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마음을 기록하는 글쓰기에 대하여
글쓰기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취미가 글쓰기인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 취미를 물어올 때면, 아직 당당하게 '취미로 글을 씁니다'라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지만, 7년째 꾸준히 나의 마음을 글로 적는 일을 취미로 하고 있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꾸준히 마음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여전히 좋다
나의 마음을 기록하기 시작했던 7년 전, 나는 항상 '바다 곁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두 달간의 제주생활을 시작했다. 젊은 날의 나는, 다양한 경험만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조금 더 용기를 냈고, 나는 정말 제주의 바다 곁에서 살게 되었다
매일 같이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며 붉은 노을을 보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로 고민했던 두 달은 '진짜' 나의 모습을 마주하기 위한 시작이었다. 매일 바다를 보는 일에 조금은 새로운 일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 내가 살던 게스트하우스의 수많은 책중에서 여행 에세이를 펼쳤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을 시작으로 조금씩 더 넓은 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무작정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던 우리는 ,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책과 조금씩 멀어졌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한 권의 책은 두 권의 책을 읽게 만들었고, 두 권의 책은 세 권의 책이 되면서 나는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 나섰다
책을 읽는 것과 더불어 글쓰기도 함께 시작되었다, 항상 나의 마음을 꽁꽁 숨겨 왔던 나는 -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나의 일기장에 가장 솔직한 마음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는 글은, 나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는 그렇게 7년째 나의 마음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 살이를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중고서점에서 나의 입맛에 맞는 책을 열심히 고르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들 속에서 '나를 읽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던 책들을 찾아내는 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들었던 시기에 책을 읽고 글을 읽으며 나를 다독였고, 그렇게 나의 외로운 시간을 책과 글쓰기와 함께 했다
읽을수록 읽을수록 나와 결이 맞는 작가들을 만났고, 좋아하는 작가들이 생기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누군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있다면, 나는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는 일에 설렘이 가득했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던 날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마음을 꾸준히 기록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나의 마음과 마주하게 되었고 - 하루의 끝에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는 날이면, 나는 술자리 대신 나의 마음을 위로해줄 책 한 권과 일기장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라테를 시키고 나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글을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글 쓰는 생활에는 사이클이 있다.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다. 기분이 좋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말장난이 아니다. 글을 쓸 때의 기분은 설렘과 답답함, 쾌감과 긴장의 리드미컬한 반복이다. 단, 전제가 있다. '자신이 선택한 글쓰기'여야 한다는 한다는 것이다. 시켜서 글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중에서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위로했다'
어느 비가 오던 퇴근길 -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부터 시작해서 회사 생활에서도 회의감이 느껴지던 날.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였고, 누군가에게 쉽게 연락할 수 없는 그런 날이면 나는 습관처럼 글을 쓰고 있었다. 나의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지금의 마음을 기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마음이 가벼워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나의 마음들은 어느 순간 사르르 녹아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나의 마음을 훌훌 털어 버려도 좋았겠지만, 아마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 반대를 택하기로 했다, 나의 마음을 누군가의 글과 나의 글쓰기를 통해 가볍게 하고 난 후 누군가와 그날의 일을 웃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 졌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을 나에게 더 자주 해주기로 다짐했다. '잘'쓰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솔직한 나의 마음을 글로 쓰면서 말이다
글쓰기와 관련해 나의 예를 들자면 이렇다. 텅 빈 화면 속 커서가 깜빡이고, 내 머릿속에도 무언가가 깜빡인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단어가 잡힐 것 같다가 금세 날아간다. 잠시 후 결국 포기하고 컴퓨터 종료 버튼을 눌러버린 순간, 어렴풋이 쓰려고 했던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시 전원을 켜고 자세를 잡아야 하나 고민한다. 이런 고통스러운 상태에서도 몰입은 일어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흠뻑 빠져드는 것 역시 몰입이다. 이런 과정이 고통스러워서 싫다고 한다면 그것은 몰입이 아니다. 몰입은 늘 좋은 감정만 갖게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자청해서 다시 그 경험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중에서
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글쓰기와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생각이 날 듯 말 듯, 빙글빙글 어지러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나는 여전히 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했다
스물아홉, 나의 이십 대에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꾸준히 읽고 꾸준히 나의 마음을 글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유난히도 수많은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 나는, 오늘의 마음을 기록하지 않으면 또다시 잊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쓰면서 조금이나마 나의 삶이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나처럼 자존심이 강해 타인에게 위로받고 싶어도 위로받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고 느끼는 이들이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글로 적으면서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자신의 순간을 기록하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더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한 우리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무거운 마음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온전히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지 않을까
나의 마음을 글로 적는다는 건 쉽지 않지만, 꾸준히 쓰다 보면 즐길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꾸준히 쓰는 우리가 언젠가는 꼭 쓰는 사람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