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나그네 윤순학 Sep 24. 2017

남산 '사랑의 자물쇠' 자랑할만하네~

남산 N타워 그리고 퐁네프다리의 사랑의 자물쇠

#. 사랑을 부탁해 ~ 최고 상징공간으로 남은 '남산N타워'


가을 하늘이 파르라니 눈부시게 좋은 날.


가볍게 산책 삼아 한양도성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새파란 하늘과 회색빛 서울 도심의 이색적 풍경을 맛보기 위함이다. 그중에도 한양도성길 전 코스(4코스) 중에 목멱(남산) 코스라 불리는 숭의문(남대문)~남산공원~남산N타워~반엔트리클럽~광희문(5.2km, 3시간) 구간이다. 코스는 조금 길어도 비교적 걷기에는 수월한 구간이다.     

특히 남산코스는 사대문 안 서울 도심과 멀리 반대편 북악산, 백악산을 조망할 수 있고 서울의 상징. 남산타워가 중간에 위치하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쾌적한 산책로와 숲 속 그늘이 갖춰져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으뜸으로 치는데 이 코스를 걷다 보면 젊은 세대(연인, 커플, 친구)가 꼭 한 번쯤은 마주치는 인상 깊은 포스트(장소)가 나온다.

    


남산타워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사랑의 자물쇠’    



백범 김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는 남산공원에서 계단을 따라 20여분 남짓 천천히 올라가거나 남산순환로 초입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면 케이블카 도착 정류장 바로 밑에 위치한 아담한 전망공원에 이르는데, 여기에는 유명한 사랑의 약속(징표)이 수북이 맺혀 장관을 이룬다. 연인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고 소망하는 의미의 이른바 ‘사랑의 자물쇠’이다. 영어적 표현은 'Love Lock‘이다.    


사랑을 잠그다(?). 사랑이 도망 못 가게 가두다. 뭐 대충 이런 뜻을 담아 사랑의 자물쇠가 탄생했다., 잠그는 기능이 더 강조되기에 열쇠보단 자물쇠가 더 중요한 상징으로 남는다. 열쇠는 그저 잠금만 하고 멀리 내던져 버리기에.    


커플들은 이곳에 도착하면 서로 웃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마냥 즐겁고 행복해 마지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이기에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고 다짐한다. 매점에서 사랑의 자물쇠 세트를 구입하고 자물통에 그들 나름대로의 이니셜이나 이름을 표기하고, 열쇠를 돌려 자물통을 잠근다.  


  


기다란 설치대에 걸어놓고 서로 외친다. “OO아~ 사랑해~”


잠시 후 열쇠는 한치의 아쉬움도 없이 저 멀리 남산 중턱 산아래도 휘~ 내던진다.     

영원한 사랑을 부탁해~ 하고.    


이제 열쇠가 없으니 굳게 잠긴 자물쇠는 영원히 열 길이 없다. 설치대를 완전히 부숴 철거하거나 자물쇠 뭉치를 무쇠 망치로 파손하는 무자비한 조치만 없다면. 이로써 사랑의 궂은 맹세는 상징으로 영원히 남는다. 어찌 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날 정도로 유치하다 싶지만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이 정도의 감정 최면(?)은 애교스럽다.    


이제 사랑의 열쇠는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약속의 상징이 되었다. 이곳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의 열쇠는 남산타워까지 긴 구간에 이르러 그 수만 해도 수십만 아니 수백만에 이를 정도로 장사진을 이뤄 이 자체가 남산타워 공원의 상징 장소가 되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 곳에서 인증샷이나 기념사진을 남긴다. 전 세계 최고. 사랑의 서약 장소로서 남산타워 공원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수많은 연인, 커플들이 남기고 간 자물통으로 가득하다. 채택이 가는만 하다면 월드 기네스북에 올라도 될 정도이다.     


남산타워 공원은 사실 한때 젊은 세대보단 중장년층이, 내국인보단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지였지만, 이젠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사시사철 연간 방문객들로 가득하다. 높은 위치에서 서울을 조망하는 단순한 입지에서 문화 감성적 볼거리와 콘텐츠가 하나둘씩 채워지는 덕분이다.   


