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달을 보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11월 달이 유독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파란 하늘,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달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을이구나 싶다
얼마 전 엄마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는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은 뭔가 감정이 다르다고 말을 건네 온 적이 있다. '엄마, 나뭇잎들도 이제 쉬어야지! 그리고 가을이 오면 썰매도 탈 수 있는걸. 얼마나 좋아!'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흔드는 가을은 도대체 어떤 계절인 걸까.
언제부터인지 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해 문득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연두연두한 잎이 올라오는 나무를 보며 마음이 따듯해졌던 4월을 지나 5월이 되면 정말 5월은 푸르구나 라는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씩씩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나무들을 보며 감탄을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속도대로 피고 다시 아름다운 단풍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며 다시 쉬러 가는 나무. 가을은 누군가에게 그립고 아쉬운 계절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자신의 일을 씩씩하게 해내고 떠나는 아름답게 떠나는 계절처럼 느껴진다
오늘 달이 참 예쁘네요
좋아하는 공간에 왔고 유독 달이 밝은 날이었다
파란 하늘과 자신의 존재를 낮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좋아하는 문장이 떠올랐다. 어떤 책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한다는 표현을 '오늘 달이 참 예쁘네요'라고 표현한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유독 달이 예쁜 날이면 수많은 사랑들이 떠오르곤 한다.
스쳐 지나간 사랑, 최선을 다했던 사랑, 아쉬움이 남는 사랑, 타이밍이 어긋났던 사랑, 서로를 몰라 봤던 사랑, 귀여웠던 사랑. 모든 사랑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유독 달을 보며 떠올린 사랑들은 귀엽게 남아 있다. 그 최선을 다했던 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순간도. 모두 귀여운 사랑의 순간들이었기에.
여전히 아름다운 달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오늘 달이 참 아름 덥다며, 오늘 하루는 어땠냐며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르는 밤.
달을 보며 수많은 사랑을 떠올려 본다.
나는, 유독 사랑에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에 용기를 가득 낸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들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사랑하는 마음을 꽁꽁 묶어 두기도 했다.
20대의 사랑은,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꿈같은 상상을 하며 말이다.
친구들은 하나 둘 연애를 시작할 때 유독 나는 연애를 시작하지 못했다. 진짜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 주면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갇혀 있던 걸까, 연애가 행복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더 이상 연애를 미루면 안 될 거 같아 20대 끝자락에서 우연히 운명처럼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에 책임감이 너무 크게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동안 아껴 두었던 에너지와 이해심을 모두 발휘했던 연애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서운 하다고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찾다 보니 점점 지쳐 갔다. '이게 내가 바라던 사랑이 맞을까?' 의문이 커져 가던 중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니 연애도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여기 까지만 하자, 그동안 고마웠어'
혼자 애쓰는 연애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날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다.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우연과 운명
오래전부터 혼자 마음의 준비를 해서일까.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원래부터 혼자였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나답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가끔은 여행을 떠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에 찾아가곤 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더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쳐지나갈 수 있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는 다정한 이를 만나기도 했고, 사람들을 배려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아무 기대 없이 만났던 어떤 이와의 산책 공기가 편안해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건 아니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이 느껴졌던 사람이었다.
아무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처음 만났지만 함께 있는 공기가 낯설지 않았고 내 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을 텐데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유연하면서도 나답게 웃을 수 있도록 편안한 공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 덕분에 내 마음에는 선명한 사랑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그 사람과 운명 같은 사랑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유독 아름다운 별을 보면 그 사람이 떠오르곤 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내가 그리워하고 있었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편안한 공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조금 느렸던 20대의 사랑들이 지나가고,
책임감으로 가득했던 30대의 사랑이 지나가고 보니 여전히 사랑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달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달이 참 예뻐요!'라고 이야기하면 '같이 달 볼까요?'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사람. 함께 있을 때 예뻐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그저 나다울 때 가장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
오랜 시간 생각해 온 다정한 사람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웃으며 바라봐 주는 편안한 사람이지 않을까.
여전히 달을 보며 당신을 떠올린다,
오늘도 달이 참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