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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27. 2017

콘텐츠가 있는 시티투어버스.

도시관광, 시티투어(City tour)의 해법

 


도시관광, 시티투어(City tour)의 해법    


#,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 여수 낭만 버스   

 

오동도, 돌산대교, 갓김치, 엑스포로 유명한 여수(麗水)에 올해 새로운 명물이 하나 등장했다. 

뭘까? ‘여수에 가면 돈자랑하지 말란 말이 있는데, 혹시 엄청난 갑부가 나왔나?’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버스커 버스커 장준범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여수 밤바다에 담긴 낭만 여행이 여수의 새로운 화젯거리를 낳았다. 정식 명칭은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이고 애칭은 ‘여수 낭만 버스’로 바로 항구도시 여수의 밤 풍경을 볼 수 있는 여수 시티투어 프로그램이 대박이다.    


지난 8월 5일 첫 운행을 시작으로  매주 금ㆍ토요일과 공휴일에 1회씩 ‘낭만 버스’는 운영되었는데 8월 100%, 9월 95% 이상의 탑승률을 보였고 지난 추석 연휴 7일간에는 전좌석 매진되는 우리나라 시티투어 역사상(?)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는 시티투어와 연극, 문화해설, 버스킹이 어우러지는 이벤트형 테마버스로 이층 버스에서 지역 설화에 담긴 남녀 간의 사랑을 테마로 한 공연이 펼쳐진다. 버스 좌석에 앉은 관광객 앞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배우들이 관람객과 호흡하며 공연을 이끌어간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밤바다의 시원스러운 바람을 만끽하는 것은 덤이다.    


이순신광장을 출발하여 여문 문화의 거리, 소호 동동다리, 히든베이 호텔,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여수엑스포역, 종포 해양공원을 들리고 다시 이순신 광장으로 오는 90분 코스다. 과거 시티투어란 대부분 주요 관광지에 관광객들을 데려다주는 단순 이동 수단으로만 인식되었는데 문화란 색깔을 입히고 콘텐츠를 결합시키니 훌륭한 문화 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엑스포 이후 관광객들이 한동안 급감해 고심해 온 여수는 고향 떠난 연어 떼가 돌아온 듯 한껏 신이 났다. 여수 낭만 버스는 관광투어의 새로운 물꼬를 튼 셈이다.       

 



#, 더 플레이 버스 : 김광석 버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수. 故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읊조려 본다.

절로 흥이 난다. 여수 낭만 버스보다 먼저 시티투어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받은 곳은 대구다.

    

대구도 시티투어에 콘텐츠를 도입했는데 바로 대구가 낳은(?) 뮤지션 김광석을 테마로 했다.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의 김광석 거리를 중심으로 기념관인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연계했다.   

  

"안녕하실 테죠~ 김광석입니다!"    


버스 내부를 8~90년대 음악감상실처럼 꾸며 분위기도 한껏 냈다. 버스 뒤편에 자리한 DJ가 김광석과 대구에 관한 소개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를 틀어준다. 대구역과 동대구역 범어사 네거리를 거쳐 1시간 동안의 시내투어를 마치면 종착점인 김광석 거리에서는 아마추어 ‘김광석 밴드’의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2010년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유년기를 보낸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단숨에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김광석 거리에 위치한 스토리 하우스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생애 사진, 악기와 악보, 필기구 등 유품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방문객들은 김광석의 유품을 보고, 포스트잇에 추모글을 남기기도 한다. 김광석 버스는 명소 거리, 기념관과 함께 대구가 자랑하는 관광 자원으로 거듭났다. 비록 올해에는 시범 운영이지만 예상외로 큰 호응에 힘입어 상설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반향이 있는데, 그만 둘 이유가 없다.    


시티투어, 특히 버스를 이용한 도심 관광은 잘 짜인 코스를 개발하고 여기에 국내외 관광객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여수 낭만 버스와 김광석 버스는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 텅텅 빈 서울 시티투어에도 문화를 입히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 사거리에는 외관이 근사한 트롤리 투어버스가 관광객을 맞는다. 서울 4대 궁궐을 비롯해 명동, 남대문, 이태원, 홍대, 남산공원, 강남에 이르는 노선이 운영 중이고 웬만한 서울 관광지는 두루두루 경유하지만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도 그리 많지 않다. 가끔 단체 관광객이 좌석을 채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 반 이상의 좌석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메가 시티. 서울 시티투어에 걸맞지 않게 조금 의아하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이유야 단단하다. 서울 도심이 교통 체증으로 길은 막히고 복잡한 현대 도시의 메마른 경관 이외 사실상 볼거리가 많지 않다. 한강은 그저 가로지르면 그뿐이고 서울을 만끽하고 여행자의 추억과 낭만을 즐기기에는 근사한 풍경과 볼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체류하는 서울 시티투어에 단순 이동, 관광지 안내 기능 이외에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덧붙이고 가미하면 어떨까?    


