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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Dec 16. 2020

내 인생 첫 자동차 사고로 알게 된 것들

나의 첫 자동차 사고로 알게 된 것들

월요일 아침, 첫 자동차 사고를 냈다.


매일 같은 출근길, 오늘도 왕복 50km 가까이 되는 길의 운전에 나섰다. 일 년 넘게 같은 길을 운전하다 보니 어떤 순간이 위험한지, 어떤 차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운전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너무 익숙해져 버린 출퇴근길 운전을 스스로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심하던 찰나였다


우회전하는 차선을 따라 우회전을 하는 순간 앞 앞차의 급정거에 앞차가 급정거를 했고, 내 우측 차선에서 주차되어있다가 시동을 걸고 있는 차를 아주 잠깐 보고 있던 나는 앞차의 급정거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콩'


앞차의 뒤 범퍼를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박았고, 조수석과 뒷좌석에 있던 짐들이 와르르 쏟아져 버렸다.


너무 당황스러운 마음에 차에서 내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고, 회사에 사고가 나서 조금 늦는다는 전화를 하고 곧장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첫 사고에 떨리는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은 상태로 휴대전화를 들었다. 콜센터 직원과 연결되기 전까지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고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하며 사고 접수를 할 수 있었다


보험회사 직원이 왔고, 사고 접수를 했다.


안전거리 미확보로 나의 과실이 100프로가 되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피해차량은 귀가를 했고, 나 역시 일 년을 함께한 경차 = 두부의 아픈 모습을 보며 회사로 출근을 했다






상대적으로 내 주변을 돌아봐도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운전을 하는 비율이 더 높아서 일까, 친구들을 만나 자동차 사고 에피소드를 들은 적은 거의 없었고 나 역시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고처리를 하면서 생각보다 마음을 쓰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꼈던 첫 사고였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첫 자동차 사고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이었다. 혹시 모를 자동차 사고를 대비해서 나처럼 운전을 한지 이제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고가 나지 않았고 주변에서 자동차 사고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는 초보운전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사고를 처리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보험회사와 연계된 업체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자

우선 피해차량보다 내차의 차량의 손상이 더 심해 보였다. 경차가 승용차를 박았으니, 내차의 앞 범퍼가 들려 있었고 라이트는 한쪽이 손상돼서 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당황스러운 마음에 차를 회사로 끌고 왔고, 보험사와 연계된 정비소에서 차를 가지러 회사로 왔다


점심시간에 수리 견적을 받았고, 큰 사고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을 새 걸로 교체하는 비용이 140~160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를 하려고 해도, 100만 원 미만이면 20만 원 부담하면 되지만 100만 원 이상일 경우 수리비용의 20%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분명 큰 사고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리 견적이 어마어마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자주 가던 카센터에 연락을 했고, 아는 정비소를 소개해주셔서 차를 옮기기로 했다. 최대한 모든 걸 교체하기보다 수리할 수 있는 부분을 수리했고, 결론적으로 내가 수리한 곳에서 견적은 55만 원이 나왔다.


그랬다, 나는 정비소 입장에서 자동차를 잘 모르는 젊은 여성고객이었다.


자동차를 잘 모르니 정비소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견적이었던 것 같다. 첫 자동차 사고를 내는 이들이여, 사고가 난 차량은 보험회사에서 소개해주는 업체가 아니라 내가 알아본 곳으로 가는 게 더 유리할 듯하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고 난 당일에는 당황스러워서 보험회사에서 해주는 대로 다 오케이를 외칠 뻔했다. 당황스럽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피해차량의 운전자는 병원을 열심히 다닌다는 사실


보험회사와 사고처리가 끝나고 나의 부주의로 피해차량의 운전자 역시 피해를 봤기 때문에 피해차량의 운전자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고,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는 다시 집으로 귀가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다음 일정이 집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했지만 최대한 아무 일이 없기만을 기다렸다


보험회사에서 오는 연락을 간간히 받았고, 피해차량의 운전자가 의사의 말에 따라 한의원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검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치료만 열심히 받고 있다고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나의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너무 잦은 병원행에 조금 너무 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사고처리가 마무리되는 날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피해차량의 운전자는 대인 보험금을 170만 원을 받아갔다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차량을 고치는 보험금보다 운전자의 대인 보험금이 훨씬 더 많이 나갔다, 병원을 열심히 다닌 그대여. 월요일 출근길이 아니라 집으로 출근하던 그대여, 한 달치 월급을 줬다고 생각해야겠다. 사고를 낸 나의 잘못이기에, 앞으로는 더 조심조심 운전을 해야겠다.



사고 이후로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여전히 매일같이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사고 직후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모든 차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차선을 변경하는 차들도 무서웠고, 갑자기 끼어들 것만 같아 경계를 늦추지 못한다


무엇보다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고, 자동차 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상하게 되는 일들이 잦아졌다


큰 사고가 아녔기에 정말 다행이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 강해졌고, 튼튼한 차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임은 분명하지만, 주의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던 사고였다






나의 첫 자동차 사고,


생각보다 더 떨려오는 마음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유연하지 못했고, 조급했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사고를 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첫 사고였다.


사고를 내는,

사고를 당하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조심 또 조심하는 운전자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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