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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Dec 12. 2019

혼자 눈물을 흘렸을 엄마의 당당한 딸이 되고 싶다

엄마가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어

일 년 전쯤이었나, 엄마가 병원에 다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유방에 혹이 있데' 엄마는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했고 '별일 없을 거야' 라며 엄마를 안심시키는 척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 엄마가 혹시나 큰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 한없이 불안했다


내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의 나이도 한 살 한 살 늘어간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엄마가 나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엄마의 나이를 모른척하며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걸까






환갑을 바라보는 엄마의 나이에 주변 친구들이 아프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누군가는 아파서 입원을 하고, 여전히 불편한 몸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병으로 우리 곁을 떠나는 분들도 계시기도 하는 - 행복보다 건강한 인생을 꿈꾸는 나이가 되어 버린 걸까


누군가의 아픔에 휘청거리는 여린 엄마의 마음을 꼭 안아주는 날들이 많아진다. '엄마 다 괜찮을 거야, 곧 건강해질 거야'라는 말로 애써 엄마의 마음을 꼭 안아준다. 진짜 괜찮아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꼭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친구들 이야기를 자주 하는 분이다. '엄마 친구들 놀러 오면 여기 데리고 와야겠다' 라며 이야기하신다. 종종 내 눈에는 엄마의 친구분들이 엄마의 마음을 콕콕 쑤시는 날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엄마의 친구들이 너무 한 것이 아니냐며 툴툴 거리지만 - 엄마는 여전히 툴툴거리면서도 친구들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


엄마의 청춘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은 지금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어 자주 보지는 못해도 엄마에게 친구들이랑 소중한 존재임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세 딸의 엄마라는 존재로 살아가지면 여전히 해맑고 순수한 청춘시절의 엄마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친구들을 향한 사랑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항상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소중하듯,

엄마의 친구들 역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엄마는 친구들 덕분에 젊은 날을 함께 추억하며

여전히 꽃다운 그때를 사랑하며 안고 살아간다






오늘은 엄마가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었다, 엄마의 한쪽 가슴에 혹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왕이면 나의 휴무날에 맞춰 시술 날짜를 잡았고, 오전부터 시술을 하고 붕대를 감고 돌아온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운전석에 앉아있는 딸과 무거운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엄마를 보니 뭉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 몸도 마음도 단단한 줄 알았던 엄마는 어느덧 여린 소녀가 되어있었다. 여린 엄마는, 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강한 척하며 살아왔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너지면 딸들의 마음도 무너질까 봐 자신의 마음을 꼭꼭 숨긴 채 살아왔을 것이다. 힘든 날이면, 속상한 날이면 -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며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을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자주 이야기하셨다 '당당한 딸이 되어줘서 고마워'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당당한 딸이 되고 싶었다. 삼십 년 동안 세 딸을 의 행복만을 바라며 살아왔던 엄마에게, 엄마의 꿈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조급한 삶을 살아왔을 엄마에게 - 당당한 딸이 되고 싶다






한쪽 가슴에 붕대를 하고 돌아온 엄마는, 자신의 아픔보다 딸의 하루를 더 걱정하신다. '엄마 때문에 오늘 아무 데도 못 가서 어떡해' 라며 휴무날 집에만 있었던 딸의 마음이 신경 쓰였던 걸까. '미세먼지 때문에 오늘은 밖에 나가면 안 돼 엄마'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 자신의 아픔보다 딸의 마음을 신경 쓰는 엄마의 삼십 년을 돌아본다, 엄마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살기보다 엄마라는 존재로 오랜 시간 살아왔겠구나, 마음이 아려온다


삼십 년 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들을 조금씩 헤아려 본다, 늘 강한 엄마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엄마의 마음을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다. 엄마의 아픈 표정보다 해맑게 웃는 얼굴을 더 자주 보고 싶다. 삼십 년 동안 딸의 행복만을 바랐던 엄마의 마음을 꼭 안아주고 싶다. 엄마가 나를 지켜주었던 시간들, 그 이상으로 내가 엄마를 지켜주고 싶다


나 역시 여전히 단단하지도 못하지만,

엄마에게는 단단하고 당당한 딸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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