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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14. 2017

관광 불황에도 끄덕없는 남이섬의 경쟁력

위기는 미리 준비하는 거야~  


#. 사드 위기 고까 잇거~ (남이섬)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정부 주도하에 거창하게 작년에 처음 시작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올해에는 반응도 관심도 현저히 떨어진 모양이다. 유통업계도 시큰둥하고 소비자도 관심 없고 더욱이 급감한 해외 관광객의 호응도는 더욱 미미하다. 구호만 그저 한국 최고 쇼핑기간이라며 홍보할 뿐. 그저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썰렁한 쇼핑축제가 될 전망이다.    


사드 발(發) 관광 위기 극복. 훌륭한 모델을 만나보자!    


15여 년이 지난 드라마. 겨울연가의 감동이 잦아있는 곳.

한류 관광의 원조.    


이쯤이면 알만한 사람은 모두 춘천. 남이섬을 바로 꼽을 것이다.




가깝기로는 경기도 가평에서 들어가기에 경기도 소재인 줄 아는 이들이 많지만, 남이섬은 실상 행정구역으로는 엄연히 강원도 춘천시에 속해 있다.


대한민국 국민치고 60여 년 역사를 가진 국민관광지 남이섬을 평생 한두 번씩 안 가본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에게도 남이섬은 학창 시절 2년에 한 번꼴로 친구들과 여름방학 기간 기타를 메고 경춘선 열차로 즐겨 찾던 추억의 텐트 여행지였다. 당시에는 대부분 여름방학과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관광객이 찾는 한철 유원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일 년 365일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근데 왜? 새삼스럽게. 새로운 핫플레이스도 아니고. 남이섬을 운운할까?     


지금 국내 관광산업은 초토화 지경이다. 국제정세에 기인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요우커(중국 단체여행객)의 발길이 뚝 떨어지면서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과의 갈등이 곧 해결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텼지만 벌써 1년을 넘어가면서 관련 업계, 특히 중국 전문 여행사들이 이미 다수 도산하거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폐업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연일 한반도 안보위기 이슈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고 뉴스면의 톱을 장식하면서 이러다 정말 전쟁 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고, 연이은 악재가 드리우면서 관광업계는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700만을 넘었지만 올해는 대폭 줄어 20%~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이번 최장기 추석 연휴기간에 사상 최대의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아직 살만한가 싶지만, 갈 사람은 가야 하고 올 사람은 와야 하기에. 더 이상 불만은 없다.  

   







요즘 남이섬이 더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 관광 불황에도 끄덕 없이 견고하게 성장세를 이어가는 남이섬이기에 그 파워가 놀랍고 또한 비결이 뭘까하는 궁금증도 있다. 나미나라 공화국이라 일컬어지는 남이섬의 독특한 콘셉트처럼 불황이란 대외 위기에도 독립국답게 거센 파고를 거침없이 넘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한중간 사드 갈등에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2016년 남이섬은 연간 330만(외국인 130만)의 방문객이 찾아 전년(2015년) 연간 303만(외국인 92만)에서 오히려 대폭 증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피해가 막심했던 2017년 올해 상반기(1월~6월) 집계를 보면 총 135만(외국인 53만)으로 2015년 동기간 159만(외국인 60만)에 비해 전체 방문객은 줄었다 해도 외국인 관광객은 7만여 명 감소한 선에서 선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도, 명동, 남대문 등 중국 관광객이 그동안 휩쓸고 다닌 주요 관광지는 모두 40% 이상 감소한 요우커로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 남이섬은 살짝 외풍에 시달린 듯 하지만 여전히 견고한 상태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일 때, '난. 괜찮아유~'


관광 불황에도 끄떡없는 남이섬.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실 나는 남이섬과 전혀 연관이 없지만, 도시문화, 관광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 소박하게 남이섬은 주요 관심 모델이기도 하다.    


