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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Aug 28. 2017

한,일 실버스트리트.
락희거리와 스가모거리

한.일 실버특화거리 탐구

#. 한국-일본 실버특화거리 비교   

 


락희 거리(종로) vs 스가모 거리(도쿄)   

     

#1. 종로 락희(樂喜)거리 - 시작이 아니라 과정과 결과가 좋아야~한다.        


악기상가로 유명한 종로 낙원상가를 내려오면 오랜 세월이 녹아있는 추억의 거리가 펼쳐진다. 90년대이후 단성사, 피카디리등 대표 영화관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명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인 종로3가 일대는 수많은 청춘들이 발길이 점점 뜸해지더니 급기야 상당수 이곳을 떠나게 된다. 뒤를 이어 탑골공원, 종묘공원과 함께 종로3가역 일대는 노인세대들의 아지트로 변화하게 되었다.


활기차고 넉넉하고 건강한 노년 신사들이 모이는 곳이라기 보다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하고 소외된, 쓸쓸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특히나 이곳은 예전부터 영업을 해오던 비교적 저렴한 음식점과 선술집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노년층에게는 더 없이 반가울 따름이다.    


2016년 7월~11월. 4개월동안 서울시는 노인들이 많이 찾는 이 일대에 즉,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m 구간에 ‘락희(樂喜)거리’를 만들었다. 락희는 이름 그대로 어르신들에게 즐겁고 기쁜 거리라는 의미다.



발상은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일본 도쿄의 스가모 거리를 벤치마킹했다. 2억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간 내 업소 11곳의 간판을 교체하고, 각 업소에 지팡이 거치대, 돋보기 등 노인 편의시설을 지원했다. 곳곳에 엣 추억의 영화들을 벽화로 꾸미고 원로 코미디언 송해 선생님을 모델로 간이무대 벽화까지 제작했다.

     

이 일대에는 이른바 송해 단골집. 60년 소문난 해장국집이 아직도 성업중이고, 2천원~3천원에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저렴한 식당도 곳곳에 있다. 근처에 위치한 한국통닭집은 한 마리 4천원에 대낮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3,500원 이발집도 있다.


추억의 LP판을 틀어주는 실버전용 다방도 등장했다. 거리에 있는 스무 개 남짓한 상점들 가운데 11곳은 ‘상냥한 가게’로 지정됐다. ‘상냥한 가게’ 가운데 한 곳인 카페 ‘추억 더하기’에서는 이색적인 메뉴판을 만날 수 있다. 메뉴판의 글자와 사진이 다른 곳보다 훨씬 크고 굵직하다. 돋보기 없이도 어르신들이 편하게 주문하라는 배려다.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테이블에 ‘지팡이 거치대’도 마련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시작은 좋은 듯 했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 노인들의 거리로 만들겠다던 야심은 어디가고, 1년이 다되가는 현재는 더 이상 나아진 모습이 아니다. 요새 듣자하니 처음에 도입한 각종 서비스들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어르신에게는 무료로 생수를 나누어준다는 가게들도 서울시의 지원이 거의 없어 지금은 생수를 나눌수가 없다 한다.  더 이상의 착한가게나 상냥한 가게, 새로운 서비스를 갖춘 가게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숙자나 취객이 해가 지면 점령하는 현실이다.



아마도 해당 지자체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터이다. 늘 그렇듯이 예산타령이 첫 이유이고, 지역 상권과 방문객, 노년층의 각기다른 성향과 셈범이 또 이유일게다. 도시마케팅은 일시적 효과를 위한 단발정책에 머물르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이제 겨우 100M거리를 조성해 놓았을 뿐이다. 점차 확대하여 낙원상가~락희거리~탑골공원~종로3가역에 이르는 말끔하고 정겹고 즐거운 거리를 조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듯하다.    


마침 새 정부의 공약중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마련되어 가고 있다. 이참에 기왕 첫발을 내딘 종로 3가 ‘락희거리’를 진정한 어르신의 행복한 거리로 계속 추진하고 더 나아가 서울 한복판에 외국 노년층 관광객들도 기꺼이 방문할 수 있도록 지혜를 더 모아야 하겠다.    



#2. 스가모 거리 - 노인들의 천국, 연 1,000만명이 찾는 실버특화거리    


시작하자마자 퇴색 조짐이 보이는 종로 락희거리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대표 실버거리. 도쿄 도시마구에 위치한 스가모 거리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스가모거리를 야심차게 벤치마킹하겠다던 종로 락희거리의 결기가 무색해진다. 차리라 말이나 꺼내지 말지.    


매년 천만의 일본 노인들이 찾는 도쿄. 스가모 거리의 매력과 힘은 무엇일까?   

 

주말이면 노인층 방문객들이 넘쳐나는 스가모거리

노인들의 천국, 스가모 거리.    

젊은이들이 모이는 도쿄의 패션 1번지 하라주쿠만큼 노인들이 많이 몰린다고 해서 노인들의 하라주쿠라고도 불린다.     


스가모 거리 약 800m에 이르는 이 거리엔 옷집, 식당, 제과점, 안경점, 까페 등 200여곳의 가게가 늘어서 있는데 대부분 노인층 전문 상점이다. 모든 가게와 상품은 고령층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색깔, 스타일, 맛으로 채워졌다. 제과점엔 호두·건포도 빵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고, 옷 가게도 화려한 옷보다 노인 취향에 맞게 수수한 디자인 위주이다.    

 

스가모 거리인근의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는 고령층을 배려해 가동속도가 30% 느리게 조정된다. 상점, 가게마다 붙어있는 가격표의 글씨는 노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바닥만한 큰 글자체 일색이다. 멀리서도 쉽게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스가모거리의 다양한 노인 상점들

도시마구청은 2014년부터 스가모거리에 모든 보도 턱을 없애는 공사를 했다고 한다. 노년층의 거리 보행상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길을 평탄하게 만들어 혹시나 하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또한 거리 곳곳에 쉼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듯 일본 사람들의 스가모 거리 구석구석에서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스가모거리는 대표적 상점들이 있는데, 이른바 빨간 내복 가게이다.빨간 내복을 파는 곳이 여기저기 있는 것도 이채로웠는데, 일본인들은 빨간 내복이 힘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여긴다고 한다. 주로 할머니들이 많이 찾는 빨간 내복은 '핫 아이템'이자 '스테디셀러'다.  

   

빨간 내복 전문 상점이 즐비하다


스가모 거리는 명성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91년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사찰 '고간지(高岩寺)'에 참배하려는 노인들이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사찰 마당에 있는 향불 연기를 아픈 부위에 쐬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소문에 노인들이 많이 찾았다. 

최근에는 절보다 노인들을 배려한 시설과 쇼핑 환경 덕분에 노인들의 '쇼핑 천국'이 됐다. 

덕분에 이제는 일본내 노년층만 아니라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세계 각국의 도시정책 관계자와 세계 실버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도 다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물론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시간을 소비하고, 값싼 음식점위주로 저렴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다. 다만 인근 종로 2가(관철동)의 비교적 젊은 거리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역사적 공간이 즐비한 탑골공원, 종묘공원, 낙원상가 문화테마 거리, 락희거리가 상호 결합하여 쾌적하고 즐거운,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명품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도시문화마케팅-Y어반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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