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107, 하이라인파크, 개항의 길, 프롬나드프랑테
대한민국 최초 공중 보행로.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이 지난 5월 20일 개장한 후 이제 3개월이 지났다. 서울시민의 관심 속에 일단 반쯤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개장 당일(5월 20일) 15만 명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 6월 18일까지 약 203만 명이 다녀갔고 얼마 전 개장 100일 즈음해서는 방문객 380만을 넘었다. 수치로만 보면 대성공인 셈이다.
그동안 서울역을 정점으로 분단된 남대문과 철길 넘어 만리동, 청파동까지 보행도로가 연결되어 도심을 가로질러 소통할 수 있고 쇠퇴하던 서부역, 만리동 상권까지 살아난다고 하니 그 효과도 상당한 듯싶다.
45년간 자동차 도로였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와 보수의 고민 끝에 자동차가 아닌 사람에게 양보되어 돌아왔고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서울로 7017의 ‘70’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개통된 1970년의 70, '17’은 2017년에 17개의 보행길로 연결한다는 의미다. 총길이는 지상 214m, 고가 810m를 합쳐 1024m인데 597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앞뒤로 조금 누락된 부분과 홍보비등을 고려하면 대략 650억 가량 들인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로는 보행로의 둥그런 화분 645개에 228종 2만 4085주의 꽃과 나무를 심어 공중정원처럼 꾸몄고 식재나무도 ‘가나다라’ 순으로 배치하여 나름 독특한 발상을 담고 있다. 곳곳에 족욕시설, 공중 카페, 간이무대 등도 설치하여 아기자기하게 볼거리, 즐길거리 구색도 맞추었다.
밤엔 푸른색 위주의 야간조명이 서울로의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어 낮보다는 밤 구경을 선호한다고 한다. 나도 벌써 두어 번 가봤지만... 무더운 날엔, 더욱 저녁 나들이가 제격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조경 디자인 전문가인 네덜란드 '비니 마스'가 총괄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서울로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차별화했다고도 한다. 그의 소신대로, 주장은 주장대로 일리는 있는 얘기지만, 단기적으로는 호평과 비평을 같이 들어야 할 듯하다.
서울시 예산 650여 억 가까이 공들인 이 프로젝트는 뒤탈도 많았다. 개장을 기념하여 특별 제작 전시한 대형 슈즈 트리는 1억 5천 가량 들였지만, 시민들의 비판이 엇갈려 1개월 남짓 예정된 전시기간도 며칠 못 채우고 조기 철거되었다.
개장 초기 서둘러 방문한 수많은 방문객에게는 오직 땡볕만이 반겨, 서울시는 부랴부랴 인공텐트(마키텐드, 몽골텐트라고도 한다)를 수십 개 설치하고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하여 간이의자(플라스틱)도 공수해서 운영했다.
개장과 더불어 몰려드는 노숙인을 감당 못해 야간 교대인력도 급히 확충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급기야는 개장 후 보름도 안지나 외국인(카자흐스탄인)이 추락,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나 안전 문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가 옆 유리 방벽을 급히 보완하는 급 처방도 내리고 안전 경비요원을 대폭 늘렸다.
서울로 바닥 곳곳에 균열(금)이 생겨 여기저기 땜질 보수하는 상처가 많아져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228종의 식물은 야외 수목원 정원을 방불케 했으나 식물 고유의 생태습성을 도외시한 채 가나다라식 배열로 심어 응달(음지)에 적합한 식물이 한낮 뜨거운 태양빛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미리 시들어 버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일부 식물학자와 생태학자, 환경 관련 단체들의 비판이 연이어졌다. 게다가 무슨 콘셉트인지 온통 시멘트(콘크리트) 일색이어서 자연과 식물관의 조화가 어색하다는 평이다. 대부분의 식물 식재를 커다란 화분 속에 심은 형식이어서 과연 향후 몇 년 안에 이 많은 나무들이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서울로 7017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이른 듯하다.
서울시의 꾸준한 관리 지원책 강구와 전문적 연구, 개선에 대한 의지를 권한다. 앞선 몇 가지 부실 대응처럼 더 이상의 일회성이나 땜질 처방, 늦장 대응은 곤란하다.
서울로 7017 해외 벤치마킹 사례
뉴욕 ‘하이라인파크’/ 요코하마 ‘개항의 길’, /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서울로 7017] 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에 미국 방문 시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오늘날 서울로 가 탄생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사람중심, 소통 중심, 보행중심의 ‘서울로 7017’은 훌륭한 정책 성과물이다. 기존의 자동차 도로를 개량 보수를 해도, 철거하는데도 각각 수백억이 들었을 텐데, 고가 보행도로를 완성한 것은 과감한 결정이었다.
