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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Dec 03. 2019

아낌없이 주는 나무, 두 사람의 사랑

오래오래 부르고 싶은 이름 아빠, 엄마의 사랑에 대하여

오랜 시간 기억하고 싶지만, 나의 시간과 함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순간들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기억되면서,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은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요즘


'오래오래 부르고 싶다, 아빠 엄마라는 이름을'






맨 처음 사랑을 받았던 첫째 딸과 맨 마지막으로 태어나 막내라는 이름만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던 셋째 딸 그리고 중간에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많은 순간들에 착해야만 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를 봐야 했던 둘째 딸 - 나는 부모님의 세 자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지 벌써 스물아홉, 이제 한 달 뒤면 서른이 된다


내 나이가 서른이 되면서 부모님의 나이는 벌써 환갑이 자연스러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부모님의 친구의 아들딸은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친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엄마의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결혼을 재촉한다, 아빠는 전형적으로 딸바보지만 표현에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세 딸들을 어떤 남자에게 줄 수 있을까 걱정하며 결혼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무뚝뚝 하지만 다정하고 여린 마음을 안고 사는 아빠

웃음도 애교도 많지만 단단하고 마음이 여린 엄마






나는,

칠 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난 아빠와

사 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이다


어렸을 적 나는 왜 하필 둘째 딸로 태어났을까 생각한 날들이 많았다, 이왕이면 첫째 딸로 태어나 첫째의 모든 것을 누리고 살고 싶었고 - 이왕이면 막내로 태어나 존재만으로도 사랑받는 딸로 자랄 수 있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부러워하며 질투했던 시간들이 종종 찾아왔으니까 말이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가까워지는 나이에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 아빠 역시 둘째로 태어나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소중한 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마음을 나는 그들에게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무뚝뚝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늘 표현해주는 고마운 부모님의 마음을 더 오래 기록하며 기록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둘째 딸로 태어났지만,

나는 둘째 딸로 태어 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날들


둘째 딸로 태어난 덕분에 나는 수많은 순간들에 빠른 눈치와 자립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내가 둘째 딸이었기에 매 순간 혼자 스스로 해내는 모습들을 보였고, 나의 뚜렷한 주관에 부모님은 늘 걱정보다 응원을 해주셨던 분들이셨으니까


어렸을 적 나는 둘째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님께 종종 서운했고, 종종 원망스러웠던 마음을 안고 자랐는지도 모른다. 존재만으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나의 사랑을 언니와 동생이 모두 가져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수많은 순간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 사랑이 되기도 했지만 -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은 ,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닮아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마 아빠의 서른,

두 딸을 만나고 키우는 일이 버거웠고, 많이 행복했을 엄마 아빠의 순간들 


내가 서른이라는 나이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서른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조금 더 오래 부르고 싶고, 조금 더 오래 사랑하고 싶은 이름

엄마 아빠, 조금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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