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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Oct 23. 2022

내향인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의 행복이란

: 외롭다는 마음보다는 나와 함께 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행복이 짙어진다


"조금 일찍 가볼까?"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주말 아침, 잠이 유독 많은 나지만 최근 들어 조급한 일들이 싫어 이르게 준비하고 결혼식장에 2시간 전에 도착했던 오늘. 식장 근처에 주차가 가능한 카페에 들어왔고 생각지 못한 행복들을 꺼내어 본다.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아이스 라떼 한잔, 귀여운 레몬 마들렌과 함께 하는 오전


카페에는 테라스가 있고 햇살이 반짝인다.

가을의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들은 춤을 추는 아침

"아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의 머물러 있다



일찍 나오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두둥실 춤을 춘다

'잘했어! 아주 좋아! 멋진 선택이었어!' 나를 위한 시간을 잠깐이나마 선물할 수 있었다는 기쁨과 생각했던 카페는 아니었지만 행복한 기운을 가득 받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자! 기록해야지!' 기억은 스쳐 지나갈 것이며 기록은 오래 내 곁에 머물러 행복을 느끼게 해 줄테니까


오늘도 조금 이르게 움직인 이유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덕분이었다

글을 쓰는 순간들이 매번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건 글을 쓰면서 내 삶을 깊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덕분에 늦잠을 포기하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혼자 만의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고마웠다. '글쓰기를 하면 삶이 달라져요'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글을 쓰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느리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모든 순간의 선택을 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내가 선택하는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을 이루는구나. 오늘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온전히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좋은 기억으로 만들며 기록하는 일. 오래오래 내가 애정 하고 싶은 순간이구나. 내 삶의 중심에 나를 세우고, 삶의 중심에 나를 두며 삶의 태도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다 보면 내 삶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로 가득 찰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던 순간


혼자 만의 시간이 이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과거의 나는 늘 타인과의 약속을 거절하지 못해 소모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늘리기에는 늘 타인을 먼저 생각했던 날들이 많았다

혼자 만의 시간이 너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나만의 시간을 잠시 미루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 미루면서 타인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점점 작아져 있었고,  삶은 행복보다 허무함으로 가득 차 있던 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절하지 못해 잡아 놓은 약속을 지켜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축 쳐진 파김치를 닮아 있었다

결국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허무함과 생산적인 대화들 보다는 어디로 흐르는지 모르는 대화들은 결국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내 20대는, 거절하지 못하는 약속들로 가득 찼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허무함은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거절하지 못해 끙끙 앓는 소극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4년 전 우연한 기회로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내 인간관계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집으로 들어오는 버스의 막차 시간은 11시였다. 마지막 버스를 타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그마저도 시골이라 택시들이 들어오기 꺼려하는 곳이었다. '오! 좋은 기회야!' 모든 약속을 미룰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 집으로 오는 막차 시간은 조급 했고, 내 퇴근 시간은 늦은 편이라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어려워졌다.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을 가는 일은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었고 곧 끊어질 듯 이상하게 이어지던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무엇을 위해 관계에 이토록 노력하는 걸까?' 큰 이유가 있다기보다 인연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득 찼던 마음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겪으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좁아진 관계 속에서 빛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나를 아껴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니 관계가 선명해졌고, 마음은 다정해졌다


쿵쾅쿵쾅,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 분명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를 가득 쓰고 돌아온 주말의 저녁, 홀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글을 써야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해 다시 카페에 홀로 앉았다. '또 카페에 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응! 지금부터 온전히 내 시간이니까!' 누가 뭐라 해도 온전히 내 시간을 마주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것, 타인을 위한 시간보다 나를 위한 시간들이 가득 해지는 요즘의 시간들이 좋다


'외롭다'라는 감정보다는 '깊어진다'라는 마음의 채움이 좋다

혼자 만의 시간을 소중히 할 줄 아는 내가 좋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내 시간을 소비하는 날들이 아니라 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와의 약속을 잡는 내가 좋다.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잘 마주하고, 잘 안아주는 일.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는 자라나기에. 잘 흘려보내고, 잘 자라나고 싶다.


오늘도 나는 혼자 만의 시간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잘 마주하고 잘 채워 가자' 오늘도 다시 한번 나를 위해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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