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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28. 2017

색깔입은 도시가 좋다!  칼라of시티


#. 색깔 입은 도시가 좋다, 컬러 of 시티!        


무채색 도시에서 유채색 도시로...    


회색 도시, 검은 도시, 희끄무레한 도시(?)

붉은 광장, 옐로, 화이트 빌리지....푸른 도시, 녹색 도시

   

이게 다 무슨 언어적 표현이고, 의미인가?     


과거 개발 시대의 도시는 희뿌연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로 대변되는 삭막한 도시, 나날이 메말라가는 이웃 간의 정(情)과 인간애(愛)를 빚대어 많은 문학 작품에서 회색 도시로 표현되곤 했다. 날로 늘어가는 폭력과 범죄가 급증하며 희망 없는 암흑시대, 검은 도시로 색깔이 변모하기도 했다. 심지어 투명한 색깔 없는 도시의 표현도 등장했다.    


이데올로기 이념으로 대립하던 시절, 온통 붉은색이 지구의 반을 뒤 덥었고 반대로 나머지 반은 알쏭달쏭 형형색색으로 채색되었다. 마치 지구를 펼쳐 놓으면 무질서한 파스텔톤 물감이 번진 듯이.   

 

수많은 생명의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점차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자연 보존과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밝은 색의 노란, 열정적인 빨간색이 등장하고 시원한 녹음과 숲의 푸르름을 상징하는 녹색과 푸른색이 현대 도시의 건강한 상징색이 되고 있다.  

      


도시에 색깔을 입히자~. 이제 도시도 색깔을 품고 자란다!    


#그리스, 산토리니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외딴섬. 산토리니는 가본 적 없는 필자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먼저 꼽을 만큼 너무나도 유명하다. 푸른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산언덕에 빼곡히 자리 잡은 산마을이 온통 하얀색 집들로 가득하고 군데군데 마치 파란 점을 찍은 풍광이 완벽한 한 폭의 수채화이다. 산토리니는 유명 브랜드 음료를 비롯해 많은 CF와 방송 로케이션 찾은 단골 마을이다.     



#붉은색, 오렌지색 지붕의 유럽 도시

유럽 여행길 특히 개발 전 근현대의 모습을 아직 간직한 동유럽에서 만난 도시들은 대체로 붉은색, 오렌지 지붕을 올린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다.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많은 유럽 도시들은 비행기 차창으로 내려 보이는 모습이 근사하다.     


빨간 벽돌 지붕에 하얀 벽, 누구라도 시(詩) 한 편 떠올리게 하는 도시의 색을 품고 있다. 단조롭기도 하지만 이렇듯 정갈한 느낌이 뭔가 차분해 보인다. 하늘에서 본 색이 다가 아니라 땅 밑에 내려 도시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너무도 다양한 문화의 색깔로 채색되어 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는 독특한 하얀 마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베헤르 데 라 프론테라와 아르코스 데 라 프론테라는 마을 언덕과 골목골목마다 하얀 집과 건물이 아름다운 경치로 이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 후스가르

스페인 남부 말라가주에 작은 도시 후스가르에는 일명 ‘스머프 마을’이 독특하다. 마을 전체가 온통 파란색 옷을 입었다. 집집마다 스머프 캐릭터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마을은 평범한 마을 도시였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스머프 3D’를 홍보하기 위한 단기 프로모션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프로젝트 이후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앉자 원래대로 마을 모습을 복구하지 않고 유지하여 스머프마을로 남았다. 오히려 유명한  관광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어디 유럽 뿐인가?  색깔 도시는 세계 곳곳에 있다.  


#멕시코, 라스 팔미타스

멕시코 중부 파추카 지역에 라스 팔미타스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우리로 치면 완전 산동네인 이 마을은 200여 가구의 외벽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해발 2,700m의 고원에 있는 파추카는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은광 도시인데 노동근로자들이 주로 살던 콘크리트 블록 집이 산꼭대기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던 볼품없는 마을이었다. 한 예술단체의 노력으로 14개월간 2만리터의 페인트를 사용해 거대한 마을 벽화가 완성된 후 유명해졌다. 마치 신(神)이 내려와 한밤중에 색칠하고 간 듯이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브라질 리오, 파벨라

