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글쓰기 산책할까요?

: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한 뼘 더 자라날 테니까

by 윤슬
온갖 긍정들이 가득했던 글쓰기는 불행했다


내 첫 글쓰기는 일기장에서 시작되었다

일기장에는 힘들고, 아프고, 상처받았던 이야기보다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그 시절 나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해서 일기장에는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 찼던 걸까? 그 반대였다. 늘 힘들고, 아팠고, 지쳐있었기에 일기장에는 좋은 이야기들로 채워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훗날 일기장을 읽을 때 부정적인 마음보다 '나 그래도 꽤 잘 지냈구나?'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더 많이 떠올리고 싶었던 욕심이었을 것이다


일기장에는 긍정적인 경험들이 쌓여 가는데 나는 답답함에 숨이 막혀 오고 있었다

그 시절 우연히 읽은 책이 브런치 작가님이 쓰신 책이었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정적인 마음을 써도 괜찮을까?'라는 마음이 피어오를 때면, 어두운 밤이라도 우리는 달빛에 의지하며 걸을 수 있다는 작가님의 마음을 떠올렸다. '좋아, 차근차근 써보는 거야!' 부정적인 내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자고 다짐했던 시절,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이렇게 못난 사람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외면하려고 했던 감정들은 꽤 깊게 파고들어 있었다. 아팠던 경험들, 상처받았던 경험들, 못나고 세모난 마음들,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들을 적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숨기고 싶었던 못난 마음들을 글쓰기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을 했고,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줄까?


내 감정을 가감 없이 글로 표현하면서도 타인을 의식하는 습관은 한순간에 사그라들지 않았다

'뾰족한 마음을 자꾸 글로 표현해서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나를 못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글쓰기를 통해 수많은 감정을 흘려보냈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줄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지?' 글쓰기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졌고, 불편함이 깊어질수록 내 글쓰기는 길을 잃고 방황 하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해보자'

철저하게 혼자였던 글쓰기를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단체방에 글을 공유했고, 자유롭게 후기를 남겼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이 좋은 경험이 되었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 주는 일은 마음이 다정해지고 글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줄까?'라는 마음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준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되면서 글쓰기에도 '우리'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 자신의 삶을 애정하고 '나'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첫 글쓰기는 소중했고 마음이 든든해지는 경험이 되었다


우리 함께 글쓰기 산책할까요?


글쓰기 모임에서 한 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을 때마다 '나'를 보는 것만 같아서 유독 마음이 흘러갔던 글쓰기 벗. 처음 글쓰기 벗의 글을 읽으면서부터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 글을 쓰면 어떨까?' 하지만 조심스러웠고,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이야기를 건네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고민은 깊어졌고 마음은 흔들렸다. 그런 와중에도 글쓰기는 참 솔직했다

내가 글을 쓰면 쓸수록 쓰는 일이 즐거워지는 반면 글쓰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더 쓰기 싫어지는 시간들이었다. 다양한 상황들로 글쓰기와 점점 멀어지던 중, 글쓰기 벗의 글을 읽고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쓰기의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던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흐린 듯 맑았던 날의 점심시간, '새 마음으로'라는 책을 리뷰 하고 유독 마음에 긍정이라는 감정의 꽃이 피기 시작했던 날. '앞으로 어떤 글을 써볼까?' 마치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신이 나 있었고, 책을 소개해준 글쓰기 벗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연락을 했다. 처음으로 하는 개인적인 연락에 당황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글쓰기 벗은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그녀 역시 내 글에 답글을 하고 있던 중이라 놀라고 말았다


'우리는 통했다'

신기하고 특별했다. 평소에도 비슷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서로에게 글을 쓰고 있던 시기가 비슷하다니 말이다. 용기를 내고 싶었다 '우리 함께 글쓰기 산책할까요?'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혹시나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지만, 함께 한다면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아요! 우리 함께 써요'

글쓰기 벗의 다정한 말에 마음이 든든했다. 글쓰기를 하면서 타인과 함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나눠본 적이 없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 글을 쓰며, 어떤 순간에 글쓰기와 멀어지게 되는지. 글쓰기에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는지. 글쓰기 벗과 나의 모든 순간의 글쓰기가 궁금해진다. '혼자 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쓰는 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든든한 경험이 되리라 확신하는 밤


함께 쓰는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오늘

비슷한 듯 다른 우리의 글쓰기, 많은 부분이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글쓰기와 함께 할 때 삶에서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함께 쓰고 함께 울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통해 함께 산책하듯 자연스럽고 평온한 마음으로 글을 썼으면 하는 마음, 우리의 글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한 뼘 더 자라나는 경험을 하는 시간들이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지개처럼 다양한 마음을 건네는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한 뼘 더 자라나겠지


마음을 잘 마주하고, 잘 흘려보내고, 잘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슥슥, 우리 함께 글쓰기 산책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