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쓰는 밤]을 읽다가 그 자리에 서서 문장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 아이들의 무덤덤한 표정과 그런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모습, 그 장면이 내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이들의 마음, 엄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왈칵 눈물이 고여버렸다
"누군가 묻는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데요 글을 써요. 왜 그렇게 까지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쓰고 싶어서요"
언젠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 까지 글을 써요?'라고 물어 온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작은 물음표를 달고 '그냥 쓰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을지 모르는 내 글쓰기가 작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에는 작은 구멍이 뚫리고 만다
글쓰기에 관련된 꾸준히 읽어 왔지만, [마음 쓰는 밤]에서는 유독 마음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많아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왜 글쓰기를 하는 걸까?' 글쓰기로 큰 성공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살기 위해서 글을 쓴다. 마음을 잘 흘려보내기 위해 글을 쓰고, 기록된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삶이 쌓일수록 마음의 기억들은 희미해진다
기억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내 마음의 기록은, 훗날의 나를 위한 기록이지 않을까. '지금 보다 젊었던 시절의 너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마음을 안고 살아왔어' 오늘의 기록이 훗날의 나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순간들을 위해 마음을 기록하는 일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게 되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나에게 온다
작은 욕심이 생겼다
마음을 쓰고, 닮은 마음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다시금 얼굴을 내민다. 홀로 글을 썼던 시간은 훗날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가지고 썼던 글, 이제는 그 마음을 함께 할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고요하게, 차근차근 글을 써 나가다 보면 나와 닮은 마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부터 함께 글을 쓰고 있는 벗이 생겼다. 신기하게 마음이 닮아 있다고 느꼈는데, 우리는 정말 닮은 구석이 많았다. 어떤 마음이 들어도 글을 쓰고, 누군가 지켜보지 꾸준히 무언가를 쓴다. 쓰는 일에 위로받고,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나에게 온다는 말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내 마음을 꾸준히 썼기에 닮은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거겠지
닮은 마음을 만나는 일,
완벽하게 닮아 있을 수 없겠지만 닮은 부분들이 많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마음이 다정해질 것이다. 다정한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와락 안아 주고 싶다. 그동안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안아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쓰면서 삶을 채워 나간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 삶이 아름다워요! 우리 쓰는 사람으로 살아요"
3년 전 여름, 선물 받았던 문장을 다시금 꺼내어 본다
'우리 쓰는 사람으로 살아요'라는 문장에 작은 용기를 내어 시작했던 브런치 작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행복한 날도, 슬픈 날도, 다정한 날도, 속상한 날도, 서운한 날도 어떤 마음이 나에게 찾아와도 글쓰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
애정 하는 작가님의 문장에 기대어 3년 동안 마음을 쓸 수 있었다
오늘도 작은 꿈을 꺼내어 선명하게 바라본다. 마음을 마주하고 글을 쓰는 일에 용기를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어떤 순간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쓰는 사람이 되어 누군가가 오래오래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 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을 꾸준히 쓰다 보면, 내 마음이 닿는다고 믿는다. 꾸준히 마음을 돌보고, 꾸준히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