2016년 브라질 리오 올림픽 개막식의 감동을 기억하는가? 소박하지만 브라질의 감성과 정서를 한껏 뽐낸 역대급의 개막식이었다. 인상적인 장면은 무대 디자인 콘셉트로 등장한 리오의 달동네 파벨라이다. 여행객이던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마을을 빚어냈다. 마약과 범죄의 온상이던 암흑천지의 마을이 환한 색깔 옷을 입자 범죄도 줄어들고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멕시코 유카탄, 아자말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는 노란 도시 ‘아자말’이 이채롭다. 1500년대부터 건축된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대부분 노란색으로 채워져 마을은 온통 해바라기 꽃이 활짝 핀 흡사 정원 같은 모습이다. 작은 도시 아자말을 유명 관광도시로 우뚝 서게 한 노란색이 경이롭기만 하다.    



#중국 쓰촨 성 티벳자치구 '써다'

중국 쓰촨 성 티베트 자치구 ‘써다’에는 유럽의 마을들과 다른 빨간색 도시의 풍광이 매우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원래 작은 마을이던 이 곳에 빨간 지붕의 티베트 불교사원이 자리 잡은 이후 수행자와 신도들이 대거 몰려들어 곧 작은 마을이 큰 마을로, 이어 도시로 발전했다. 도시는 온통 단아한 빨간색으로 물들어 도무지 이 곳이 인간계()지 신선계(界)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색깔이 갖는 힘.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힘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일본 나가현, 마츠모토

일본 나가현의 마츠모토성(城)은 일본의 히메지 성, 하코네 성, 이누야마 성과 함께 4 대성으로 꼽힌다. 특이한 것은 마츠모토성의 색깔이 흑백의 조화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것과 마츠모토시(市)도 흑백의 상징을 고스란히 반영한 도시 디자인으로 채워져 있어 한층 정갈하며 깔끔한 도시의 이미지를 물씬 픙기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

우리나라에도 멕시코의 라스 팔미타스, 리오 파벨라처럼 그림 같은 마을이 이미 생겨났다. 피난민의 마을인 부산 산복도로에 위치한 감천마을도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한해 150만의 관광객이 찾는 최고의 명소가 됐다. 저녁이면 부산 앞바다의 풍광과 함께 알록달록 채색된 달동네의 풍경이 일품이다.    


#아산 지중해 마을과 제주 스위스마을

충남 아산에 위치한 지중해 마을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본떠서 단지가 통째로 색깔 입은 마을이 되었다. 단지 조성과 설계부터 인위적으로 계획된 마을이지만 그래도 무색무취의 밋밋한 마을 도시보다는 운치 있다.


제주 스위스 마을도 주황색과 노란색, 오렌지색을 입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제주의 좋은 자연 배경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들이 들리지만 올여름 태풍 피해를 적잖이 입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작은 규모지만 어찌 됐든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는 인상 깊은 인증샷을 찍기에 충분하다.     



#남해, 독일마을

풍광 좋기로 유명한 남해 독일마을은 독일 탄광 출신 광부들이 귀국해 조성한 마을인데 독일 한 개 마을을 송두리째 들로 온 것처럼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 작은 마을에도 연간 150만이 찾는 남해의 대표적인 관광 예술마을이 되었다.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주홍색 지붕의 마을이 수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쯤이면 바로 고흐의 아름다운 유채화가 부럽지 않기도 하다. 바다와 함께 마을 전체의 풍광에 감은 인증샷을 찍어보라. 누구나 유명 모델이 된다.         



도시가 색깔을 입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혼잡한 대도시에도 색채는 종종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선을 사로잡고 발걸음을 가두기도 한다.     


#런던의 명물, 블랙캡과 2층 버스

영국 런던을 방문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타보는 런던의 명물이 있다. 런던의 택시 블랙캡과 빨간색 2층 버스는 영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런던의 상징이 되었다. 택시나 2층 버스도 외관상 독특한데 검은색, 빨간색의 똑같은 색깔 옷을 입고 시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도시에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예술품이나 진배없다.    


#뉴욕 브랜드의 상징, 옐로캡

뉴욕 JFK공항을 나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기다란 행렬의 노란색 뉴욕 택시. 옐로캡은 뉴욕의 상징이다. 살인적인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뉴욕 거리를 메운 노란 택시가 도시인들에게도 여유와 낭만을 주고 노란색으로 대표되는 뉴욕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서울에도 주황 택시가 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져 버렸지만... 10여 년 전 서울시의 야심 찬 주도하에 뉴욕을 벤치마킹하여 도입했는데 일관성과 정책 추진의 문제로 어정쩡한 결과를 낳았다. 서울 도심 거리에는 주황색과 은색, 흰색, 노란색 택시가 뒤섞여 도심을 누비고 있다.



