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리즘+부패 투어리즘=新다크투어리즘
온 국민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 세월호가 벌써 인양후 목포신항으로 옮겨진 후 반년이 넘도록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최후의 단 한 명이라도 실종자를 찾지 위안 당국의 수습작업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목포신항 부두에서 세월호는 말없이 침묵으로 아픈 상처를 대변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진도 팽목항과 마찬가지로 목포신항에도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끊임없는 추모객의 노란 리본 메시지가 펜스 철망에 가득히 수놓아지고 있다.
모든 수색작업이 무탈하게 마친 후 이 아픈 상처를 고이 담은 세월호는 어떻게 될까? 정부 당국의 향후 계획과 방침이 아직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일부 철거 해체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영원히 이 아픈 상처를 잊지 말아야 하기에 세월호는 역사 교훈의 상징물로 남았으면 한다.
이른바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또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다크 투어리즘은 우리에게는 최근에 알려졌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1966년에 등장한 개념이다.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 여행’이라 할 수가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는 이미 유명한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학살로 대표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9·11테러가 발생한 그라운드제로,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념관, 일본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죽음과 재난, 아픈 역사와 관련된 장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대표적인 곳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꾸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유대인 등 400만 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생체실험실·고문실·가스실·처형대·화장터 등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낡은 신발과 옷가지, 희생자들의 머리카락이 담긴 거대한 유리관, 기록영화 등은 나치의 잔악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있다. 나치의 잔혹성을 잊지 말고, 이 같은 비극을 후세에 전하자는 뜻에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캄보디아, 킬링필드
캄보디아 프놈펜의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의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루즈가 1975∼1979년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한 피비린내 나는 비극적 현장이다.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이 희생된 킬링필드의 유적지에는 사람들을 처형했던 곳과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 등이 생생히 보존되어 있다.
뉴욕 911 메모리얼 파크
최악의 비행기 납치 테러 참사인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은 3,000여 명의 희생자를 기리고 9·11 테러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됐다. 2001년 9월 11일 항공기를 납치한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 조직원의 자살 공격으로 무너졌던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거대한 폭포와 조명을 설치하고, 주변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비석을 세웠다. 그라운드 제로에도 ‘9·11 추모 박물관’이 들어섰다. 참사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우크라이나 북부의 프리피야트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26년 넘게 버려졌다가 다크 투어리즘에 힘입어 최근 연간 100만 명가량이 찾는 세계적인 여행지가 됐다고 한다. 아직도 미미하나마 방사능이 검출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이 이 지역을 찾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정부도 2011년 발생한 일본 최악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중장기적으로 복구하여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할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탈(脫) 원전 이슈로 떠들썩한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市)
사회적 차원에서 실패의 역사를 여행 상품화한 것도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산간도시 유바리시이다. 이 도시는 쇠락해가는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과다한 투자가 화를 불러 급기야 2006년 360억 엔(4조)의 빚을 지고 파산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빚을 갚기 위해 힘들지만 유바리시는 실패 경험을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역발상을 했다. 도시의 몰락 과정을 소개하는 ‘유바리 다큐멘터리 투어’를 만들어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교훈 여행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우리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판 다크 투어리즘을 발전시킬 수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많은 아픈 상처의 다크 투어리즘 현장이 많이 있다. 까마득한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한이 없겠지만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수많은 외침을 받은 고난의 역사였기에 지금도 강화도, 행주산성, 남한산성, 한산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역사적인 곳들이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다.
일제 암흑기 이후 근현대사로만 봐도 무수히 많다.
일제 말 많은 독립투사들이 처형된 비극적인 서대문 형무소, 대전형무소는 대표적인 곳이고 수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제주 4.3 사건과 거제 포로수용소, DMZ 비무장지대, 임진각, 땅굴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교육관광 명소이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성지인 광주 망월동 묘역은 해마다 5월이면 방문객이 급증한다. 일부분만 상징물로 남은 전남도청 건물도 다시 복원을 추진한다고 하니 수년 후 다크투어리즘의 명소가 될 것이다.
이 뿐인가? 근현대 이후 유난히 대형사건, 사고가 많이 터졌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이 나서 육해공(陸海空) 참사라고도 했다. 하늘, 땅, 바다 할 것 없이 대형 참사 사고로 인해 국민들에게 큰 아픔과 충격을 주었다.
