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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 학원2

동아리 소설쓰기 시범용입니다.

by 기록

악한 행동을 보면 어떤 정신을 가졌기에 저렇게까지 지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악에 의지가 있다면 그 의자만 생각하면 되기에 쉬울 것입니다.

악이 무서운 이유는 악에 적응해 의지의 작용이 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근은 할아버지를 보았다. 하얀 줄무늬 긴팔 상의에 검정 바지 그리고 낡은 운동화 차림이었다. 이 더운 날씨에 긴팔을 입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는 안 회장님 조카인데요

- 어어?

영근은 여름에 긴팔을 입은 것 그리고 허름한 옷의 상태, 목소리가 바로 나지 않고 어눌한 어조 등을 생각해 볼 때 노동 착취를 당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어르신 여기 몇 년도부터 사셨나요? 고향이 이곳인가요?

-어어? 고...향... 어딘지...

-고향이 어딘지 모르신다고요?

영근은 이전에 탈출한 사례에서 지적 장애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나이, 사는 곳, 왜 더운 날씨에 긴 옷을 입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어떤 질문에도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 어르신 외지에서 온 사람이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 했죠?

영근은 노인의 눈을 보면서 말을 했다. 노인은 영근과 시선을 마주치기도 어려웠는지 아니면 몸을 지탱하기도 힘드지 계속 처지기만 했다.

-몰라

영근의 뒤로 검은색 대형 SUV가 지나갔다.

- 어르신 차옵니다.

영근은 어르신을 안전하게 안쪽으로 모셨다. 큰 차는 지나갔는데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를 켠 상태로 멈춰 있었다. 영근은 어르신과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하는데 헤드라이트가 신경 쓰였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라 헤드라이트가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 아 진짜

영근은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검정 SU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눈이 부셔서 팔로 얼굴을 가렸다. 빛이 강해 차 안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차 안에서는 이곳이 환하게 잘 보일 것이다.

-아!

영근은 멀리 떨어져 있는 차를 보면서 혹시 염전 사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걸어가면서

- 사장님 사장님

영근의 부름에도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영근은 순간 두려움이 일었다. 이곳에 자신은 혼자이다. 그리고 이곳은 많은 이들이 사라진 곳이다. 이곳에서 사라진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오기 전에 찾아본 신문 기사 다양한 커뮤니티, 블로그글들이 혼란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등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순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행동했는지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제는 섬의 어둠도 갑자기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영근은 희미하지만 빛을 내고 있는 가로등 아래로 이동했다. 갑자기 몰려오는 두려움과 등 뒤로 흐르는 땀줄기의 감각에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곳에 있었던 노인은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영근은 잠시 정자에 앉았다. 혼란한 머릿 속에가 계속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은

- 선감도 실종률 80프로...

뉴스에서 봤는지 근거 없는 인터넷 게시물에서 봤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지속되는 곳이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공포심이 스며 나오도록 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모니터 속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80프로라는 확률 안에 자신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 씨*

욕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원초적이다. 이성이 작용할 때는 욕을 하지 않는다,. 한편 욕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내 귀에 들렸을 때 원초적이기에 어떤 힘과 각성을 주기 마련이다. 영근은 자신의 감정 섞인 외침을 들은 후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랐다. 모두가 섬인 공간이 밖과 달리 그래도 자신에게 익숙한 차 안은 안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추슬러지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 그 노인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정자 뒤에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영근의 시야는 매우 좁아져 있었다.

- 어르신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아버지와 비슷하실 것 같은데

헤드라이트를 끈 검정 SUV가 저 멀리 보였다.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영근은 두려움보다 다른 감정이 더 강했는지 차를 향해 달려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차에서는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영근이 빛을 팔로 막는 동안 차는 저 멀리 떠났다. 다시 정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경찰이 영근에게 다가왔다.

- 이곳 주민이 아니신 듯한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영근은 운전 면허증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 제 형이 이곳에서 실종되었습니다.

- 일에는 절차란 것이 있는데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요? 이곳은 평온한 섬입니다. 어두운 밤에 외지인이 돌아다니면 마을 어르신들이 놀라십니다.

영근은 의아심이 들었다. 실종자를 찾으러 왔다면 실종자의 이름을 물어보거나 어떻게 실종되었는지 그 과정을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 이렇게 돌아다니지 마시고 형님 이름을 알려주면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영근은 오기 전에 연습한 것들을 빠르게 떠올렸다. 형님이 낚시를 좋아하셔서 이곳에 온다고 연락한 후에 연락이 끊겼다. 이미 신고를 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무 연락도 받지 않았다 등등

- 경찰들은 신고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왔습니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는데 당신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내 가족이 사라졌습니다. 여기 실종사건이 유독 많은 것은 아시죠? 그리고 그만큼 해결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데 제가 가만히 있으면 그게 정상입니까? 어차피 이거 사건 터지면 다 짜고 덮어서 문제 되는 것 아닌가요?

영근은 이미 사전에 조사한 뉴스들을 근거로 할 때 경찰도 믿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아는 것도 모르는 척을 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경찰 또한 무언가 낌새를 느낀 듯 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 마을 사람들은 낯선 외지인이 오는 것을 불편합니다.

- 회장님 밤마실 나오셨나 봅니다.

경찰은 노인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경찰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영근을 바라봤다.

-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들을 불편해하니 떠나 주시오. 나는 이 마을 면장이오.

영근은 아까까지만 해도 몰라 일색이던 노인이 또박또박 말하는 것에 놀랐고 경찰이 정중하게 대하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어눌한 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 제가 있는 곳은 일반 도로이며 공터입니다. 떠나긴 하겠지만 제가 돌아다니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영근은 적지 않은 충격에 놀랐고 이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노인과 경찰은 떠나는 영근의 카메라를 응시했다.

- 안녕하세요. 영근입니다. 제가 참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노동 착취를 당하시는 노인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면장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찰은 그 노인을 회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아 이거 쫄리는데요. 일단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기에 떠납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적지 않은 충격입니다. 아까 지나간 차는 무엇이며 갑자기 나타난 경찰이며 무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영근은 카메라 촬영을 끝냈다. 시동을 걸고 켜진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에는 회장과 경찰이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했다. 그리고 그 둘은 떠났다. 영근은 불안감에 가방을 뒤져서 여분의 카드를 꺼냈다. 블랙박스에 하나, 현재 촬영하는 카메라에 하나, 그리고 여분으로 가져온 하나. 모두 용량이 크기에 여분의 카드는 하나만 가져왔다. 지금 경험한 상황이 불안하기에 영근은 블랙박스 카드와 카메라 카드, 여분의 카드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있는 카드의 용량이 아직 많이 남았음에도 운전석 아래 가죽시트 틈새에다가 카드를 넣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새로운 카드를 집어넣었다. 카메라를 다시 켜니 배터리는 한 칸 정도 남았다. 그러나 긴장한 영근은 메모리 카드만 신경을 쓰고 배터리는 미처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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