그나마 버스는 빨간(광역버스). 파란(지선버스), 녹색(간선버스)으로 제 색깔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뭔가 아쉽다.        



이제 전남 장성을 주목해 본다. 옐로우 시티(Yellow City)    


최근에 우리 지방도시중 최초로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한 컬러마케팅을 본격 도입한 곳은 전남 장성이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재원이 그나마 넉넉한 대도시도 어려운 이 과제를 해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쩌면 복잡한 대도시보다 다른 여러 도시의 경우처럼 소박한 중소도시에 더 어울리지도 모르겠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번화가 라 보카는 파스텔 색조, 인도 자이푸르는 핑크, 스페인 안달루시아는 파랑, 그리스 산토리니는 순백과 파랑을 관광 자원화해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색깔이 돈이 되는 셈이다. 색채 마케팅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면 장성의 깨끗하고 맑은 자연환경의 장점이 배가될 것이다."    


색깔 도시의 장성군이 컬러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배경이다.     


장성의 강(江) 황룡강에 누런 용이 산다는 전설이 있는데 노란색은 황미르에서 따온 것이다. 황색은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적·청·황·흑·백)의 중심색이고, 황제의 색, 부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장성이 부자 고장이 되고, 호남과 전국의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도 한다. 또한 예전부터 노랑은 황제의 색이었다. 고종 황제가 머물던 덕수궁 창틀에 유일하게 황색이 사용됐다고 한다.    



장성에 가면 도심 곳곳에 회전교차로, 광장, 4차로 거리에는 노란색 물결이다. 공공 디자인부터 노란색을 적용하고 차츰 지역주민의 건축물에도 노란색 활용을 권장하고 있어 노란색이 물들어가는 느낌이다.


별다른 스토리와 랜드마크가 없던 장성군은 황룡의 전설을 품은 강을 관광 상품화했고, 그 상품에 걸맞도록 지역을 꾸몄다.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장성역 광장, 장성대교 등 읍면 20곳에 연중 노란색 꽃이 활짝 피도록 화단도 조성했다. 황룡강변에는 매년 10월 노란 꽃 축제가 열려 관광객을 맞는다. 전남의 작은 도시. 장성이 스토리텔링과 컬러마케팅을 도입한 이후 외관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예전보다 연간 도시 방문객이 늘고 지자체와 주민들이 공감하고 합심하는 분위기이다. 일부 노란색 디자인 권장에 반발하는 주민도 일부 있지만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장성군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가 간판과 건물, 버스, 택시에 노란색 옷을 입히고 옐로 시티를 상징하는 해바라기 빵, 황룡 빵, 꽃차, 꿀차 등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남의 장흥도 이웃 장성의 컬러마케팅에 자극받았는지 부분적이나마 장흥의 컬러를 파란색으로 정했다. 장흥의 물(水) 축제가 나름대로 유명한데, 청정 지역 장흥과 유추한 색채로 파란색을 선정하여 점차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남 강진은 반대로 붉은색이다. 'Red3 마케팅'으로 불리는 붉은색 컬러마케팅은 동절기에는 딸기, 장미, 파프리카와 하절기에는 방울토마토, 장미, 파프리카가 생산되는 것에 착안해 만든 마케팅이다. 관광 마케팅이라기보다는 지역 특산물 홍보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전남의 장성, 장흥, 강진이 차례로 컬러마케팅을 도입하여 추진하는 것이 참 이채롭다. 인근 지자체의 아이디어와 사례가 롤모델이 되었겠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니 초반 번 죽만 올리다 그치지 말고 차분히 꾸준하게 지역민과 함께 훌륭한 컬러 도시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디자인 수도. 서울,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은 무채색의 도시(?)    


그러고 보면 이와 상반해 서울은 무채색의 도시가 아닌가? 싶다. 높은 사각형 빌딩과 성냥갑 아파트, 거리 곳곳에는 무질서한 공공 디자인물과 상가 골목에는 현란한 광고, 간판이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고유 색깔도 없다.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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