2000년 초 여름철 가족 유원지라는 평범한 개념에서 탈피,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독특하고 과감한 콘셉트를 개발, 남이섬의 혁신적인 발전을 주도했던 힘이 절대적이었지만 가족같이 전 직원이 똘똘 뭉쳐 남이섬을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테마단지로 만든 단합의 힘이 그 성과의 주역일 것이다.    


남이섬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원동력은 나미나라 공화국이란 독특한 콘셉트이다. 국가와 국기가 있고 국민이 있다. 내부에서 통용하는 화폐도 있다. 환전소도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호텔도 있고 해군도 있다. 방문객은 모두 여권(패스포트)이 발급되고 출입국대를 거쳐야 한다.    




홍보마케팅을 업(業)으로 삼는 나로서는 처음 이 독특한 컨셉을 들었을 때, 아! 이거다~ 정말 재미있다. 대박이겠다는 당연한 예측을 했더랬다. 2005~6년쯤인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남이섬에 갔을때에도 많은 예술품 볼거리와 전시물, 소주병 등 폐품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보고 소문대로 괜찮구나 하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NHK에 방영된 후 일본 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남이섬에 몰려들었다. 아마도 한류란 용어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기억한다. 수많은 일본 여성 여행객들이 찾아오면서 남이섬은 일약 최고의 한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현재까지 그 명성과 향수는 가득하다.    


그 이후로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축제, 볼거리, 서비스가 새로 업데이트되고 운영되다 보니 남이섬은 10년 이상 승승장구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0년엔 연간 방문객 200만 돌파, 그로부터 4년 후인 2014년엔 드디어 308만 방문객을 달성할 만큼 남이섬은 해를 거듭해가며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2015년 연간 방문객이 소폭 감소한 303만 명에 그치고 만다. 뭐 4~5만 감소야 경기 탓일 수도 있고 대충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남이섬은 안주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내국인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중국인 관광객 위주로 급격히 비중이 쏠리자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다.    



2017년 외국인 관광객의 50%, '동남아 관광객'


무엇보다도 해외 관광객의 유치 다변화를 목적으로 이때부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외국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영어, 일어, 중국어로 한정된 홍보 카탈로그, 프로그램 안내책자 등에 태국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를 추가했다.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남이섬 내에 무슬림 기도실도 만들었다. 사실 동남아인의 상당수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130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는 것은 외국 관광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정성의 산물이다.    



동남아, 아시안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아시아의 음식을 서비스하는 아시안 레스토랑도 오픈하여 운영했다. 중국, 싱가폴, 동남아 국가에 직원 연수도 적극적으로 보내 현지 문화를 익히게 하고 다양한 외국기관과 교류도 넓혀갔다. 


이렇게 정성과 노력을 들이는데, 동남아 관광객들이 안올 수 있겠는가?    


사드 발 관광위기가 닥친 지 1년이 됐지만, 남이섬은 벌써 2~3년 전부터 마치 앞날을 예견하듯 차분히 고객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16년 외국인 관광객 130만 돌파는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물론 다른 관광지나 테마파크도 방문객 증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겠지만, 남이섬의 빠른 순발력과 적절한 대응, 중장기적 상황을 내다보는 안목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내국인 방문객의 증감이야 트렌드, 경기 상황, 경쟁 관광시설의 급증 등 여러 요인이 있기에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남이섬에 타 지역의 콘텐츠를 들여와 함께 상생 발전하자는 것도 주목할 만한데 삼척, 남원, 강릉, 단양, 대구 근대골목 등 국내 다른 지자체와 기본적이지만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점이 새롭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시대이다. 제 아무리 빼어난 재능과 시설, 콘텐츠, 서비스를 한때 가졌다고 해도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 없다. 사람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도시도 그렇다,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관광테마시설이야 더할 나위 없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변화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모두가 다 죽겠다고 하는 통에 당당히 이 정도야~ 뭐~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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