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슬 Jul 03. 2022

내향형(I) 인간이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 우리의 모든 시도는 결국 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소극적이지만 심성이 착한 학생
발표는 내게 두려움이었다


학창 시절 발표하는 일을 정말 싫어했다


어렸을 때는 그저 내가 말하는걸 싫어하는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말하기를 싫어한다기보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걸 좋아하지 않았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 마음은, 내가 말을 버벅거리거나 못난 모습을 보이면 타인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르다는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지 않았을까. 소심함이라는 갑옷을 학교 생활을 했다. 그래서 늘 내 평가에는 '소극적인 면이 아쉽지만 심성이 착한 학생'이라는 담임 선생님의 코멘트가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적극적인 학생이기도 했다

말하기를 하는 걸 두려워하다 보니 발표는 멋지게 해내지 못했지만 뒤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은 주도적으로 해내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6년 때는, 학급의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소통하기도 했다. 직접 배너를 만들고, 카페를 꾸미고, 카페 관리자가 되어 활동하는 일은 나에게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발표에 용기를 냈던 첫 기억은 고등학교 입시도우미 홍보 활동이었다

우리 고등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중학교를 돌며 한 반에 2명씩 멘트를 외워 아이들 앞에서 미니 스피치를 하게 되었다. 귀여운 손동작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집중시키기도 했고, 내 발표에도 조금씩 용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 안 떨고 있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강의 시간에 혼자 여행 계획서를 발표해야 했던 날 혼자 덜덜덜 떨면서 발표했던 기억, 발표하는 힘을 얻고 싶어 온라인 모임을 신청했는데 발표가 두려워 2시간이 걸려간 곳에서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누군가 앞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무엇인지 몰라 주눅 들어 있고 발표를 두려워했던 건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선에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내 삶의 용기를 빼앗아 가곤 했다


모든 경험은 오늘의 내가 되었다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처음 들은 건 20대 초반 혼자 떠났던 제주 여행에서였다

같은 방을 썼던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다던 언니의 칭찬이었다. "목소리가 좋아요! 훗날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언니의 큰 눈과 진심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가요? 하하 감사합니다"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목소리가 좋은 건지 이 목소리가 훗날 도움이 될지 20대 초반의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때의 기억은 흐려져 갔고 일상을 살아 내느라 바쁜 나날들이었지만, 신기한 건 말을 하는 일들을 계속 이어 가게 되었다


경주에서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 앞에서 2박 3일 내내 유적지를 설명해 주는 수학여행 가이드로 일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놀이동산에서 근무할 때는 '어서 오세요, ㅇㅇㅇ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서비스 업을 시작할 때 무한반복을 했던 멘트들이었다. 교정기를 차고 발음을 하려니 발음이 되지 않아 이를 꽉 물고 대답을 하며 목소리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목을 써야 하니 목소리를 아끼는 법을 알게 되기도 했고, 내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말하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떨지 않고 말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어 스피치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여전히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하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다.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내가 무슨 스피치 강사야'라는 생각으로 시도해 보지 못하기도 했고, 그렇게 불쑥 찾아오던 말하기에 대한 욕망을 감춘 채 일상을 이어 왔다



내향형(I) 인간이 유투버를 시작하는 이유


언젠가부터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나 역시 유튜브를 조금씩 보게 되었다

잠시 틈이 나면 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힐링이 되는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일반인 성우의 영상을 보았고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불쑥 찾아왔지만 또다시 '에이 내가 무슨 성우야'라는 마음이 내 마음속 불씨를 꺼버렸다


우연히 알게 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회사의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역시 세상에는 목소리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무슨'이라는 마음이 내 도전을 막아 서고 있었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내가 무슨 유투버야' 라거나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럼에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유투버 같이 해보자!"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 언젠가는 유투버를 하고 싶다는 꿈이 딱 맞아떨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유투버는 일단 얼굴이 나오지 않아야 했다.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북 튜버처럼 30분 - 1시간 정도 되는 낭독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긴 호흡으로 일정한 톤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몇 개의 녹음 파일을 만들어 냈지만 '이게 과연 맞는 길일까?' 생각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도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러다 또 그만 두려나' ' 정말 끈기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져 봐도 부족해 보였다. 잠시 손을 놓고 있다가 무언가에 홀리듯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독학으로 포토샵을 배운 경험이 있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차근차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며 영상을 만들었고 결국 내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내가 유투버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는,

