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혼으로 완성한 리우. 셀라론 계단
리우(브라질)의 명물. 셀라론 계단
브라질. 리우는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세계 3대 미항에, 정열적인 리오 카니발축제,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 코르도바산, 그리고 리오의 상징이자 서민의 애환이 담긴 파벨라까지...
그리고 한가지 더 있다. (사실 꼽으라면 열손가락으로 모자라지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라파(Lapa)와 산타 테레사(Santa Teresa) 지역 사이에 마우네우 카르네이루(Manuel Carneiro) 거리에 가면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물이 또 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도자(세라믹)타일로 공들여 만들어진 이른바 [셀라론의 계단]이다.
필자도 최근 2년간 국내 최대 도자예술마을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도자, 세라믹에 대한 관심이 많다. 세라믹은 흙과 불과 물의 혼합, 그리고 예술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셀라론 계단은 리오의 서민 빈민촌에 있는 흔한 계단이 한 예술가의 혼(魂)으로 탈바꿈했다.
영혼의 예술가는 바로 칠레출신 예술가. 호르헤 셀라론이다.
그는 리우에 정착한뒤 1990년부터 세라믹 타일을 붙여 2013년 사망할 때까지, 약 23년의 세월을 공들여 예술로 승화시킨 계단 작픔을 남겼다. 계단은 총 215개이며,높이 125m로 60개국으로부터 수집한 2,000개가 넘는 타일로 독특하고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다.
호르헤 셀라론은 1947년 칠레에서 태어나, 이후 50개국을 여행하면서 가난한 화가, 조각가로 살다가 1983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정착하였다. 1990년부터 그가 살던 빈민가의 허물어진 계단을 개조하기 시작해 초창기에는 여러 건설 현장과 리우 거리의 도시 폐기물 더미에서 수거한 타일로 만들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독특한 외모에 집념어린 예술가. 셀라론의 작품을 본 방문객이 늘면서 나중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타일조각이나 현금등 기부가 이어졌다. 작품중에 수놓아진 파랑, 초록, 노란색의 세라믹 타일은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관광객이 기부한 타일도 있는데 태극문양의 타일이 계단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아쉽게도,
2013년. 작품이 거의 완성되어갈 무렵 셀라론은 계단 작품에서 쓰러져 사망한 채로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다. 소외된 빈민의 이웃으로서 빈민촌 산동네에 오르는 길고 긴 계단을 영혼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재창조했다.
셀라론 계단은 이후 여러 매체에 소개돼면서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유치 홍보 영상에도 등장할만큼 이제 브라질과 리우시민들의 자부심이 되었다. 비록 자국 출신 예술가는 아니지만 브라질 국민들도 집녑과 영혼의 예술가. 셀라론을 존경해 마지 않는다.
셀라론 계단은 빈민가 산타 테레사에서 라파로 이어진다.
계단 양 벽에도 타일로 만든 그림들과 그라피티들이 가득 차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을 패러디한 그림도 있고 무너진 집이나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도 있다. 이제 셀라론 계단은 지역을 탈바꿈시켜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문화지역으로, 사람들의 담소 공간이면서 자유를 성취해 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듯 둘러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계단에 편히 걸터 앉아 서로 마음을 공유하고 예술혼을 감상한다. 한 예술가의 열정과 주민들의 합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정성이 모여 함께 만든 걸작품이 된 것이다.
셀라론의 열정을 보고자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이 계단을 찾는다.
'우리도 문화 계단이 있다!'
한 예술가의 발상과 집념으로 태어난 셀라론 계단처럼 뛰어난 명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제법 유명한 명소의 계단들이 존재한다.
이화동 벽화마을의 해바라기꽃 벽화 계단과 잉어 벽화계단도 한때 유명세를 탔지만, 아쉽게도 마을주민에게 훼손되어 그 생명은 꺼지고 말았다. 하지만 조만간 상생과 발전, 그리고 미래를 위한 타협이 이루어지면 이화동의 계단에 새로운 창작품이 들어설수도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계단이 있다는데?
바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이다. 이 계단은 이미 주말이나 봄, 가을에 시민을 위한 다양한 공연행사가 펼쳐지는 예술 무대이기도 하다.
그 뿐인가?
세종아트홀의 전시작품을 홍보하는 홍보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세월호의 깊은 아픔을 위로하는 메시지 계단이 되기도 한다. 각종 집회의 장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시위 방어 경찰의 집결지역할도 가끔 한다.
부산에는 90년대 간판 한국영화였던 ‘인정사정 볼것없다’등 많은 영화속 장면에 자주 등장한 나름 유명한 계단이 있는데 이른바 ‘부산 중앙동 40계단’이다. 지금도 문화관광 테마거리와 더불어 부산 시민과 관광객에게 문화 감성과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다.
서울 이태원에도 입소문이 난 계단이 있다.
주말이면 젊은 디자이너들이 손수 자신의 공예, 악세서리를 전시,판매하는 계단 플리마켓의 역할을 해내며 또 다른 문화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도 도시의 일부로서, 마을의 애환으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장소들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 모두 창의적으로, 열정적으로 이 곳을 적극 사랑할 필요가 있다.
[도시문화마케팅 연구소 - Y어반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