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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Nov 05. 2017

수능을 부탁해~  합격기원 명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수능 기원 명소 열전!


 #. 수능을 부탁해! 합격기원 명소 순례        



수능이 다가오면 계절이 바뀜을 느낀다.  가을에서 겨울로.


2017년도 수능시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는 것을 보니 대학입시를 앞두고 계절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기억나는 예전 대학 입시일은 매번 강추위가 찾아오곤 했었다.  

   

요즘 수능은 11월 중순. 늦가을이지만 옛날 ‘학력고사’라 불렸던 대학입시는 12월 중순쯤 치러져 영하 10도 내외 가까운 한파로 수험생 가족이 한층 더 고생해야 했다. 내내 따듯하다가도 느닷없이 학력 고사일에는 어김없이 북풍한설이 몰아치곤 하는. 날씨가 늘 변덕을 부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두 번쯤 대학입시 수험생 가족이었기에 수능 시즌이 오면 국민 모두 동감하는 정서가 있다. 한 해 동안 고생한 수험생 본인에 대한 격려와 합격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다. 밤낮으로 공부하느라 애쓴 아들, 딸 또는 동생, 언니, 오빠이기에 가족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       


요즘은 대학별 수시 시험 절차도 있어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대규모의 수험생이 동시에 치르는 수능 당일이 하이라이트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2,000년(度) 수능 수험생은 89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2010년 71만 명으로 반짝 증가, 다시 감소하여 올해에는 60만 명에도 못 미친 58만 명이 응시할 예정이다.     

입시철이 되면 찹쌀떡, 엿이 최고의 합격 기원 선물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그란 찹쌀떡(모찌떡)은 사실 일본이 원조이지만 지금은 우리가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며칠 후면 동네 빵집이나 백화점, 편의점등 가판대에는 예쁘게 포장한 합격기원 찹쌀떡이 가득 매대를 메울 것이다.         




찹쌀떡은 한국, 중국, 일본의 입시 기원 아이템이다.     


매년 6월 950만 명이 응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대학입시(가오카오. 高考)에는 ‘장원 떡’을 먹고 장원 종이, 장원 붓, 장원 빵 등 어떤 물건이든 '장원(狀元)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수험생들을 위한 합격 기원 제품으로 판다. 최근에는 ‘쭝쯔’라는 나뭇잎에 싼 찹쌀떡이 중국을 대표하는 합격 기원 음식으로 꼽힌다는데 쭝쯔의 '쭝'이 중국어로 '합격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그야말로 가오카오가 시행되는 6월 7~9일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수험지로 떠나는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의 도시가 들썩들썩하고, 수험생과 가족들이 며칠간 거처할 숙박시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기존 필기 문구세트에 단지 이름만 바꾼 수험용 ‘장원 문구세트’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일부 호텔은 '가오카오(高考) 방', '장원(狀元) 방'등 합격을 기원하는 이름의 방까지 꾸며 판매한다. 중국인들은 숫자 ‘8’을 최고의 숫자로 꼽지만 유독 합격과 관련해서는 숫자 '6'을 좋아한다. 베이징의 한 호텔은 6층 객실 모두를 '가오 카오방'으로 꾸며 판매했는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일본도 매년 입시기간에 찹쌀떡을 선물하는데, 최근에는 찹쌀떡 대신 킷캣 초콜릿 선물도 많이 하는 추세다. 또한 입시가 다가오면 수험생들은 먹거리로 '가츠동(돈가스 덮밥)'을 많이 찾는다. 하얀 쌀밥 위에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와 소스를 뿌려먹는 가츠동은 대표적인 합격 기원 음식으로 손꼽히는데 돈가스의 줄임말인 '가츠'가 일본어로 '이기다'라는 뜻의 '가츠'와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진학 소망하는 대학에서 ‘인증샷’찍기    


사랑하는 자녀의 대학 입학 합격은 모든 부모의 소망사항이다. 서울대 입구의 독특한 ‘샤’ 모양의 정문 앞이나 이화여대 정문 앞에는 많은 수험생 가족들이 방문하면서 이 곳에서 합격 기원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합격의 꿈을 키운다. 이화여대는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딸을 둔 중국 가족여행객들의 자주 찾는 명소로 평일에도 정문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가족이 많다..     