사대문 안 코스에서는 600년 도읍. 한양 서울을 이미지화해도 좋다. 조선시대 복장의 퍼포먼스가 방문객을 반기고 재미있는 입담과(간단한 영어 정도는 구사하며~) 좀 오버하더라도 활기찬 제스처로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방문객 감소로 침체되던 한국민속촌이 조선시대 타임슬립을 콘셉트로 다시 유명 관광지로 부활한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또 이럼 어떨까? 서울 도심 코스에 세시봉 트리오, 양희은 등 추억의 통기타 포크음악을 콘텐츠로 입히고 젊은이의 거리, 홍대에서는 활기찬 인디밴드 버스킹이 반기고, 쇼핑 명소로 현대화된 명동, 강남 코스에는 세련된 뮤지컬 배우의 멋들어진 재즈와 탭댄스가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잘만하면 괜찮은 서울 시티투어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성남시도 ‘성남시티투어 도시락(樂) 버스’란 콘셉트로 색다른 시티투어를 운행 중이다. 도시락 버스는 토요 정기 코스, 야간 투어, 특별 프로그램, 단체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곁들여 인기다. 도예, 천문 관측,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주제로 문화 관광해설사가 코스별로 동행해 해설을 곁들인다.   

 

야간 투어는 ‘금난새와 함께하는 오페라 이야기’와 ‘밤하늘 별 보기’를 주제로 운영하며, 특별 프로그램은 코이카 지구촌 체험관과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를 체험하는 관광코스이다.    


좋은 팁(Tip)이 번쩍 떠오른다. 성남시(분당구)는 대구 김광석 거리처럼 가수 故신해철 거리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데 신해철 버스도 시작만 한다면 대번에 신해철을 기리는 수많은 팬들로 줄을 서지 않겠는가?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야구에 3만 가까운 관중이 떼창 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갈매기’등 부산을 소재로 한 명곡들로 레퍼토리를 만들어 지금의 부산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에 추가한다면 이 또한 대박 나지 않을까? 물론, 아티스트들이 동의해줘야겠지만.    




뉴욕 맨해튼에는 세계 문화수도라 일겉어지는 명성답게 다양한 시티 투어 코스와 프로그램이 있다. 뉴욕이야 맨해튼, 허드슨강, 브로드웨이 등 도시 전체가 바로 문화이기에 굳이 버스 안에서 볼거리를 따로 안 붙여도 늘 시티투어버스는 만원이다. 뮤지컬, 박물관, 전시관등 문화 명소의 입장 티켓과 연계하여 운영하니 관광객들에게는 이용도 편하고 패키지 자체가 즐거운 관광 프로그램이다.    


볼거리가 많은 런던과 파리도 별도 프로그램은 없지만, 다양한 코스와 외국어 서비스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영국 런던의 명물인 2층짜리 '빅버스(BIGBUS)'는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면 이틀간 관광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12가지 언어로 녹음된 가이드를 들으며 3개 노선을 자유롭게 환승하며 이동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시티투어버스도 2일간 100곳이 넘는 파리의 명소를 노선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환승하며 다닐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10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이쯤 되면 조금 가격은 비싸도 관광객 입장에서 안 탈 수가 있겠는가?    


홍콩의 빅버스와 일본의 하토 버스도 현지 방문 시 선호하는 시티투어버스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영국령이었던 사연인지 빨간색의 홍콩 빅버스는 지역이 좁고 고층건물이 많은 홍콩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는 관광 상품이다. 특히 홍콩 특유의 거대한 도심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는 밤에 버스 2층에 앉아 돌아보는 것이 인기다.   

  

노란색 버스가 특징인 일본의 하토 버스는 도쿄 관광의 대명사이다. 짧은 시간에 시내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노선이 세부적으로 짜여 있고 일식(日食) 체험코스도 있다. 도쿄도 세계에서 손꼽을 혼잡 도시이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해 기필코 문화상품을 내놓는다.         




다시, 서울을 돌아본다.    


최근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 관광객이 줄어 서울 시티투어의 사정은 더 어렵다고 한다. 요즘은 버스에 대체로 4~5명 정도 자리가 찬다고 하니 이러다 조만간 운행을 멈출 수도 있겠다 싶다. 왜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세계의 많은 도시의 시티투어는 잘되는데, 우리는 어렵다고만 할까? 작년만 해도 연간 1,700만의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는데 말이다.     


이제 목적지만 촘촘히 경유해서 이동하는 예전의 시티투어 프로그램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작고 세계적인 문화 자원이 빈약한 우리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잘 만들어진 시티투어는 비단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대구나 여수처럼 서울보다 더 열악한 지방 도시가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사례는 좋은 모델이다. 관광 대국이 어찌 쉽게 되겠는가? 부단한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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