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작은 책상이 왜 전쟁터가 되어버린 걸까

나의 작은 책상에서 마주한 수많은 마음들을 안고 살아간다

by 윤슬

처음 사회생활을 서비스 업무로 시작했고, 서비스업에서 이직을 준비하면서 사무직 쪽으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이력서상에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서비스업 경력이 많았던 나는 사무업무로 이직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며 면접을 보러 가면 나의 첫인상만 보고 '서비스업이 더 어울릴 거 같은데, 왜 사무직을 하려고 하죠?'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할 수 없어 당황스럽기만 했다


'불합격'


사무직 경력이 없던 터라 면접 전형에서 불합격이 많았고, 어떻게든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파견직, 계약직, 정규직 가리지 않고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사무직에 집착했을까 싶지만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사무실의 책상 하나가 나에게는 내가 의젓한 회사원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가득 찼던 것만 같다





그렇게 수많은 불합격 속에서도 운 좋게 한 곳에서 사무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을 때 내 자리라고 배정받은 책상 하나를 보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처음 메기 시작한 사원증은 당당함의 상징이 되었고 - 내가 상상하던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아 나는 행복하고 또 행복할 줄만 알았다


인수인계가 끝나고 진짜 나의 자리가 생겼고, 지금 생각하면 작은 책상 하나가 나의 온 세상이라도 된 듯 - 나는 참 많이도 설레었다. 다양한 업무를 혼자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알 수 없는 문제들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서류 작성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도움을 요청해야 했고, 따르릉 울리는 업무 전화는 점점 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없이 날아오는 이메일 업무 지시에 일은 쌓이고 또 쌓여만 갔던 날들


서비스업은 매일매일 고객과 함께 하는 전쟁터였다면, 사무업무는 매일매일 업무와의 전쟁이었다. 같은 전쟁이라는 이름이었지만 또 다른 종류의 전쟁이었다, 처음 알았다. 다양한 회사생활에 다양한 전쟁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 나는 사원증을 메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내가 사무업무를 해보지 않았더라면 평생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서비스업부터, 사무업무, 영업직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업무의 특성을 조금씩 배워왔다. 돌아보면 현장에서 일을 해도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다양한 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다양한 일을 통해 나는 다양한 전쟁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워왔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이 전쟁터였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며 적응해 가려고 노력했던 날들이었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지도 못했던 나는 - 조금 더 많이 웃으며 살갑게 다가가려고 참 많이도 노력했다. 내가 살가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어떤 이는 자신의 일을 나에게 넘기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때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내가 더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할수록 누군가는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날들이 많아졌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은,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군'이라는 마음이 되었던 걸까. 누군가 자신의 업무를 나에게 대신 맡기려 할 때면, '제 업무가 아니라 힘들 거 같아요'라고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 어떤 이는 자신의 상사의 권력을 이용해 나에게 그 업무를 어떻게든 떠맡겼고, 나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이를 대신해 전쟁터에 총을 들고나가는 날들이 많아졌다






사무실의 작은 책상 하나가 나에게는 전쟁터처럼 변해버렸다고 느꼈던 순간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전쟁터에서 승리가 아닌 패를 인정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단지 몸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맞지 않을까 기대했던 업무에서 나는 하루하루가 버겁게만 느껴졌다, 맑은 하늘을 보며 나의 우울함을 마주할 때 퇴사를 결정했다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고도 행복하지 않다면 나는 아픈 게 틀림없다'


약한 마음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도 웃을 수 없다면 나에게 작은 책상이 주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가졌던 나의 작은 책상에서의 하루하루는 전쟁터처럼 흘러갔지만, 나의 첫 책상이 주는 의미는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많이 울고 웃었지만 덕분에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다






작은 책상 하나에 온 마음을 다했던 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전쟁터에서도 빛나는 반짝반짝한 예쁜 마음이었다


여전히 사회초년생에게 선물 같았던 나의 작은 책상을 잊지 못한다, 나만의 작은 세계를 소중히 여겼던 그 시절의 나는 - 새로운 시작과 함께 처음 마주하는 일에 마음이 반짝반짝하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니까.


오늘도 작은 책상 위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회사원이지만, 여전히 그때의 열정 가득하고 내 책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날의 반짝반짝 빛나던 마음이 보고 싶은 밤이다


나에게 사무실의 작은 책상은 꼭 나의 또 다른 세계 같으니까 말이다, 내일도 책상에 앉아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겠지만 여전히 나의 책상에 앉아 전쟁터에서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서 조금은 뿌듯해지는 밤. 내일은 나의 첫 작은 책상을 마주했던 그날처럼, 조금 더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으로 전쟁에 나가야겠다






'오늘도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오겠습니다'



여전히 매일 아침이면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는 내가 - 매일 같은 자리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우리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처음으로 내 자리가 생겼던 날의 행복함은 잠깐이었을지 몰라도 처음 작은 책상에 앉아 수많은 마음을 마주했던 날들을 더 오래 안아주며 살아가고 싶다. 부족하고 불안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반짝반짝 빛나는 '처음'이라는 마음 덕분에 오늘의 내가 조금 더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전쟁터 같은 하루하루지만 나는 전쟁터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고, 잘하고 있는다고 믿고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자라고 있고, 잘하고 있다. 오늘도 전쟁터에서 함께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너와 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터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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