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가 불편해지던 날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마음이 달라지니 귀가 닫히기 시작한다

by 윤슬

"아 그래?"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하며 말하던 당신의 눈빛이 당황스러웠다. 1초의 머뭇 거림도 없었고, 눈빛의 떨림 하나 없이 말하던 당신의 눈빛에 끄덕일 수가 없었던 날이었다






누군가와 나의 생각이 무조건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마음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감정을 건네기도 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건네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일어난 상황들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편에 서서 힘을 주는 존재이기를 바라며 살아왔다고 믿어왔던 시간들이었다


나 역시 타인에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안했던 날들이 있었고, 꽤 오랜 시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왔고 아직도 여전히 그때의 일이 떠오를 때면 미안한 감정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러니 타인도 이렇겠지 라고 생각한 건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던 걸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던 일을 누군가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현명한 방향으로 흘려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누군가는 여전히 상처가 되고 있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일에 누군가는 담담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어떤 일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으려 애쓰던 날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당신을 생각했고 또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당신은 온전히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빛이 떨리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내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의 말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이건 아니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저 당신과의 대화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는 점점 길을 잃었다


나 역시 당신과의 대화에서 예민한 부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면, 당신은 내 이야기를 단정 지어버리기도 해서 나는 당황스러움은 더 커져만 갔다. 우리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당신과 나의 귀가 닫히기 시작하니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나 보다. 우리의 마음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우리는 같은 공간 속에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조심히 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까지 내려 마음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사실과 우리의 마음이 같은 방향이라고 착각했던 우리의 시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 시간들이 통째로 흔들리는 경험이 당황스러웠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순간들보다 앞으로 함께 나누어야 할 시간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하곤 한다. 우리의 대화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던 날, 우리는 앞으로 어떤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방향을 알려주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이 선명해질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이 흐려지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시간이 흐를 테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는 것일까. 함께 한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더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여전히 수많은 관계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는 타인과의 관계가 어렵기만 하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함께 하는 관계들은 타인과의 관계 또한 소중히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를 바라본다


우리의 대화 코드가 꼭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 관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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