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원증, 나는 이제 어른이 된 걸까?

사원증을 메는 순간 어엿한 회사원이 될 거라 생각했다

by 윤슬

'안녕하세요'


너무 지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톤과 웃음기 없는 얼굴로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평범한 출근 모습, 8년 동안 어딘가로 출근하고 있는 나 역시 웃음기 없는 아침에 입꼬리를 살짝 올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익숙한 듯 컴퓨터를 켜고 하루가 지나고 오늘의 업무를 확인한다.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잠깐 집에 다녀온 나에게 오늘의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업무는 어서 업무를 시작하라고 재촉하는듯하고, 한 번의 버스를 타고 두 번의 전철을 갈아타고 온 출근길에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음을 느끼며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분명 몇 년째 반복하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출근길은 여전히 무거운 마음과 피로한 몸이 함께 한다. 한 번씩 찾아오는 회사와의 권태기에 나는 다양한 일을 생각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을까 - 과연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기는 한 걸까 - 나는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싶은 걸까 -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렇게 나의 이십 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나의 일과 회사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항상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이 되는 시기에 권태로움을 더 빨리 느끼게 되었고, 그때마다 나는 고민을 하고 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과연 어떤 게 옳은 선택인가' 쉽게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나는 나에게 어떤 일과 패턴이 조금 더 맞을지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십 대 초반 사회초년생의 신분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어느 순간 사무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 점점 약해질 것이고 이왕이면 조금 더 몸이 편한 일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직의 경력은 하나도 없었을뿐더러, 자격증과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면접에서 생각지 못한 질문을 들어야 했다


'서비스업이 더 잘 맞는 거 같은데 왜 갑자기 사무업무를 하려고 하세요?'


나도 모르게 멈칫해버렸다, 사실 나도 가만히 앉아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는 했지만 과연 가만히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면접에 잘 보이려 방실방실 웃고 있는 나에게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면접관의 뾰족한 질문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때의 그 기억 덕분에 나는 오히려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곳에서의 면접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 우연히 다른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나에게, 나의 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했다. 작은 책상이었지만 나의 자리가 있고, 나의 물건들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꼭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이면 점심을 먹고 사원증을 메고 커피 한잔을 마신다, 푸른 하늘이 꼭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았던 시기였다.


'내가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수많은 면접에 불합격 통보를 받고 드디어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함과 첫 사원증을 메고 마시는 커피는 알 수 없는 마음들을 당당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나는 그때 내가 정말 어른이 된 것이라 자만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첫 사원증과 헤어지던 날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첫 사원증은 생각보다 더 많은 마음을 감당해야만 했었다.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리고 신입이라는 이유로 일을 자꾸 나에게 넘기는 사람, 자신의 기분이 안 좋으면 나를 더 아프게 했던 사람, 앞에서 웃고 있지만 뒤에서 나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사람 - 모든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퇴근을 하면 다음날 출근이 두려워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첫 사원증과 함께 모든 것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던 나의 마음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드릴까 봐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엄마 나 퇴사했어' 퇴사라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았던 그때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었기에 했던 결정


돌이켜보면 후회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었다는 기대감과 함께 시작했던 일은 - 누군가 겉에서 보면 포기가 쉽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할 수 없었기에 했던 선택이었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 아파했는지 모른다, 꼭 내 잘못 같아서 나의 끈기가 부족한 것만 같아서 자책하고 또 나를 미워했다.


오늘의 나는,

첫 사원증의 감격을 포기해야만 했던 나의 마음을 안아주고 싶다.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선택에 후회는 없다.


누군가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일을 지속해야 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물론, 쉽게 퇴사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모른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무례한 마음을 건넨다면 우리가 꼭 그 마음을 안고 그곳에서 함께 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나의 모습도 너무 중요하지만,

여전히 존재만으로도 빛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소중하다.


점심시간에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이 아니라 오늘의 나의 얼굴을 한번 더 보며 웃을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첫 사원증을 받고 어른이 된 줄 알았던 나는 -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모여 오늘의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리라고 믿는다.


오늘도 사원증을 걸고 출근했던 나에게 고맙다고 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