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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Mar 07. 2020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안아주지 못했던 내 마음에게

타인의 마음을 안아주기보다 나의 마음을 안아 줄 수 있는 나이기를

세 자매의 둘째 딸로 자랐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눈치가 조금 더 빠른 아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언니와 동생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 곁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던 마음, 알아서 척척 잘한다는 엄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서 많은 것들을 혼자서 하려고 했던 아이


항상 알아서 척척 잘하는 척하며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았을 것이고, 그렇게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예쁨 받기 위해 눈치를 참 많이 봤을 것이다


대가 없는 사랑, 부모님의 사랑이 대가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무조건 적인 사랑만을 의지하며 살아오기에는 아이는 눈치가 너무 빠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눈치가 빠르다는 게 나의 장점인 줄 알며 살아왔던 나는, 이제야 내가 그동안 힘들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항상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의 특기인 눈치보기를 시행했던 게 아닐까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안아주면서도 나의 마음을 안아주지 못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의 이유 없는 사랑이 두려웠던 날들, 혹여나 나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모든 걸 좋다고 이야기했던 날들, 상처 받았지만 상처 받았다고 이야기하지 못해 그 사람을 멀리 했던 날,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나의 눈믈을 감추었는데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너만 착한 사람인척 한다는 말들


마음속으로 울면서 나는 왜 이렇게 단단하지 못할까

하나뿐인 내 마음을 온전하게 지켜내지 못하는 걸까

속상했고, 아팠고, 한번 받은 상처에 여러 번 덧이 나기까지 - 나는 왜 온전한 나의 마음을 안아주지 못했던 걸까


항상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아껴주지 못한 나의 마음을 이제라도 꼭 안아주고 싶다, 지난 시간 동안 지켜내지 못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 앞으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기 이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겠다고


더 이상 누군가 나의 마음을 이용하여 상처 주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내가 꼭 지켜내겠노라고 -


어린 시절, 사소한 일로 투정을 부리기보다 누군가에게 예쁨 받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그 아이도 꼭 안아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눈치 보며 주눅 들고 살았을 그 아이에게 - 이제는 너의 존재의 가치를 믿고 더 사랑해주겠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아, 수많은 상처 앞에서 웃어야만 했던 나의 마음아 - 그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꼭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안아주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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