 

사랑의 자물쇠(Love Lock)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대략 남산타워 사랑의 자물쇠는 2006년쯤 실제 한 커플이 난간 철조망에 매단 이후로 2008년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열풍으로 이어졌다. 별안간 젊은 연인, 커플들이 이 곳을 방문하며 채워진 자물쇠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고 보니 10여 년의 역사를 먹은 아이템이다.    


사랑의 약속을 우리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게 세계의 아이콘이 될 줄이야.    



연인의 다리, 파리 퐁네프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유명한데,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유명한데 센 강에 위치한 퐁네프 다리에 채워진 자물쇠를 일컫는다. 퐁네프다리는 센강의 36 개다리 중 9번째 다리로 예전에 너무도 유명한 영화, 세계적 여배우 쥴리엣 비노쉬와 개성파 배우 드니 라방이 열연한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오랫동안 연인들의 다리로 각광을 받아왔다.     



이 작고 평범한 다리에서 파리의 연인들이 사랑의 열쇠를 매달고 진한 키스를 한 후 열쇠는 센 강에 던져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감동의 세리모니를 연출하는데 퐁네프 ‘사랑의 자물쇠’는 이탈리아의 작가 페데리코 모치아의 작품 《하늘 위 3미터》와 《너를 원해》에서 연인이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자물쇠를 채우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쯤이면 2008년이니 단정적으로 한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찌했든 시간으로 보면 사랑의 자물쇠는 우리가 원조인 셈이다.    

 

퐁네프 다리는 연인들의 상징의 장소이자 약속의 공간으로 손꼽히는데 수십만 개에 이르는 자물쇠의 무게로 목조 다리인 퐁네프다리의 훼손을 염려해 시당국이 그동안 수차례 철거와 이동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넘쳐나는 사랑의 열기를 어떻게 막을 수가 있는가? 사랑의 자물쇠는 그 이후로도 이어지고 철거로 비워진 공간엔 어김없이 새로운 자물쇠가 채워졌다.        



이젠 너무도 흔한 사랑의 자물쇠.    


사랑의 자물쇠는 이제 우리나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아이템이자 필수 콘텐츠로 자리 잡는 듯하다. 이젠 자물쇠 거치대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포토존으로 조성되어 수많은 연인, 커플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여기 와서 사랑을 약속하세요~’    


서울 남산타워의 인기를 실감한 전국 각 도시와 관광지에서 너도나도 사랑의 자물쇠를 본떠 설치하다 보니 전국 유명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흔한 아이템으로 전락하고 있다. 당연히 이제 호응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 남산타워는 아직 여전하지만 새로 생긴 전국 각지의 사랑의 자물쇠 거치 시설물은 상당수가 썰렁한 수준이다.    




사랑의 자물쇠가 식상한 것일까? 시대가 변한 것일까?    


사랑의 자물쇠의 유행이 식어버린 탓도 있지만 이제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이 많이 변하고 있다. 요즘 신세대 커플들의 사랑법은 사실 쿨하고 거침없다. 과거처럼 서로를 얽매이려 들지도 않고 잡아매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잠그기보단 서로 열어놓고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해하면서도 상황이 바뀌면 상대를 인정하며 서로 제 갈길을 가는. ‘So cool’이다.    


남산타워나 퐁네프다리의 사랑의 자물쇠는 당분간 여전하겠지만, 이제 새로운 사랑의 표현 방식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자물쇠 말고 좀 더 새롭고 재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가령 새로운 방식의 초소형 MP3 나 디지털 메시지 기기에 컴퓨터 입력코드가 내장된 카드를 꽂는 거치대등이다. 연인들은 이제 자물쇠, 열쇠보다 서로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간직한 채 사랑을 약속하다 쿨하게 이별할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원격으로 정보 메모리를 삭제해 버리면 된다. 굳이 처음 장소를 방문할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모를 일이다.


앞으로 4차 산업시대가 오면...

매거진의 이전글 홍합거리 인디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