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종사자의 다정한 하루

: 자주 상처를 받지만 종종 마주하는 다정함 덕분에 웃는 하루

by 윤슬
따르릉따르릉


오늘도 전화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주말의 전화는 반갑지 않은 업무 중 하나였다. 단순히 질문을 하기 위한 전화라면 답변을 주고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불만이 가득 찬 상태로 전화를 건 고객은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해결되지 않는 일에 하나하나 트집을 잡고는 전화를 뚝 끊어 버리는 일은 일상이었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콜센터에서 응대를 해도 부족한 고객들은 나에게 연결이 되곤 한다.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 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마음은 꽁꽁 얼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면 끝날 일들이 아니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 고객은 더 죄송할 일들을 무더기로 가져와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듣고서야 전화를 뚝 끊어 버리곤 했다


어떤 날은 속상한 마음에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해야만 하는 상황이 속상한 마음이 피어오를 때면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처음을 떠올린다. 내가 처음으로 서비스업 종사자가 되었을 때 나의 상사는 "정말 실수해서 잘못한 일이 아니라면 죄송하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죄송하다고 말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때부터 내가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저 이유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 번쯤 실 수 할 수는 있겠지만 자주 실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죄송합니다 고객님'로 시작되어야 될 때가 많아졌다. 어떤 고객은 나에게 '가방끈이 얼마나 짧은지 모르겠지만 똑바로 하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어떤 고객은 전화를 걸어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로 긴 통화를 이어 가기도 했다


회사 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금 더 유연해졌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파도에 흔들리는 날들이 많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쏟아 내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파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파도가 치는 날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마음이 다정해지는 일 또한 나에게 종종 찾아오곤 한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평화로웠던 평일 오후,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 유리 조각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치운 후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는 전화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고 빠르게 처리 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연락을 드린 후 답장이 왔다.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정한 마음이었다. 그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일에 마음을 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마음이 다정했던 오후였다


오늘 역시 다정한 고객을 만난 하루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고객을 우연히 마주쳤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조심히 질문을 건네고 상황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렸다. 대면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다정한 마음을 건네주신 덕분에 내 마음 역시 다정해질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마주 하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다정한 마음 덕분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하루였다. 회사 생활이 길어질수록 감사하다 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감사하다 라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감사한 마음이 들 때면 늦지 않게 감사 인사를 표하곤 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이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 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타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자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다정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종종 찾아오는 다정한 마음 덕분이니까. 다정한 마음 덕분에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던 하루, 오늘도 일기장에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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