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전자가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

여성운전자가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세상이라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지는 날

by 윤슬

오늘 운전을 하다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112를 눌렀다


따르릉, 정확히 3초가 되지 않는 시간에 전화를 받으셨고 나는 최대한 차분한 마음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고 또 다른 전화를 기다렸다. 접수가 되고 나서 담당 경찰관이 전화가 왔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이미 2시간 정도가 지난 상황이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다음에는 더 빠르게 신고를 하겠다는 이야기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야 했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마음이지만, 오늘의 상황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공포감을 주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파란 하늘이 아름다웠던 오늘, 맑은 하늘에 빛나는 윤슬과 붉은 노을을 보고 싶어 자주 찾는 곳으로 향했다. 저수지가 보이고 주변에 카페도 많아서 주말이면 사람이 북적이는 곳, 평일이라 조금 한적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차도 사람도 늘 있는 곳이라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6시가 안된 시각, 반짝이는 윤슬이 반가워 잠깐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잠시 차를 옮기려고 시동을 켰다


햇빛이 아직 쨍한 시간이라 주변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그저 오늘은 조금 한가하다는 느낌만 있었다. 차를 옮기려고 하는데 뒤에 승용차 한 대가 보이기 시작했고, 잠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차라고 생각했다. "뭐지?"라는 생각과 햇빛이 눈부셔 차를 바로 옆으로 옮겼는데 그 차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또다시 거리를 유지하며 뒤쪽에 멈춰 있는 차를 보며 의아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내차를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라니, 심리적으로 공포감이 몰려왔다. 안 되겠다 싶어 차를 근처 카페 앞에 주차를 하니 그제야 알 수 없던 차가 나를 지나쳐갔다


쿵쾅쿵쾅,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저 두려움과 공포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블랙박스를 확인했고, 목적지에 다와 갈 때쯤 알 수 없던 차는 거리를 두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보복운전을 생각했지만, 나는 시비가 붙었던 차도 없었고 그 차는 내가 오던 길 중간부터 나를 따라오고 있었던 차였다.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다 오려고 했던 나의 계획을 뒤로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공포심은 잊을 수가 없다



여성운전자들은 왜 공포감을 느껴야 하는 걸까



처음 운전을 시작한 건 24살 여름이었다

운전을 먼저 시작한 친구가 운전대를 잡게 해 주면서 나의 첫 운전이 시작되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운전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만 간혹 운전을 했고,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엄마 차로 운전 연습을 했고, 언니의 차를 물려받아 1년 동안 운전을 했다. 그리고 인생 첫 차를 사면서 365일 운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초보 운전이었던 시절에는 운전대를 잡는 일 자체가 공포였다. 차선을 끼어드는 일이 무서웠고, 네비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이 무서웠다. 그저 내 앞을 보는 일이 분주했기에 다른 차들이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도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던 시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운전을 하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가고 운전이 어느 정도 능숙해지고 있는 요즘에는 여성운전자로서의 심리적 공포감을 느끼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운전자로서도 심리적으로 공포감을 느끼곤 하는데, 여성운전자라는 사실만으로 느껴야 하는 심리적 공포감이 이제는 혼자 하는 운전이 두려워지려고 한다


내가 여성운전자라는 이유로 심리적인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하다


사실 여성운전자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아닐 테지만,

내가 여성운전자로서 느꼈던 심리적 공포감들을 나누고 더 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운전을 빠르게 하지도 못하는 편이고,

운전을 하면서도 여전히 운전을 무서워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저 내가 여성운전자라서 더 무섭게 느껴졌던 상황들이었고, 여전히 나에게 운전을 하면서 느껴지는 심리적 공포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못 본 척하고, 피해 가는 것이 답일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도로 위에서 창문을 두드렸던 사람
: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더라도 창문을 내리지 말자


