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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Sep 12. 2022

명품 가방은 없고 취향은 있습니다

: 삶에 건강한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다

명품 가방을 사볼까?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매주 주말이면 마주하게 되는 풍경들이지만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명품 가방의 의미는 무엇일까, 얼마 전 누군가 나에게 '그 나이쯤 되면 명품 가방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건넨 적이 있었다. '그럴 수 있지, 필요할 수 있지. 근데 아직은 별로 필요한 거 같지 않아' 중요한 자리에 명품 가방을 메고 가야 할 이유도 없었고, 명품 가방이 없다고 속상한 적도 없었다


'나에게 왜 명품이 필요할까?'

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굳이 마음을 두지 않는 스타일이라 명품에 대한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명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구구절절 쉴 틈 없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명품에 무지한 사람이라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버거운 사람이다


그럼 나는 어떤 이야기를 술술 풀어 나갈 수 있으며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좋아할까?


내 취향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글쓰기 그리고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제주도 여행 이야기를 물어 온다면 나 역시 구구절절 쉴 틈 없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하늘과 붉은 노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이고, 각자의 취향이 묻어나는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즐거울 것이다


값진 경험들은
나에게 취향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며칠 전 누군가에게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더라고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인의 취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의 주변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자신의 삶에 물음표를 던지며 새로운 경험들을 해 나간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고 묵묵히 경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깊게 느꼈던 날


오늘의 내 취향들 : 제주도, 하늘과 구름, 윤슬, 바다, 글쓰기, 책, 사진, 귀여운 아이템, 산책, 붉은 노을, 책 읽기 좋은 카페, 소금 빵과 에그타르트, 기차여행, 휴게소에서 사 먹는 호두과자, 달과 별이 반짝이는 밤, 드라이브, 고소한 라떼 한잔


취향을 적다 보니 '제주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혼자 배낭을 메고 잔뜩 긴장한 채로 제주를 여행한 지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제주와 나는 더욱더 깊어졌다. 특별한 계획을 짜지 않아도 제주 10년 여행 경험 덕분에 발길 닿는 대로 이동할 수 있고, 제주에서 나만의 비밀 명소들도 제법 생겨 났다. 꾸준한 경험이 나에게 취향이라는 값진 선물해 준 게 아닐까


워낙 제주도를 좋아하고 자주 다녀온다는 걸 아는 지인들은 '아직도 제주도에 볼게 남아 있어요?'라고 묻곤 한다. '매번 갈 때마다 다른 제주를 만나는 걸요?'라고 답하지만 섬 하나를 자주 여행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제주에 자주 가는걸 의아하게 생각할까?'

'그 사람들은 한 가지에 진득하게 해 본 경험이 없을지도 몰라' 내 이야기를 들은 J가 답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 생각보다 진득하게 한 가지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아차 싶었다. 늘 나는 진득하게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는 10년 동안 제주를 사랑했고 10년 동안 책과 글쓰기를 꾸준히 해내고 있었다



개인의 취향이 있는 사람이 좋다


내 삶의 경험들이 넓어지면서 유독 깊어지는 무언가는 나만의 취향이 되었다

나만의 취향이 깊어질수록 타인의 취향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 가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 삶을 꾸려 나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잊고 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취향을 잃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건강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사람, 자신의 취향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 자신의 취향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좋고 삶에 대한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 좋다


개인의 취향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기도 한다. 취향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소소하지만, 사랑스럽고 다정하다




개인의 취향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애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취향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으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개인의 취향은, 두렵고 무섭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삶에 물음표를 던지며 경험해보고 시도해 보려고 했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값진 선물이지 않을까. '이것도 취향일까?'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취향이다, 우리의 삶은 개인의 취향이 빛나면 빛날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값진 취향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당신이 좋아하는,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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