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아이고 우리 아가 착하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걸 좋아했다. 나 역시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착한 사람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인정 욕구가 강했던 아이는 진짜 마음을 숨기고, 감추는데 익숙한 사람이 되어갔고 덕분에 많은 이들의 눈치를 빠르게 보고 사랑받는 방법을 조금 더 빨리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렇다,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세 자매가 함께 자라면서 부모님의 사랑은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내가 착한 아이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면 나는 행복할 줄 알았다
모든 감정을 마음에 담지 않으려 노력했고, 누군가의 부정적인 마음은 진짜가 아니기를 바랐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고, 잠깐 동안 우리의 상황이 좋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종종 건네 오는 무례한 농담에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했고,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우선시하고 살아오는 시간이 길어졌다. 착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았고, 나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은 체 누군가의 의견을 존중하며 내가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질 거라 믿어왔던 시간들이 모이고 또 모였다
'과연 나 하나만으로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을까'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자기소개서 끝 어딘가에 자주 적곤 했다. 돌이켜보면 이력서에는 나의 이야기보다 회사가 원하는 이야기를 적었어야 했는데, 참 감정적으로 적어놓은 이력서는 누군가에게 어필이 되기보다 아마 말랑말랑한 사회초년생의 약한 마음으로만 비추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밝고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조금씩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마음속 깊은 곳에 안고 살아왔지만 하루하루 어른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세상은 나 하나만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행복한 일들을 마주하면서 한편으로는 학창 시절보다 상처 받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회사는 사회초년생에게 관대하기보다 월급을 주는 기업의 입장에서 노동자로 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의 장점을 찾기보다 서로의 단점을 찾아 내려 애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더 인정해 주기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그렇게 서른이 되었다
삼십 년 정도를 이왕이면 착한 아이로 살아가고자 했던 나의 마음은 나의 세상이 넓어질수록 조금씩 변해 왔던 것 같다. 사랑받고자 했던 마음이 커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왔던 나의 마음이 부질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이왕이면 타인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노력 중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나에게 또 다른 배움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던 일들도 많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 또한 자주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낌없이 주었던 나의 마음을 안아 주고 싶다,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던 나의 마음을 안아 주고 싶다
타인의 마음을 안아주는 법을 알고 있는 나를 더 사랑해 주고 싶다
타인을 안아주고, 나를 안아주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결국 나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알게 해 주었고
더불어 나의 마음을 더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득 안겨주었다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꼭 부정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 덕분에 나는 사람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게 되었고, 누군가와 행복을 나누는 일을 조금 더 쉽게 발견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단어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배움이 되는 단어이기도 한다는 사실에 미소 짓게 되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