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차를 집에 두고 나오라니

: 그럼에도 나는 운전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by 윤슬

아마추어 운전 5년

초보 운전 2년

내차로 운전한 지 2년 차


운전 경력이 꽤 되어도 여전히 운전은 무섭다

누군가는 운전이 자신감이라고 했는데, 겁이 많은 편이라 여전히 운전이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건 당연 주차 상황이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은 편인지, 들어가는 입구가 좁지는 않은지 말이다. 비교적 한산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인지 북적이는 도시에 나갈 때면 좌우를 살피느라 나의 운전이 더 조급하게 느껴진다. 뒤에서 빵빵 거리는 차와 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는 차들 사이에서 어딘가로 가야 하는 운전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진다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운전을 하고 가는 일이 편하긴 하지만

가끔은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약속이 있는 날.


대중교통으로는 시간이 두배가 걸려 차를 끌고 나와야만 했다.


일단 한 식당의 휴무일을 확인했고, 그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주택들 사이로 간혹 가게들이 있는 좁은 골목이 있는 동네. 불법 주차를 해놓은 차들 사이로 간신히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이다. 내 앞에서 차가 올 때면 잠시 차를 멈추고 앞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런 좁은 골목의 동네


"차 좀 빼주세요"


한쪽으로는 가게에 물품을 내리는 차가 비상 깜빡이를 켜놓고 비스듬히 차를 세워놓았고, 한쪽으로는 차가 주차가 되어있어서 내가 가운데로 지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꼭 양옆으로 차가 가깝게 있는듯해 지나갈 수 없었다. 빵빵 소리를 내도, 차주는 나타나지 않고 내 뒤에 차들이 줄줄이 기차놀이를 하는 상황이라니 아찔하다


저 멀리서 할아버지 한분이 나타나셨고, 앞이 넓다며 앞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아니 도대체 어디가 넓은 곳이고, 이곳을 지나가다 긁으면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핸들을 조심조심 틀어서 겨우 지나오니 들리는 소리는,

"그렇게 운전할 거면 차를 집에다 두고 나오던지 하지, 나원참"


기가 막혔다.

운전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양쪽으로 불법 주차가 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지나가지 못한 내가 잘못인 걸까


운전을 하면서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양보 운전을 하는 차들 에게는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느끼기도 하고, 시골을 운전할 때면 1차선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차선을 침범해서 꼭 앞으로 가는 차들을 보며 깜짝 놀라곤 한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데도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들은 여전히 아찔하다. 어떤 차는 위협 운전을 하고 자신의 잘못은 모른 체 타인에게 보복 운전을 하는 이들을 볼 때면 여전히 운전은 나에게 두려운 감정을 자주 마주 하는 일이다


운전은,

나에게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여전히 겁을 내는 일이기도 하다


일상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운전은 수많은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일, 운전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요즘은 운전을 하면서 관계를 배우는 중이다.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무례한 사람도 당연히 있음을 인정해야만 나의 운전이 덜 두려울 것이다


회사부터 일상까지, 수많은 관계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어떤 곳에서는 차분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차갑고 까탈스러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왜 그럴까?"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을 갖는 것. 여전히 순간의 감정에 파도가 칠 때면 그럴 수도 있다 라고 인정하는 마음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는 일이 나에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던 오늘


그럴 거면 차를 두고 나오라던 당신에게,

나는 그럼에도 운전을 하면서 세상을 배워갈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처럼 운전 쫄보이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당신에게,

그럼에도 당신은 운전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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