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명물거리
세계의 도시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거리가 많이 있다.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 명품 패션 브랜드샵과 노천카페로 어우러지는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풍광은 세계인의 로망 스케치다. 쇼핑을 하고 노천카페에 앉아 분위기있게 ~ 예술문화의 거리인 뉴욕 브로드웨이, 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는 전 세계 스타지망생들이 미래를 꿈꾸는 거리이다.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는 영국의 대표 문화거리. 우리 K-POP그룹, BTS를 맞는 영국팬들이 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BTS’를 외치던 장면이 생생하다. 재즈음악의 상징하면 당연히 뉴올리언스의 버번 스트리트를 떠올리고 비틀즈의 추억이 담긴 런던 에비로드는 멤버 4인이 줄지어 건너는 횡당보도 씬!이 뇌리에 먼저 스친다. ~ 멋진! 역사와 추억이 가득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세계 금융의 메카하면 뉴욕 월스트리트. 그 거리 한켠에 우람한 황소상의 뒷태를, 또는 앞태를. 사실 안가본 이도 이미 가 본듯 익숙한 장면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쇼핑, 상업의 중심지는 도쿄 긴자, 오사카 도톰보리, 상하이 난징(남경)로, 싱가폴 오챠드가 있고 홍콩의 침샤츄이, 몽콕 야시장거리도 손에 꼽힌다. 우리도 명동, 종로, 을지로라는 대표 거리가 있다.
거리를 상징하는 이름은 그 자체가 상징이 되고 도시의 핵심 브랜드가 된다.
이름바꾼 제주 '누웨마루'길
제주시 연동에는 ‘제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바오젠거리’가 있는데 논란을 빚어오다가 최근 공모를 통해 ‘누웨마루거리’로 명칭이 바뀌었다. 누에가 꿈틀대는 모습이 마치 신제주의 지형을 닮았다는데서 가져온 말이라고 한다.
수년전 제주에 중국 ‘바오젠그룹’이 대규모로 방문한 것을 기념해 거리명을 붙인 것이다. 연간 엄청난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고 돈을 물쓰듯 쓰니 당시에는 온통 ‘Welcome China’ 일색이었다.
2016년 ‘사드’배치로 중국發 여행제제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현,누웨마루 거리는 텅빈 거리의 도시가 되다시피 했다. 국내 경제불황까지 겹쳐 상권은 바닥밑 지하까지 내려 간 싱태였는데 이번 거리명 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 관광객이 다시 들어오는 날이 오면, 다시 바꿔?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들
대구 근대골목에는 ‘김광석길(거리)’가 있는데 지역의 명물거리가 되었다. 주말마다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활기를 띤다. 분당에는 ‘마왕’이라 불리던 ‘신해철 거리‘가 생겨나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
평범한 거리가 두 뮤지션의 음악과 향수가 가득 묻어나는 음악의 거리로 재탄생한 것이다. 낙후된 지역의 재생을 위한 지역 주민의 소망도 기인한다.
종로에는 어르신의 거리라 불리는 ’송해길‘이 있다. ’전국노래자랑‘의 간판, 영원한 국민MC인 송해를 상징하는 데 그가 자주 찾는 2,000원 해장국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만원짜리 지페한장이면 3~4명이서 충분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수원에는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 거리‘, 제주 서귀포애는 ’이중섭 거리‘가 조성되어 생전 예술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발자취를 담고 있다.
특이하게도 수원 망포동에는 축구 스타 ’박지성 거리‘가, 강원도 양구에는 탤런트 ’소지섭길‘이 있는데 생소하기도 하지만 조금 생뚱맞는 듯 싶다. 유명 스타나 연예인을 활용한 관광마케팅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거리 이름을 한번 붙이면 쉽게 바꾸거나 뗄 수가 없기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름을 얻는 순간 품격을 갖추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지녀야 한다.
이름을 갖는 순간 ’존재의 이유‘가 생긴다.
전국 20여곳의 ‘~ 리단길’
경리단길은 서울의 핫플레이스중 하나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어 명성이 퇴색하고 있지만 최근 거리 상점과 지역 주민들이 합심하여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 골목의 간판, 연예인 홍석천 대표의 속내 다짐이 말하듯. ‘여긴 경리단이야~ 앙~’
'~리단길의 시초, 경리단길'
경리단이란 이름은 예전 육군 부대 예산의 집행, 결산을 맡아보는 중앙 경리단이 이곳에 있던 유래에 경리단길이 붙여졌다. 이 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대략 20여곳의 아류 ~리단길이 생겨났다.