청계천이 무수한 반대와 비난에 부딪혔지만,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이자 관광지로, 서울시민의 사랑받는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자.
이제 ‘서울로’의 벤치마킹 사례를 살펴볼까?
[뉴욕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
하이라인 파크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사이드에서 운행됐던 2.4㎞의 도심철도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화물 운송을 위해 1934년 개통된 이 고가철로는 1980년 기차 운행이 중단된 뒤 야생식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흉물이었다.
부동산업자와 지주들은 흉물로 방치된 철도의 완전 철거를 주장했지만 시민들은 “역사의 숨결”이라며 보존을 요구했다. 1999년에 Joshua David, Robert Hammond라는 두 시민이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면서 버려진 철도를 공원으로 재건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였고, 결국 총 2.3Km의 철로 중 1.6km가 현재의 하이라인 파크로 완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지상 9m 높이의 폐(廢) 선로에 나무와 꽃을 심고 정원과 쉼터를 조성해 드디어 2009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느릿느릿’이 상징인 보행로에는 앉을 곳, 누울 곳, 감상할 곳이 많아 연간 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뉴욕의 대표 명소가 됐다. 인위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도시와 자연, 사람과 휴식이 자유롭게 조화하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뉴요커와 방문객들은 부담 없이 쉬고, 힐링하며 만끽한다
하이라인 파크 근처에는 구글 등 유명기업들의 본사가 자리를 잡고, 창의적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인근에 첼시마켓 또한 뉴요커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하이라인파크처럼 훌륭한 풍광의 허드슨강 같은 자연경관은 부족하지만 ‘서울로’도 서울의 관문. 서울역과 백화점, 남대문시장, 숭례문 등이 위치해 관광자원으로는 더 좋은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요코하마 ‘개항의 길’]
일본 요코하마의 명소인 ‘개항의 길’도 75년 동안 쓰인 철로가 산책길로 재탄생한 곳이다. 요코하마는 1859년 미·일 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개항장이 된 뒤 일본 최대의 항만으로 발돋움했다.
‘개항의 길’은 1911년 개통돼 1985년까지 사용됐던 사쿠라기초역~야마시타공원의 3.2㎞ 철로 구간을 말한다. 이 길은 2002년 해안선을 따라 보행 전용 산책로로 바뀌고 주변에 공원이 들어섰다.
길 중간마다 공원이 있는 데다, 1911~1913년 창고로 만들어졌다가 2002년 쇼핑·음식점으로 재개장한 아카렌가, 원형 육교 등이 있어 주말에는 수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좋다. 시는 이들을 배려해 2인용 의자를 설치하고 거리 조명도 너무 밝지 않게 했다.
복잡한 설치물이나 조경 대신 쾌적하고 편안한 보행을 위해 디자인되었으며 가급적 요코하마의 경관과 어울리도록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개항의 길’ 인근에는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296m), 요코하마 베이브리지와 거대한 원형의 놀이공원 관람차가 눈앞에 펼쳐져있다. 밤이 되면 다양한 빛깔의 조명 일루미네이션이 켜지는데 홍콩 야경이 안 부러울 정도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Promnade prante)]
프랑스 파리에는 ‘프롬나드 플랑테’(Prome nade Plante, 가로수 산책길)가 있다. 파리 12구역의 버려진 고가철도 위에 지은 4.7㎞ 길이의 선형 공원이다. 이 철로는 1859년 화물수송을 위해 건설된 것으로 사용되다, 1969년 이후 노선이 폐쇄되고 방치되었지만 1985년부터 재개발 협의기구가 발족하면서 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1993년 완공된 ‘프롬나드 플랑테’는 ‘세계 최초의 고가 공원’이자, 이후 뉴욕 하이라인 파크에 영감을 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 ‘서울로’도 근원을 따라가면 이곳에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플롬 나드 프랑 테’ 눈 말 그대로 식물을 심은 산책로 (Planted Promenade)라는 의미라고 한다.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행전용 선형공원이며 아틀리에, 산책로, 소정원, 광장, 어린이놀이터, 카페테리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이할 점은 철로 고가 부분은 자연 그대로의 조경과 좁은 보행로, 도심 속 산책로의 기능에 충실하였고, 고가철로 아래 아치 공간은 각종 예술공방, 악기상, 금속, 섬유 공방 및 소품 가게들이 입주하고 있다. 예술, 문화의 도시 파리다운 콘셉트이다.
유명한 영화 '비포 선 셋(Before sunset'에서 시내의 카페를 나선 주인공들이 센강변 쪽으로 가자며 걸어가는 장면은 바로 프롬나드 플랑트(Promenade Plante)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고가 다리에 만들어진 산책로와 적절히 배치된 꽃과 나무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빛나는 여주인공 셀린느의 행복한 모습이 떠오른다.
[도시문화마케팅-Y어반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