세계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는 美 하버드 대학교에는 설립자인 존 하버드 동상이 있는데, 특이한 것은 동상의 발부분이 노랗게 반짝인다. 워낙 많은 방문객들이 손으로 만진 결과 동상에 금색 구두약을 발라놓은 듯 번쩍인다. 모두 하버드대 입학을 기원하는 예비 지원자들이 만들어 낸 풍속도다.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인 북경대와 청화대도 대학별 전형이 시작되는 매년 3월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방문객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합격을 기원한다. 중국의 성인인 공자(孔子)의 묘가 있는 정저우(鄭州) 문묘(文廟) 또한 수많은 수험생 가족들이 찾는 명당이다. 기도를 드리고 소원패를 정성껏 매다는 의식이 간절함을 표현한다.        



2017 수능 카운트다운 D-10!   

 

D-100, D-50, D-30. D-10!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수험생 부모들은 저마다 전국의 소원 명소를 찾아다니며 자녀와 일심동체로 수능이 무탈하게 치르기를 간절히 기원하는데, 모든 명소가 그러하듯 그럴싸한 스토리에 효염이 있다는 입소문까지 더해 수능이 코 앞에 다가온 요즘에는 곳곳이 연일 북새통이다.    


이제 수능 앞두고 전국에 소문난 수능 기원 명당을 찾아볼까? 일부 유명한 곳은 지자체도 나서서 지역 마케팅에 활용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가 그러한데 이 지역에 명소들이 많이 있기도 하지만, 조선시대로부터 과거 보러 한양에 올라가는 주요 관문 지역이나, 역사적으로 훌륭한 학자를 배출한 곳일수록 각 지역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더해 명소화(化) 되었다.        



전국의 소문난 합격기원 명소(名所) 순례    


#경산 팔공산 갓바위 - 동전 붙이기    


팔공산 갓바위는 경북 경산과 대구의 경계에 걸쳐 있는 팔공산의 정상에 앉아 있다. 높이 '4m'짜리 좌불인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 정식 명칭이다. 머리 위에 두께 15㎝ 정도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라 불리는데 석불 아래 바위벽에 500원 자리 (사실 500원짜리보다 가벼운 100원짜리가 더 쉽다) 동전을 조심스레 붙인 채 소원을 빌고 동전이 그대로 붙어있으면 이루어진다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더 유명하다. 행여 떨어질까 진땀을 흘리며 동전을 붙이는 어머니의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자 누구?  

  


#영천 돌할매 - 소원 돌 들기


경북 영천 돌할매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돌일 것이다. 무게 10㎏, 지름 25㎝의 동그란 화강석인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350년 전부터 마을 당산 신돌 할머니로 모셔왔다고 전해진다. 돌할매 앞에서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돌이 번쩍 들리면 실패고 반대로 밑에서 누가 잡아끄는 듯 들리지 않으면 '성취'라고 한다. 누가 이 간단하고 신기한 스토리텔링을 창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의 사실과 상관없이 묘한 마력이 느껴진다.    



#문경새재 과거길 - 선비처럼 과거길을 걸으며...


경북 문경에는 그 유명한 조선 3대 고갯길 ‘문경새재’가 있다. 총길이 10㎞의 이 옛길은 조선시대 장원급제를 바라던 선비들과 부자를 꿈꾸던 보부상들이 지나던 고갯길인데, 수능이 다가오면 온 가족이 경치 좋은 이 길을 산책도 할 겸 합격 기원도 하는 명소로 유명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수백 년 전 과거 보러 가던 선비의 마음이나 지금의 수능 시험생이나 매한가지 아닌가? 수능도 국가고시이고, 좀 과장을 보태어 이 시험 한방으로 인생이 달려있기에.        




이외에도 경북에는 수능 기원 명소가 또 있다.    



#500살 소나무와 느티나무의 업력


경북 군위군에는 신비한 500년 된 소나무가 화제다. 이 소나무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데 소나무의 자태만 보아도 예사롭지는 않다. 경북 달성군에도 이와 비슷하지만 수종이 다른 500년 느티나무이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종류는 다르지만 500살 나이 드신(?) 세월의 내력이 범상치 않은 내공을 발휘하나 싶다.     



‘경상북도에 오면 꿈은 이루어진다?’    


그렇고 보면 경상북도 내 소원 명소만 찾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명소들이 즐비하다. 좀 얄팍하지만 잘만하면 한철 좋은 관광상품 패키지로 만들어도 좋을 법한.   

 

대구~경산~영천~문~ 군위~달성~울진까지.