서울의 또다른 리단길 - 망리단길, 송리단길, 중리단길, 용리단길
망원동의 망리단길은 한때 핫(hot)한 지역으로 떠오르다 스르르 가라앉은 곳이다. 일찌감치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해 일부 주민들이 명(名) 거부 서명운동까지 벌인탓에 지금은 유야무야된 케이스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도시재생으로 탄생한 서울로 7017 끝자락은 만리동, 중림동에 이르는데 급증한 방문객으로 예쁜 점포와 가게가 들어서며 자연스레 중리단길이 탄생했다.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는 송리단길이라 칭해진 거리이름이 공공표지판과 안내도에 당당히 등장한다. 누가봐도 그 곳은 잠실, 아니면 석촌이라는 오랜 명명이 있는데도 생경한 단어가, 어디 많이 본듯한 어휘가 보란듯이 나타났다.
용산역 일대에는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단지와 아모레퍼시픽 사옥등이 들어서며 뒷길에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며 용리단길이 등장했다.
경리단길을 비롯해 서울에만도 ‘리단길 5형제’가 생겨난 셈인데, 평생 서울에 살던 나도 이쯤이면 의아하고 헷갈려진다.
부평 평리단길, 수원 행리단길, 광주 동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인천 부평에는 평리단길이 있다. 커튼 가게들이 많아 커튼 골목이라 부른 전통시장이 젊은 상인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평리단길로 발전했다. 수원 화성 행궁 인근에는 행리단길이 나타났다. 상권이 뜨고 골목 경제가 활기를 띠는 거야 너무도 반기고 축하할 일이지만 궂이 거리이름도 따라하기가 필요했을까? 되려 부평 커튼거리, 화성 행궁길이 더 귓가에 와닿는데 말이다.
광주에는 동리단길이 있다. 구(舊) 전남도청 인근 동명동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가게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지역 명소로 뜨는 동네이다. 전주에는 전주 객사+~리단길을 붙인 객리단길이 있다. 역시나 ‘~리단길’의 비슷한 뉘앙스만 풍길뿐이다.
경주 황리단길, 대구 봉리단길, 울산 꽃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범리단길
경주에는 황리단 길이 있다. 황남동은 황남빵으로 유명한데, 한옥지구거리가 새롭게 젊은 분위기로 바뀌며 자연스레 불리고 있다.
대구에는 봉리단길이 있댜. 맛집거리로 유명한 대봉동 주변에 맛집 골목이 봉리단길이 되었다. 김해에도 같은 이름의 봉리단길이 있다. 봉황동에 있는 이 거리에는 유독 점집이 많아 ‘신의 거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차라리 리단길이 아닌 ‘신의 거리’가 훨씬 부르기 쉽고 인상적인데 궂이 왜?
울산에는 해안가 꽃바위 부근에 맛집들이 자리잡으며 ‘꽃리단길’이 나타났다. 지역에 이국적인 음식점, 분위기좋은 해물포차거리가 있어 바다 풍경을 가득 담은 명소 거리를 만드려고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부산에도 해리단길, 범리단길이 생겨났다.
옛 해운대역의 폐로가 철거되면서 생겨난 곳에 아기자기 가게들이 들어서며 해리단길이 생겨났고, 부산 범어사 주변 상권도 리단길의 아류 범리단길로 불려진다. 과연 이 곳 지역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 단순히 상업적 의도에 의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젠 너무도 흔해져버린 로데오거리.
사실 ‘~리단길’보다 더 먼저 전국적으로 공통적으로 이름 붙인 거리가 있다. 패션, 의류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칭하는 ‘로데오거리’이다.
원조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이다. 90년대 서울 강남의 최고 핫플레이스로 부러움을 사고 명성이 자자했지만, 신사동 가로수길과 청담동에 밀려 지금은 맥을 못추고 있다. 그렇다해도 20여년간 로데오거리의 열풍은 전국을 강타했었다.
전국에는 너무나도 많은 로데오거리가 있다.
문정 로데오거리. 가리봉 로데오거리. 천호 로데오거리. 일산 로데오거리. 목동 로데오거리. 건대 로데오거리. 수원역 로데오거리. 의정부 로데오거리. 구월동 로데오거리. 동성로 로데오거리. 해운대 로데오거리. 산본 로데오거리. 광주 로데오거리. 진주 로데오거리, 춘천 로데오거리....
사실 대부분 이름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이름은 ‘존재의 이유’다
한번 명명되면 수년 아니 수십 년을 따라가기에 그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담을 고유한 이름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가 떠오른다. 이름은 존재의 이유를 알려준다.
이제 거리 이름 따라 하기를 그만하면 어떨까?
해당 지역을 명소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남들이 부르는 이름보다는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아 독창적이고 고유한 이름을 갖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야흐로 도시도 경쟁의 시대이다. 2등, 3등이 아닌 1등이 독식하는 시대이다.
하물며 오랫동안 지역민과 방문객, 관광객에게 불려질 이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