아시아나 목포행 여객기 추락 (1993. 7)
서해 페리호 침몰 (1993. 10)
성수대교 붕괴 (1994. 10)
삼풍백화점 붕괴 (1995. 6)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03. 2)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대형 사건들인데 모두 재난이 아닌 인재(人災)였기에 더더욱 가슴 아프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점점 가물가물 희미해져 가지만 몇 군데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기념 장소가 있어 다행이다. 양재동 시민의 숲에는 삼풍백화점 희생자 추모비가 있고 성수대교 북단에는 성수대교 희생자 위령비가 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추모비와 위령비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대구 지하철 중앙역에는 추모의 벽이 조성되어 있어 대구시민들이 이 곳을 지나칠 때마다 그 날의 참사를 회고하고 역사적 교훈을 간직하는 소중한 장소이다.
그저 당시에만 바짝 추모 분위기에 편승하고 세월이 지난 후에는 나몰라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형편없는 우(遇)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로 두 동강 난 천안함도 현재 평택항에 보존되어 안보교육시설로 탈바꿈되어 전시 중이다. 전국의 많은 초, 중, 고 학교 다크 투어리즘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만신창이 세월호는 조만간 향후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추모공원이 안산 단원고 근처에 조성 추진 중이나 지역 님비현상 탓에 주민 반대가 심하고 분위기도 냉랭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다.
가칭 ‘416 안전공원’은 304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숲과 온실정원, 미적 요소가 더해진 지하 봉안소를 통해 추모객들과 방문객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는데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나 멕시코 폭력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차풀페텍 메모리얼 파크'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다크투어리즘에 부패 투어리즘을 덧붙여 이제 新다크투어리즘을 전개해 보자.
다크(블랙) 투어리즘 + 부패 투어리즘 = 新블랙투어리즘
대한민국 역사상 2016년은 우리 국민에게 좌절과 분노, 희망이 어우러진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 출범을 맞은 2017년도 한해의 후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고군분투하며 나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게 느껴진다.
광화문 1,700만 촛불시민들이 이룩한 촛불 혁명도 세계적으로 깊은 감명을 안겨 주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역사적 자긍심의 현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재벌과 권력층의 부패사슬고리가 여전함을 감출 수 없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은 각종 부패, 권력형 비리, 국정 논단의 피해자가 될 것인가?
이제 우리도 과감히 부패 투어리즘이란 목록을 추가하자.
부패 투어리즘 선구자, 멕시코시티 & 런던
국가적 부패지수가 높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는 부패 투어가 인기다. 90여 분간 운행하는 투어버스는 10여 군데의 ‘부패 명소’를 순회하는데 대부분 주지사나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뇌물로 건축한 건물이나 빌딩을 방문한다. 버스에는 부패한 정치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랩핑 되어 있고, 투어 참가자들이 비리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도 진행한다.
투어버스는 2014년 마약조직과 연루된 부패 경찰들에 실종되어 희생당한 43명의 대학생을 추모하는 조각상도 인기 방문지이다.
금융자본주의 도시. 런던에도 부패 투어리즘이 있다. ‘도둑정치투어’라고도 하는데 러시아 부호들이 불법으로 사들인 런던의 고급 호화주택을 순회하는데 런던의 외국인 소유 건축물이 상당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부패 사슬의 결과물이라는데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 논단과 비리 수사가 마무리되면 아픈 역사를 서둘러 지우려 하지 말고 철저히 입증해서 역사의 현장으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광화문광장 부근에 촛불집회와 관련한 전시공간과 적합한 상징물도 괜찮고, 지하화를 추진하는 광화문 도로도 일부 활용하면 어떨까? 꺼지지 않는 대형 촛불 상징탑은 시민들에게 언제까지나 깊은 메시지를 줄 것이다.
멕시코시티나 런던처럼 우리도 근현대 동안 각종 대형 부패, 비리사건을 다시 조명해 부패 버스 투어를 도입하자. 부패의 상징 건축물을 순회하며 그들의 비리사슬을 대대로 전했으면 한다. 꼭꼭 숨어있는 친일 재산도 당당히 투어 방문 목록에 올리자. 부패 투어리즘이 연계된 한국판 다크투어리즘은 꽤나 인기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