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림다운 계절, 고슴도치의 스물아홉 기록
아림다운 스물아홉 일기
'당신은 불안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언제 마주하나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답변을 하겠지만 나는 학창 시절 누군가 나에게 발표를 시켜서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다, 성인이 돼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게 두려웠고 많은 이들 앞에서 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정말 하기 싫은 일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나는 항상 불안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먼저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한 적이 없는 소심한 학생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발표를 하게 되면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고, 말을 하면서 숨이 막히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나는 누군가 앞에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일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누군가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나의 의견을 숨기며 살아왔다
깊은 곳으로 숨을수록 나는 점점 더 말이 없는 사람으로 변해갔고, 나의 말실수로 누군가 나를 비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누군가 내가 하는 말들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무서웠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많은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고 점점 더 입을 다무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학창 시절 매수 업 시간마다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저요! 저요!"라며 큰소리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친구들이 많았고, 나는 그저 발표를 하고 싶어 서로 선생님을 쳐다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최대한 선생님의 눈을 피해 발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숨고 또 숨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발표는, 발표를 잘하는 친구들만 할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학창 시절에 나는 못하는 일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소심한 학생으로 지내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소심하고 많은 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걸 두려워하는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역시 꿈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았고 온전히 나와 마주해야 하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물일곱, 숨기고 피하고 싶었던 나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조금 더 안아보기로 했다. 다양한 수업을 알아보던 중 발표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발표불안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 한 회 사의 대표, 임원, 의사, 강사를 준비하는 학생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자리가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아 발표불안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은,
발표 불안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에 나 홀로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고 믿고 있었던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너와 나 , 우리는 평범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구나'
신기하게도 '우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씩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수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나는 - 어쩌면 많은 이들의 눈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인데,
내가 너무 타인의 시선만을 의식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항상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내가 실수하면 그들이 비웃지 않을까 생각했던 마음
누군가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마음
노력해보지 않고 안된다고 생각했던 마음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오느라 버거웠을 나의 마음을 조금 더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다, 내 마음을 알지 못한 채로 타인의 마음만을 알려고 했던 나에게 '이제는 네 마음을 꼭 안아줘도 괜찮다고'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고 싶다, 나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은 나로부터 비롯되었기에 나의 불안과 두려움 역시 나의 노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간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느라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을 나에게,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표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스물아홉, 여전히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스물아홉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의 시선에 더 집중하며 살아간다
여전히 누군가의 눈에는 부족한 사람일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는 사람임을 내가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오늘도 나를 더 많이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내 인생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줘야 할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마음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싶다
스물아홉, 사랑스럽다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