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으로 유명한 골목들
못 말리는 한국인의 닭사랑!
얼마 전 우연히 먹성 좋은 뚱보 코미디언 이른바 ‘뚱 4’가 출연해 오랜 기간 인기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맛있는 녀석들’에 닭 코스요리 편을 보았다. 치킨, 백숙도 아니요, 삼계탕, 볶음탕도 아닌 닭 코스요리라니?
닭 코스요리의 원조는 해남인데 ‘해남식 닭 코스 음식’은 닭을 이용해 육회와 불고기, 구이, 보양 백숙, 닭죽까지 5가지 요리를 차례로 맛볼 수 있는 코스 요리다. 최근 해남군은 ‘닭 코스요리’ 거리를 본격적으로 조성한다고 한다. 총 사업비 10억을 투입해 주차장과 보행로를 만들고 간판과 안내판 정비, 쉼터 및 경관 조성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해남읍 연동리 일원에 12개 전문점들이 요리촌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요리법이 유명해지며 해남을 대표하는 맛으로 자리 잡았다. 해남에 닭은 대표하는 브랜드로 지역 관광자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도 언젠간 꼭 맛보고 말테야 ~
“꼬끼요~ 꼬꼬댁~ 꼬옥"
우리네 한국사람들의 닭사랑은 세계 제일로 친다. 한국인의 최애 음식 ‘치킨’은 이제 세계인에게도 사랑받는 K-푸드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평소 백숙이며, 삼계탕이며, 닭볶음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닭요리를 즐긴다. 튀기고, 굽고, 삶고, 볶는 한국식 요리법이 총동원되는 식재료가 바로 닭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닭발’과 ‘닭껍질 튀김’은 또 하나의 별미 인기 메뉴이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통계로도 증명이 된다. 코로나가 닥치기 이전 2019년 전국 치킨집은 무려 8만 7천 개에 달했다. 북한 빼고 세계 모든 나라에 있다는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수가 3만 8천여 개 이고 요즘 두 집 건너 한집이라는 커피숍도 전국적으로 7만여 개라 하니 치킨집의 위세는 가히 두말할 나위 없다.
“닭은 치킨을 낳고, 치킨은 치맥을 낳고, 치맥은 축제를 낳고~”
치킨 뿐인가? 치킨에 맥주, ‘치맥’ 또한 한국이 낳은 K-스타일이다. ‘치맥’ 또한 한류 드라마의 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 보급되었다. 드라마의 인기 배우가 치맥을 즐기는 장면은 외국인 시청자에게 곧바로 로망이 되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치맥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동경한다. 실로 이쯤이면 자부심이 샘솟는다. 치맥은 곧 축제를 낳았다. 10여 년 전 달구벌 대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치맥축제가 열린 이후, 현재까지 매년 최대 규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최근 2년간은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대구에서 시작된 치맥축제는 의정부, 제천, 춘천 등 타지방도시들이 벤치마킹하며 전국에 치맥축제 열풍을 가져왔다. 실로 닭은 치킨을 낳고, 치킨은 치맥을 낳고, 치맥은 축제를 낳고, 치맥축제는 대표적인 문화가 되었다.
원래 치킨은 미국 남부 흑인들의 소울푸드였다. 대부분 농장의 노예였던 그들에게 백인 농장주들이 잘 안 먹는 닭 부위나 부속물(갈비, 발, 내장 등)을 그들식으로 불에 구워 나눠먹는 소중한 영양식이었다. 이제는 미국 남부를 넘어 美, 전역에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이 널리 퍼져있지만, 이제 한국의 치킨은 이를 넘볼 기세다.
예부터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사위가 오면 애지중지 키우던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있듯 사위사랑이 극진했다. 대부분 가난했던 우리 농촌에서 씨암탉은 존재감이 남달랐다. 장날, 햇병아리를 사다가 갖은 정성으로 키워내 성체가 된 수탉은 어김없이 새벽녘 자동 ‘알람’ 역할을 하고 암탉은 닭장 속 보송보송한 짚단 속에 매일 아침 두세 알 알토란을 낳아 아침 준비하는 아낙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하는 고마운 존재였다. 알도 낳고 새끼를 번식하는 씨암탉은 우리 농가의 소중한 재산목록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 소 닭 보듯 / 꿩 대신 닭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쓴다
익숙하고 친근한 우리 옛 속담이다. 우리 서민 가정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녹여내듯 우리 한국인의 닭사랑은 정말 유별나다.
다른 ‘닭 거리’를 가볼까? – 춘천 닭갈비 골목, 수원 통닭거리, 안동찜닭골목
닭요리로 가장 유명한 춘천 닭갈비골목은 1960년대 몇몇 가게에서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양념에 제운 후 갈비처럼 숯불에 구워 먹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양배추, 양파, 깻잎, 고구마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철판에 볶아 먹는 형태로 변화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대학생이나 군인들이 즐겨 찾았고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는 애칭을 얻었다.
1970년대 ~ 80년대 춘천 명동 뒷골목에 닭갈비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닭갈비 골목이 형성되었는데 150m 정도의 골목 양쪽으로 닭갈비 가게가 늘어서 있다. 춘천닭갈비와 막국수는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이자 대표 축제로도 유명해졌다. 한국인의 닭사랑이 변하지 않는 한 춘천닭갈비는 대한민국 대표음식의 당당한 일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통닭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2019년 한 해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문구로 유명하다. 그해에 개봉한 한국 영화 ‘극한직업’은 역대급 대흥행을 거두었는데. 공식 집계로 이순신 장군과 명량해전을 그린 ‘명량’ (17,615,618명)에 이어 역대 2위에 오르는 16,266,240명의 관객 기록을 달성했다. 영화 속 등장한 치킨 메뉴 ‘수원 왕갈비 통닭’은 현실로 전이되어 수원 통닭거리의 부활을 가져온 대 히트상품이 되기도 했다.
이미 수원 통닭거리 또한 춘천 닭갈비골목에 이어 수원 화성행궁 근처에 있는 유명 먹자골목이지만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 열풍으로 동반 히트하게 되었다. 진미, 용성, 매향통닭 등 전통으로 유명한 통닭집들이 즐비한 통닭거리는 남녀노소 누구가 찾는 맛거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톡 쏘는 매운맛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안동찜닭‘ 또한 안동이 자랑하는 대표 먹거리이다. 안동 원도심의 전통시장인 안동 구시장에서 탄생한 안동찜닭은 요즘은 주춤하지만 한때 서울과 수도권을 강타한 강력한 맛으로 유명했었다. 안동 구시장에는 1970년대부터 생닭이나 튀김 통닭을 팔던 통닭골목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양념치킨이 유행하면서 닭 골목 상인들은 자구책을 찾아야 했고, 그때 생긴 퓨전요리가 바로 안동찜닭이다. 갈비찜 양념에 당면과 각종 채소를 넣어 물기가 약간 있게 조리한 양념 찜닭이 매콤 달콤한 맛과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으로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통닭골목’은 ‘찜닭골목’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30여 개 점포가 밀집해 주말이면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안동찜닭은 전통음식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보면 안동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안동찜닭과 비슷한 조리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원왕갈비통닭의 통닭거리처럼 처럼 이 골목에도 새로운 스토리가 입혀진다면 어떨까? 영화, 드라마 속 주인공 식객이 비장의 ’ 찜닭‘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일어나는 경쟁 가게들과의 밀고 밀리는 음식 열전(?)! 기대해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