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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Nov 23. 2019

매주 돌아오는 주말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오늘의 마음에게

모두가 기다려왔던 금요일 저녁이면 많은 사람들이 한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일주일 동안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는 직장인들의 행복한 금요일, 우리는 금요일 저녁을 '불금'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회사생활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사람들과 나누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잘 해결되지 않는 연애 문제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우리는 대학, 취업, 건강, 연애, 결혼 등 수많은 걱정을 금요일 밤에 나누며 주말을 맞이한다


불금을 마무리하면 우리의 토요일은 에너지가 가장 반짝반짝하는 시간이다,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토요일이라는 황홀한 시간에 많은 이들이 짧은 여행을 출발하고 수많은 맛집과 카페를 찾아 방문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며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꼭 SNS에 올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 역시 금요일이면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 불금을 즐기는 '척' 하는 했고, 토요일이면 집에서 뒹굴거리는 내가 스스로 처량해 보여 최대한 예쁜 모습으로 외출을 하려고 억지로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모르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패턴을 따라가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우리는 비슷한 주말을 보내야 행복한 걸까


집에서 쉬면서 여유롭게 보내는 걸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잊은 채 나는 일반적인 사람인'척' 바쁘게 지냈던 시간들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따라가려고만 했던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두려웠다


불금,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만 같은 금요일에 약속을 잡지 않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났고, 나의 마음과 건강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약속을 줄일수록 수많은 인연들이 나와 멀어지지는 않을까 두려움을 안고 지내야 했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행복을 서로 경쟁하듯 바쁜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공허하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시간들로 변해갔다


'나 이렇게 주말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


주말은 꼭 누군가를 만나서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야 하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왜 SNS에 인증하며 벅차게 살아왔던 걸까.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러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주말 패턴에서 벗어나는걸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주말에는 많은 이들을 만났고 좋은 곳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을까. 사실 행복한 주말을 보낸 척하고 싶었고, 외롭지 않은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집에서 그냥 쉬었어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매주 돌아오는 주말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온전한 쉼표를 찍을 수 있어야만 했던 시간에, 나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아닌 모습으로 주말을 보내야 했던 시간이 10년 가까이 흘렀고,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버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쉼표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사람들의 쉼의 방식이 모두 동일할 거라고 착각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고, 일반적인 대화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마음만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십 대 후반의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예전처럼 힘없이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의 다양한 쉼의 방식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겉모습과 성격이 모두 다르듯 우리의 쉼의 방식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며 살아가게 된다






요즘의 나는 금요일 밤이면 누군가를 만나 우리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서 도서관을 찾는 일이 즐겁다. 수많은 책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금요일을 마무리한다


토요일 아침이면,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약속을 깰까 말까 고민하기보다 평일 내내 나를 피곤하게 했던 알람을 OFF 상태로 만들고,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편안함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가 진짜 원하는 행복에 집중한다


푹 자고 일어나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에 기분 좋게 눈을 뜨고, 방금 일어났지만 또다시 누워서 TV를 보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생기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꾸밈없이 만나도 좋은 사람들과의 갑작스럽게 만나는 일도 행복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혼자 또는 함께 하늘을 보며 산책을 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좋은 계절에는 발길 닿는 대로 좋아하는 풍경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나의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한 시간으로 주말을 맞이 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주말이 버겁게 느껴지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로 가득 채울 시간에 설렌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꾸몄던 모습들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꼭 누군가를 꾸준히 만나야만 관계가 유지되고,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시간으로 채워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스물아홉의 나는 알고 있다, 하루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많은 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서운해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나는 알고 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도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했던 화장을 지우고,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무겁게 했던 시간들과 마음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온전히 내가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더 많이 만들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를 보낸 덕분에 함께 여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을 알아 간다, 내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의 마음을 먼저 비워내고, 타인의 마음을 함께 안아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주말이면, 온전한 민낯으로 여전히 불안하고 부족한 나를 마주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하기에 더 비우고 채워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여전히 수많은 파도를 만나서 휘청 거리고 있지만 온전히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과 항상 내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이들 덕분에 나는 또 살아가고 사랑할 힘을 얻는다


그렇게 비워내고 또 채워가며 나의 삶을 더 따듯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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