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간이역이 지역 관광의 주역으로...
가끔 전철을 타다 보면 광고홍보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는데, 무심코 바라본 코레일 홍보 내용중에 몇몇 간이역에 대한 소개 영상이 기억난다. 전국에 작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정취, 스토리를 간직한 역이 있는데, 얼마 전에 본 영상은 경북 예천의 용궁역이었다.
용궁역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미 쫴 유명해진 간이역이다.
[용궁역과 토끼간빵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용궁역은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작은 기차역으로 산양역과 개포역 사이에 있다. 2004년 무배치 간이역(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격하되었고 무궁화호가 운행되며 여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작은 간이역에 불과한 역이다.
용궁역에 도착하면 먼저 역사 입구에 청룡 상징물이 반기는데 역시 용이 감싸고 있는 마을 회룡포를 상징하고 있다. 회룡포는 안동의 하회마을, 영주의 무섬마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물돌이동으로 꼽힌다. 하천이 굽이굽이 마을을 회돌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용궁면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과 장소가 수두룩하다. 회룡포는 물줄기가 용의 형상과 닮아 붙은 이름이다. 회룡포를 감싸고 있는 비룡산(264m)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는, 낙동강 합류 지점의 늪인 용담소(龍潭沼)와 용두소(龍頭沼)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용담소와 용두소의 물 밑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광활한 별류 천지를 이루고 있어 용두소를 숫용, 용담소를 암용이라 하였고, 부부가 된 용은 이 지역의 수호신으로 한해(旱害)가 있거나 질병으로 인한 재앙이 있을 때는 용왕에게 정성을 드리면 효험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용궁역은 무배치 간이역으로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이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려면 일단 기차에 올라타서 승무원에게 차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갈수록 이용객이 줄어들어 이마저도 조만간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양이역장으로 유명한 와카야마 철도노선의 키시역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2013년 4월. 용궁역은 갑자기 지역 명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역시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화의 주역은 바로 토끼간빵인데, 지역명에 고전설화 [별주부전]의 이야기를 얹혀 예천군에서 개발한 빵이다. 토끼간빵 스토리는 용궁역의 이름에서 착안해 옛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패러디 각색한 단순한 시도였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어린시절 모두 읽었을 우리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기억해보자.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간 자라와 자라 꾐에 넘어가 바닷속 용왕 앞에까지 간 토끼가 재치 있는 대응으로 다시 살아 돌아와 달아난다는 이야기다.
용궁역은 경북선 기차역인 동시에 빵집으로 통한다. 무인역으로 변하면서 방치됐던 매표소에 토끼간빵이란 빵가게가 들어섰고 그 맞은편에는 자라카페도 자리 잡았다.. 간이역에 토끼간빵집과 자라카페가 들어서면서 이곳이 새롭게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용궁역 담벼락에는 토끼간빵 벽화가 차례로 그려져 있어 관광객에게 포토존으로 인기다. 용궁역 앞에 우뚝 서 있는 용궁상, 회룡포를 포함해 용궁역 구석구석에 아기자한 구경거리가 배치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토끼 간 빵은 사회적 기업으로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데, 토끼간빵에는 몸에 좋은 통밀, 팥, 호두, 헛개나무 등이 들어가 맛도 일품이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기에 팥 등 재료도 아끼지 않고 듬뿍듬뿍 속재료를 사용하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이후부터 토끼간빵은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간이역 용궁역에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이변을 연출했다. 토끼간빵은 택배 서비스 없이도 연매출 5억 원 이상을 올릴 만큼 이 지역 대표 특산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용궁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용궁역 바로 인근에는 용궁시장이 있다.
용궁시장도 용궁역의 인기에 힘입어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용궁순대집, 용궁카페등이 생겨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용궁카페에는 용푸치노라는 신메뉴가 등장했는데, 토끼간빵과 곁들이면 제격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