내 한계를 두지 않는 경험들을 넓혀 가고 싶었던 마음 덕분이었다


늘 나는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의 중간 그 어딘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무탈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면 어떨까 생각한 날도 있었다. 늘 무언가 시도하고 경험하는 나 때문에 힘든 날들도 많았기에 가끔은 내가 버겁게 느껴졌다. 무언가 도전하고 넘어질 때마다 실패했다는 경험의 힘은 내 용기를 갉아먹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 않아 어두운 터널 속을 뚜벅뚜벅 걸으며 자책하는 날들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시도하는 삶과 용기


20대에는 경험을 통해 오늘의 나를 만났다

여전히 소극적이기도 하고, 나서서 발표를 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럼에도 내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일을 고민하기보다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중이다


실패했다고만 생각했던 내 20대의 경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대를 보낸 10년 동안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를 반복했다. 많이 울었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던 날들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라며 자책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겉으로는 밝은 척, 착한 척, 괜찮은 척했지만 정작 내 삶이 흔들릴 때마다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에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위로해준 건 책과 글쓰기였다. 책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마음을 다독였고, 좋았던 문장들을 노트에 적으며 내 생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다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용기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명한 마음 덕분에 10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해야 할 이유가 선명했기에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작은 시도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작은 시도들을 이어 올 수 있었다



자, 새로운 시작이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본다

책과 글쓰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오래오래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 오늘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기록을 하고 있는지 마음이 휘청거릴 때면 이 글을 읽기 위해 오늘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꺄! 해냈어!'

영상 편집을 마치고 처음 유튜브에 내 영상을 올렸던 오늘 2022년 7월 3일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으로 옮겼고, 결국 나는 해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 보려 한다. 늘 내가 해왔던 삶의 방식 대로, 묵묵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것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답게 걸어갈 것이다. 내 경험의 시간들을 믿는다, 30대의 시작에서 시작한 유튜브는 훗날의 나에게 또 어떤 마음을 선물해 줄지 모르니까




늘 소심했고,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던 내가 30대가 되어 유투버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결국 인생은 어떻게 흘러 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나에게 경험이라는 값진 선물이 되어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경험들도 그 속에서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시도와 경험들이 값진 선물처럼 느껴졌다


발표를 지독하게 싫어했던 내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원고를 만들어 녹음을 하고 편집까지 해내는 날이 오는 걸 보면 인생은 참 재미난 일들이 많은 듯하다. 오늘 나는 유투버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고, 앞으로 또 어떤 시도를 하며 어떤 문을 열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여전히 내 마음이 설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무언가 시도하고 싶지만 실패할까 봐 두렵다면 '일단 해봅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작은 시도를 통해 얻게 되는 마음들은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기에. 뚜벅뚜벅, 자신의 속도대로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일단 시도해보자!'라는 마음이 중요하다, 일단 시도해봐도 내 인생은 흔들리지 않기에!


우리의 모든 시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묵묵히 꾸준하게, 잘 흘러갈 것이다.





윤슬의 오디오 베이커리


https://youtu.be/jik6vIXJZ_E


안녕하세요, 윤슬의 오디오 베이커리입니다 :)


채널명을 고민하다가 베이커리를 떠올렸어요! 제가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가면 좋아하는 빵들이 가득하죠. 어떤 빵을 골라도 행복해지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오늘은 소금 빵을 먹을까? 오늘은 에그타르트를 먹을까?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함을 말이죠


제 유튜브에 오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행복함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시작은 제가 좋아하는 책 속의 한 문장을 낭독하고 제 생각을 덧붙이는 형태로 5분 오디오북으로 시작합니다.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짧은 영상으로 계속될 예정이며, 제가 쓴 브런치 글들도 함께 낭독할 예정입니다


오래오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하는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20대의 힘든 시간들을 이제는 나눌 준비가 되었기에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넓혀갈 것이며, 글쓰기 코치와 스피치 코치가 되기 위한 준비도 함께 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과 '나는 잘 못하니까'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제가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넓게 흩어져 있던 제 마음들을 차곡차곡 모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채널이 되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니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다정하세요! (하트)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 달리기 꼴찌가 첫 러닝을 시작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