도 너무 좋습니다.

- 유튜번가 하는가?

- 예. 이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촬영한 것을 올립니다.

- 그게 돈이 되는가?

- 예. 자리만 잡으면 월급 받고 다른 사람 아래서 일하는 것보다 좋습니다.

- 다른 사람 아래서 일하는 것보다 더 번다고?

그 남자는 영근을 삼거리에 내려줬다.

-저쪽으로 가면 안 회장님 택이야. 나는 집이 이쪽이라서. 걸어가기 멀지 않을 거야

-네 고맙습니다 어르신

영근은 멀리서 안 회장이란 사람의 집을 바라보았다. 모두 나갔는지 더운 날씨에도 열린 창문이 없었다. 그래서 영근은 걸어서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왔다. 영근은 안 회장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영근은 작년 10월에 탈출한 분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한다면 사회를 올바르게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명성은 일종의 부상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탈 때는 해가 이미 져서 모든 것이 남색으로 변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에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동을 걸고 바로 움직였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한적한 풍경이 이어졌고 이내 비닐하우스와 슬레이트 지붕이 보였다. 영근은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췄다. 내려앉은 어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도시 풍경과 다른 인적 없고 낯선 풍경 때문인지 갑자기 두려움이 일었다.

- 여러분 제가 이곳에 처음 와서 어딘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두워지고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실종이 많은 곳인데 이러다가 저도 실종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잠깐 촬영을 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확인했다. 배터리는 반 정도 남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거치하고 촬영을 하면서 마을 안을 지나갔다. 마을 끝에 정자와 공원 어디에든 있는 운동 기구가 있었다. 그곳에서 한 노인이 커다란 바퀴 운동 기구를 돌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선은 잠시 정차한 영근의 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딘가 행색이 초라한 그 모습 그리고 차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서 영근은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섬에 들어와서 두 번째 만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염전에서 일하시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영근은 카메라를 챙겨 그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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