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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Nov 04. 2021

낯가림 너머의 깊은 다정함

: 당신의 깊은 다정함을 배웠던 날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신입 아르바이트 사원이 들어오면 회사의 복잡한 근무지가 혹시나 헷갈리지는 않을지, 식당은 제대로 찾아갔을지, 밥은 먹었는지 챙겨줘야 할 것만 같아 최대한 웃으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A 씨, 저녁은 먹었어요?"

"네"


최대한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을 하기에 나 역시 더 이상 대화를 시작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예전 같으면 내가 편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호의라고 시작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멀리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A 씨는 다행히도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는듯해 보였고, 나 역시 잠깐 마주치는 시간에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간단한 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을까. A 씨의 아침 출근길에 인사 뒤에 "오랜만이에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당연히 "네" 하고 넘어갈 줄 알았던 나는, "보고 싶었어요!"라는 대답에 깜짝 놀라 백신 휴가를 다녀왔다는 둥 그래서 오랜만에 본다는 이야기로 인사를 건넸다


A 씨의 생각지 못한 다정한 마음에 미소를 짓게 되는 오전이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각자의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들이 많다. 그리고 학창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게 하루의 9시간 정도를 함께 하고 있지만 깊은 사이가 될 수 없다. 서로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일이 되기도 하고, 추후에 화살이 되어 나에게 돌아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지만 회사에서는 최대한 업무 적인 이야기만 하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다.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함께 일하고 있지만, 많은 사원들이 입사를 하고 퇴사를 하면서 정을 준다는 것 자체가 나 역시 감정 소모가 커서 최소한으로 하고 있는 중이었을 때의 A 씨의 낯가림 너머로 숨어 있던 깊은 다정함이 내 마음을 미소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조금 편해진 덕분인지 A 씨는 나를 볼 때마다 다정한 인사를 건네곤 한다. "자주 뵈니 좋아요!" 라거나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거나 씩씩하고 다정한 인사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회사에서 누군가 다정한 마음을 건네준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었으니까


나 역시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아 표정 관리가 안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면 다시 한번 씩씩하게 회사 생활을 하자고 다짐하곤 한다


A 씨가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마음처럼 나 역시 다정한 마음을 자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나에게 다정한 마음을 건네는 이들에게 웃으면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다정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누군가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상적으로 하는 다정한 대화들을 더 많이 늘려 가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순간들이지만, 나로 인해서 누군가의 하루에 다정함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깊은 다정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A 씨가 알려준 깊은 다정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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