한 번은 직진 차와 옆길에서 올라오던 차가 합류되는 구간이 있었다


나는 옆길에서 올라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옆으로 들어가야 했던 상황이었다. 한대의 차를 보내고,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깜빡이를 켜고 좌측으로 움직이던 중에 어떤 차가 "빵"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나를 지나쳐갔다. 너무 놀란 나머지 좌측으로 가다 다시 우측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좌측을 확인했을 때는 차가 없었는데,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 차가 내 앞을 막았던 것이다. 분명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너무 놀랐던 나머지 빵을 하지 못하고, 라이트를 한번 껐다 켰다. 도로 위에서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조심해달라" 정도의 의미였다. 그렇게 길을 따라 우회전을 하려 하는데, 아까 그 차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세우더니 내차가 가는 걸 보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설마 나를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우회전을 했고 신호에 걸려 있던 중에, 뒤에서 내려 걸어오는 사람이 보인다


창문을 두드리면서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을 했고 "니 뭔데 라이트를 켜는데?"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다행히 신호가 바뀌면서 바로 출발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 내차를 따라온다는 공포감과 직접 차에서 내려 창문을 두드릴 때의 공포감을 잊을 수 없다. 아마 내가 여성운전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따라왔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저 여성운전자를 약자로 보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길을 가다 급정거를 하고 길을 막았던 사람
: 난폭한 운전자들은 피하는 게 답일까


또 한 번은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급정거를 하며 길을 막았던 사람이었다


동생과 카페에 다녀오는 길에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우회전을 했다. 1차선 도로였고, 그렇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운전을 하고 있는데 뒤차가 "빠아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중앙차선을 넘어 나를 앞질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빵" 소리를 냈더니,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비상등을 켜고 멈춰버렸다


1차선 도로에서 멈춰버린 상황에 너무 놀랐고, 혹시나 나에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을까 두려워 겨우 도망쳐 왔다. 그 차는 내 뒤를 쫓아오면서 내가 우회전을 할 때까지 바짝 붙어서 운전을 했고, 내가 우회전을 하는 그 순간에도 "빠아아아앙"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별일 없이 그 차가 갈길을 가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슬퍼졌다


그 후로부터 쭉 생각했다, 여성운전자가 혼자 운전을 할 때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하며 누군가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난폭 운전을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저 내가 여자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공포심을 느끼고 있지만, 간혹 어떤 운전자들은 내가 여자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더 큰 공포심을 안겨주려고 한다는 사실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내가 여성 운전자라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고 뉴스를 찾아보았다. 여성운전자의 차에 타겠다며 모르는 남성이 따라왔다는 사건, 휴게소에서부터 따라온 남성을 신고했지만 피해 사실이 없어 아무 조치를 받지 못했던 여성의 이야기, 마트에서 혼자 타는 여성운전자를 따라왔다는 사건 등등, 내가 여성운전자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두려워해야 할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럼 나는 앞으로 여성운전자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이전처럼 나에게 있던 일들을 그저 모르는 척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 길 위에서 나를 위협해도 그저 아무런 행동 없이 내 갈길을 가야 할 것이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이라도 그저 내가 여성운전자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저 모르는 척 지나가야 한다. 오늘처럼 누군가 내 뒤를 쫓아오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낄 때는 그 자리를 피해 신고를 해야 할 것이다. 적어 놓고 보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가 그저 여성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공포심을 느끼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일들이 현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흐려진다


왜 여성 운전자는 약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왜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운전자는 위협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걸까


여성운전자로서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날들이 많다. 차에 타자마자 1초 만에 차문을 잠그곤 한다. 잠깐 정차를 할 일이 있을 때는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문이 열리면 깜짝 놀라 문을 잠그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차에 타야 할 때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일도 습관이 되었고, 여전히 도로 위에서의 모든 상황들이 나에게는 두렵게만 느껴진다. 운전을 하면서 삶이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또 다른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껴야 하는 날들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여성운전자라는 사실에 심리적 공포감을 느끼는 날들이 많고 앞으로도 많을 테지만 한 번의 상황들이 지나쳐 간 자리에 남은 흔적들을 마주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곤 한다. 여성운전자에게 안전한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그저 내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된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처럼 운전을 해야 하지만, 공포심이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저 조심 또 조심하기를, 필요한 상황에는 112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간혹 공포심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럴 때일수록 놀란 마음을 꼭 안아주기를 바란다. 오늘도 운전을 해야만 하는, 여성운전자들이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상처를 외면했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