‘수능 기원 패키지 투어’를 만들면 아마도 연일 매회 매진 달성하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이 굳이 종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릇 대사(大事)를 앞두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는 숭고한 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금 천하에 다 있는 절실함의 표현이다.   


 

#산청 동의보감촌 ‘거북바위’ - 기(氣)를 받아, 모아


경남에도 최근 유명해진 명소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氣)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산청군 동의보감촌에는 거북이를 닮은 거대한 바위인 거북바위가 있다. 입시철이면 머리로 기를 받고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고 있는 수험생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진지한 모습에서 간절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감돌 정도다.     



#영동 장원급제길 - 소원성취 길을 걷다


충북 영동에도 문경새재와 비슷한 ‘장원급제길’이 있어 많은 가족들이 방문한다. 예전 과거 보러 가는 길이란 전해오는 스토리를 활용, 영동군이 돌탑과 표지등을 세우고 집중 홍보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10여 년 전부터 수능 가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에게 ‘과거’ 시험은 후세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소재이다.    



#안성 칠장사 - 우리도 어사 박문수처럼


어사 박문수로 유명해진 곳이 있는데 경기도 안성의 칠장사라는 사찰이다. 수없이 과거에서 낙방했던 박문수가 마지막 도전(?) 장소로 거쳐간 곳이 이곳인데 어머니가 조청으로 만들어준 유과를 이곳 나한전에 공양했는데, 묘하게도 그날 꿈에 과거시험 시제가 그대로 나왔다고 전해진다.     


칠장사에 숨은 소원 명당은 '나한전'이다. 나옹스님이 심었다는 소나무와 자연암반 사이에 앙증맞게 둥지를 튼 반평짜리 법당인데 일곱 나한(혜소국사가 교화시킨 일곱 도적)의 동자상을 모셨다 한다. 칠장사에 오르는 길에는 어사 박문사 ‘합격 다리’라는 아담한 다리가 재치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천혜의 관광지답게 강원도에도 명소가 많다.    



#양양 낙산사 - ‘해수관음상’. ‘꿈이 이루어지는 길’


우선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왔을 법한 곳이 양양 낙산사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 좋은 고찰이기도 하지만 낙산사의 해수관음상 아래에 있는 ‘두꺼비상’과 사찰 내에 산책로인 ‘꿈이 이루이지는 길’이 알려지며 전국의 수험생 가족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강릉 노추산 계곡 - 3,000개의 돌탑 실화(實話). 모정탑길


인근 강릉에도 소문난 기원 명소가 있는데, 바로 노추산 계곡에 있는 ‘모정탑길‘이다. 실제로 차용순 할머니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26년간 3,000개의 돌로 쌓은 탑들로 이루어진 길을 말하는데, 실존 인물의 정성 어린 사연이 방문객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에 명소로서의 존재감이 각별하다. 26년을 한결같이 정성 들인 모정(母精)의 힘이야말로 위대함 그 자체다.    


모정탑길 주변에는 아홉 번의 과거에 모두 장원 급제해 ‘구도장원(九度壯元) 공(公)’으로 통하는 율곡 이이 선생이 노추산에서 수학할 당시에 남긴 것으로 알려진 비석(구도장원비)까지 세워져 있어 오죽헌과 함께 강릉의 대표적인 수능 기원 명소가 됐다.    



#화천 미륵바위 - 평범하지만 기품 있는 형제 바위


화천에는 국도 도로변에 미륵바위라 불리는 5개 형제 바위가 있다. 외관상 그리 화려함도 없는 평범하지만 묘하게 풍기는 기품이 느껴진다고 하여 입소문이 났다. 혹자로는 옛날 이름 모를 한 선비가 이 평범한 바위를 자주 찾아 기도를 하고 이후 과거에 장원 급제했다는 설(說)이 있지만 이 또한 뭐 진위가 중요하겠는가? 사람 마음이 간다는데...      






특별한 오랜 전설과 자연 지역이 없는 서울이지만, 요즘 대표적인 사찰인 종로 조계사, 강남 봉은사, 도봉에 있는 화계사, 우이동 도선사, 관악산 연주암 등은 연일 수험생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에서 불가피한 관문이지만, 수험생과 가족들은 정성을 다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언제쯤이면 이런 수능 풍속도가 바꿀지 모르겠지만, 현대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법. 모두 잘 극복하고 매진하길 바랄 뿐이다.


필자에게도 곧 수년 안에 닥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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