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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슬 Apr 20. 2023

흔들리는 30대, 당신은 잘못 살지 않았다

: 흔들리는 30대. 나를 의심하지 말자, 나를 마음껏 사랑하자.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졌지만 금세 에너지를 잃어 갔다. 산책을 해도 잠깐 기분이 좋을 뿐,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지 오래되었구나'

한 달의 스케줄표를 보니 나 홀로 진득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지 꽤 오래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 시간인데 그 시간들의 부족으로 나는 시름시름 앓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기가 쏙쏙 빨리는 것만 같아"

매일 아침 운전을 할 때도, 지나가는 차들에 기가 빼앗기는 기분이다. 흔들흔들 차선을 넘을 듯한 옆차를 신경 쓰느라, 신호와 과속 카메라를 신경 쓰느라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머리가 지끈 아파 오기 시작한다. 일하는 환경도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 많은 인파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소란스러워 짐을 느낀다


혼자 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 곁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부족한 내 에너지를 잃는 일이구나 나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던 날들. 진심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늘 에너지를 빼앗기는 나에게 J는 물었다

"그럼 무인도에서 살아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아도 그럭저럭 살만할 것만 같았다. 자연을 곁에 두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에 잠기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무인도는 최고의 섬이지 않을까



오랜만에 선물 같은 혼자만의 시간,

좋아하는 케이크 앞에서 여러 번 고민을 했다.


살을 빼야 하는 입장이지만 오늘은 온전한 내 하루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야지. 새 차를 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라떼와 케이크를 먹으며 책을 읽기 위해 카페에 앉았다. 적당한 음악,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기쁜 마음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날, 딸기 케이크가 유독 사랑스러운 날



좋아하는 김미경 선생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흔은 아니지만 서른의 시작점에 있는 나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들일테니까 말이다. 유독 마음이 뭉클해지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잘못 살지 않았다. 지금껏 성실히 잘 살아온 나를 의심하지 말자. 짧고 굵은 문장 속에서 수많은 상처들이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잘못 살아온 게 아닐까 늘 자책하고 아파했던 나의 20대,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30대의 시작에서 늘 머뭇거리는 나를 돌아보곤 한다. "어떻게 흘러갈까?" 수많은 경험들이 나에게 쌓인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를 잃는다고 생각하다 보니 늘 불안과 걱정이 밀려온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지만, 힘들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날들이 깊어졌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소리치곤 한다.

"일단 해보는 거지! 실패해도 괜찮아!"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단 시도해 보면 나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며, 그 경험들 또한 내 소중한 자산이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나를 찾아오곤 한다. 여전히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가지만, 그럼에도 성장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한 나는 실패하고 또 일어나 묵묵히 걸어갈 뿐이겠지.


내 인생의 철학을 지켜야 할 때.


나이가 들수록 나의 나약함과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어른으로서의 내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서럽고 힘든 일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매일 자신을 일으켜주는 나만의 내공, 그것이 바로 인생의 철학이다.

나이 듦에 따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없으면 원망과 비참함 같은 얕은 감정이 우리를 집어삼킨다. 그러니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다.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려면 스스로에게 '나는 앞으로도 가능성 있는 사람', '지금보다 더 멋지게 세컨드 라이프를 살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20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30대가 되면 큰 의미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관계가 그랬던 것 같다. 내 힘든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내가 건넬 수 있는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다. 관계를 지켜 나가는 일이 내 삶을 지켜 나가는 일이라고 착각했던 날들이기도 했다.


30대가 되고 실제로 내가 지켜나가야 할 사람은, '나'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20대의 나에게는 늘 부족함을 가지고 자책했다. '더! 더! 더! 열심히 살아야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무작정 좋아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어 길을 걸었다. 내가 결정했던 일들 앞에서 웃기도 했지만 많이 울기도 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온전히 혼자가 되어 끙끙 앓았던 날들이었다.


흔들리는 20대를 보내고 나니,

조금은 인생의 철학을 이야기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나약함과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어른으로서 내 삶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연구하려고 노력하는 어른,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취향을 연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꾸준히 연구하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의 길을 걷고 있다.


인생의 철학, 인생의 내공.

모든 것들은 누군가 대신 나에게 정해 주지 않는다.


내 인생을 누군가 책임져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책을 읽고, 기록하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알아 가고 스스로에 대한 내공을 쌓아 갈 뿐이다. 내가 여전히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하루의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단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테니까. 40대가 되어 30대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했던 시간들을 안아 준다

내 인생은 잘못 살지 않았고, 나는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성장할 사람일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운 30대는, 훗날 40대의 삶에서 더 반짝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은 한순간에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작은 냇가에서도 자신의 빛으로 반짝이는 윤슬과 더 닮아있으니까

작은 냇가에서 마주한 윤슬처럼, 작은 빛들을 만들어 가는 삶. 나는 오늘도 나만의 빛으로 반짝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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