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이겨냈던 코 시린 겨울이라는 계절

: 함께 삶을 고민하며 의지했던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

by 윤슬

"따르릉따르릉"

4년 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이게 누구신가 오랜만이야" 건너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학생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꽤 오랜 시간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에서 만나서 인연이 된 관계들은 멀어진다는 걸 느끼고 있는 시점이었다


회사에서 만났지만 여전히 친구 같은 동료들,

소식이 궁금할 때마다 1년 만에 연락을 해도 반가움으로 인사를 전하는 동기들이 고맙기만 하다


인생 첫 영업사원 도전기


우리는 4년 전 한 회 사에서 만난 동기들이다.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한 회 사의 영업 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입사를 했고, 친구들은 1년 후배로 들어온 7명의 후배들이었다. 나와 나이가 같거나 한 살 아래여서 모두가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영업 사원의 특성상 함께 하는 업무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사적으로도 꽤 가깝게 지내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기존의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들이 대다수였다.

영업직의 특성상 대부분의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힘들어서 어떡해" 정도의 답변이 돌아왔고, 나의 상황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떤 부분을 이야기해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이 없었기에 마음의 병이 깊어지는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더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자주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7명이 함께 했기에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업사원이 되었던 우리, 일을 시작한 시기가 비슷했기에 일적으로도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업무 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영업 실적으로 급여를 받았기에 수많은 부분을 함께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든든한 존재였다


코트에 패딩까지 입었던 코 시린 겨울의 추억


코가 시린 겨울의 출근길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겨울의 새벽 6시 30분, 코트를 입고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출근을 한다


추운 겨울이면 스타킹에 구두를 신기보다 운동화를 신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미끄러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고, 코트만 입고 이동하는 게 추운 한겨울에는 코트에 패딩까지 겹겹이 입고 추위를 이겨내야 했다. 꽁꽁 얼어 버린 손을 녹이지 못한 채로 버스에 오르고 자리가 없는 날이면 서서 꾸벅꾸벅 졸면서 회사에 도착하곤 했다


우리는 오전 회의를 하고 나면 우리는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자주 오는 식당이라 매번 비슷한 메뉴를 먹었고, 어떤 날은 사다리 타기를 해서 음식값을 안내는 날도 있었다. 코끝이 시린 날에는 보글보글 먹음직스러운 찌개 집에서 계란 프라이를 몇 개 추가해 허기진 아침을 달래곤 했다. 밥을 먹으면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전국 곳곳으로 향한다. 그나마 경기도가 가까운 편이고, 부산이나 대구로 가는 동료도 있었고, 충청도로 이동하는 동료도 있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는 고객이 우리를 찾는 곳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반듯한 정장에 구두 깔끔한 외모를 유지해야 했고, 단정해 보이고 조금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유지지하기 위해 사계절 내내 구두와 세미 정장을 벗은 날이 없었다. SNS상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 순간 행복한 날들의 연속인 척 웃어야 했고, 힘들고 지치고 외로워도 지인들에게 우리의 힘듬을 이야기하는 건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배워 그저 씩씩하고 밝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척'의 연속이었다


SNS상에 우리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영업 사원이어야만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나보다 먼저 성공한 사람이 하고 있는 게 정답이라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척'으로 누군가를 속이며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전히 누군가 그에게 속아서 상처 받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마음의 병이 깊어졌던 봄


다행인 건 친구들과 함께 있었기에 우리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영업 사원의 특성상 시간이 자유로웠고, 날씨가 좋은 어떤 날에는 각자의 스케줄을 빼고 한강에서 돗자리를 깔고 치킨을 먹기도 했고 퇴근 후에는 다시 한자리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에 깔깔 거리며 웃는 시간들이 많았고, 카페에 마주 앉아 서로의 진솔한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따스한 봄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에게도 따스한 계절이 오리라 믿었던 것 같다. 영업 사원으로 일한 지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잃어가는 일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 삶을 위협받다 보니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사치가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져 누군가를 만나는 일 또한 꺼리게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나의 일상을 공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마음의 병이 찾아와 버렸다


"이제 그만 하고 싶어요, 팀장님"


용기가 나지 않아 꽁꽁 숨어버렸던 봄이었다. 아름다운 계절이 찾아오고 있는데 나의 몸과 마음은 꽁꽁 숨어 버리느라 바빴던 날들, 이제는 정말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팀장님을 찾아뵀던 날이었다. 팀장님은 "나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다 잘될 거니까 응원할게" 라며 나를 응원해주셨다. 팀장님을 처음 뵀던 날, 나는 이직을 결정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영업 사원의 도전을 늘 생각하고 있었던 타이밍에 이분과 함께 라면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던 도전이었으니까


내가 동굴로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기다려 주셨고, 채찍보다 당근을 더 많이 주려고 노력해주셨다. 나의 가능성을 믿어주셨던 분, 나의 도전을 차근차근 함께 걸어주셨던 분. 낯선 환경 속에서 내가 2년이라는 시간을 도전해봤기에 후회가 남지 않았고, 그 길에서 팀장님이 함께 해주셨던걸 잘 알고 있다. 팀장님은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나를 팀원 그 이상으로 생각해주셨던걸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각자의 길, 또다시 겨울


각자의 길을 걷다 보니 또다시 코가 시린 겨울이라는 계절의 문 앞에 서있게 되었다


추운 겨울을 함께해줬던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다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배우며 도전하고 있고 누군가는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누군가는 여전히 영업 사원의 길을 잘 걷고 있기도 하다. 7명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다


" 별일 없지? "

" 몇 년째 보지도 못했네, 밥 한번 먹자 "

" 밥 먹자는 소리만 몇 번 째야"

" 미안 미안, 이번에는 꼭 먹자"


각자의 삶이 바빠져 버렸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이기에 든든했던 겨울이 오니 더 보고 싶어 지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만 하다. 늘 고맙다고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너희가 있었기에 나는 조금 더 도전할 수 있었고 아쉬움이나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날 수 있었으니까.


조금 소란스럽지만 든든한 내 동료들, 고마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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