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생활 중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첫 사회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by 윤슬

8년 전, 한 달의 고민 끝에 홀로 짐을 싸서 밤 기차에 오른 적이 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가족들에게 손을 힘차게 흔들고 집을 나온 터였다


스물두 살의 나는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불안함과 두려움을 뒤로 감추고 애써 씩씩한 척 인사를 건넸다


'엄마 나 다녀올게'


대학교 졸업 후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중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청소년들과 소통했던 경험도 있었고, 유난히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을 좋아했던 터였다. 청소년들과 살을 부딪치며 청소년들의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벚꽃이 피는 경주에서의 일 년이 시작되었다






스물두 살의 나에게는 꽤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던 일이었다


경기도에서만 살아왔던 터라 경상도에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뿐더러 숙소 생활을 해야 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어떨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불안했지만 이것 또한 타이밍이라고 믿고 나름대로 안전하고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한 곳을 정해 연락을 했고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보낼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주말이면 유적지 공부를 하고 차근차근 일을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는 청소년들과 2박 3일을 동고동락하며 웃을 일도 많아졌고, 화를 내야 하는 상황들도 많아졌다. 수학여행이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들떠 있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행복한 수학여행을 선물하고 싶다는 사명감에 아이들과 더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에 2박 3일씩 두 번,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에너지와 순수함 덕분에 웃을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다시없을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던 중 알 수 없는 타이밍이 또 나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이제 출근 안 해도 돼요'


오랜만에 주말에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와 피자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전화 통화로 다짜고짜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는 사장의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일하던 곳은 두 곳이 함께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내가 다른 곳에 지원을 나가면서 그곳의 스케줄을 따른다는 이유로 본인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었다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본인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도 해고 통보를 하는구나 라는 마음이 들어 화가 나기도 했고 타지에서 온 나에게 이렇게 쉽게 전화로 해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사회초년생인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를 끊고 현재 지원 나가 있는 곳의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고, 이곳 사장님께서는 월급은 자신이 주겠으니 우리 쪽에서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해주셨다. 내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이었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부모님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 내가 짐을 바리바리 싸서 다시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 곳에서는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나를 해고했고

한 곳에서는 며칠 동안 본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1년 동안 경주에서 타지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합숙하며 일을 했고, 주말이면 모두가 떠나간 숙소에서 홀로 외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종종 밖으로 나갔지만, 겁이 많았던 나는 저녁만 돼도 혼자 숙소에 들어오는 일이 무서워 자주 나갈 수 없었고 지금만큼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기회를 주신 사장님 덕분에 나는 경주에서 일 년을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매주마다 집에 올라갈 수 없는 나를 위해서 식사를 걱정해주시고, 혹여 내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배려 주신 덕분에 나는 일 년의 좋은 기억을 안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사실 스물두 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여서 지금만큼의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일들에만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배려들이 무궁무진했구나 느끼고 있다. 사장님 부부가 나를 배려해주신 덕분에 내가 좋은 기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처음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고 악몽일 뻔했던 경주에서의 일 년이 행복으로 바뀌었으니까






첫 타지 생활 8년 후 나는 여전히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추억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사실 그 당시에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꼭 내 잘못이 포함되어 있는 것만 같아 힘들기도 했고, 나를 해고한 사장과 불편하게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도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꿋꿋하게 일 년을 마무리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일 년을 잘 마무리한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수한 마음으로 근무했던 첫 사회생활의 반짝임을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순수하고 예쁜 마음들을 자주 꺼내어 보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참 감사한 일이다


첫 사회생활은 여전히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처음으로 타지 생활을 한다는 것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서 근무하다는 것

나의 한계보다 더 넓은 곳에서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세상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외로울 수 있고 그 외로움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


첫 사회생활이 첫 타지 생활이었기에 쉽지 않았음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에서 참 좋은 경험이었음은 분명하니까







그렇게 나는 하나의 도전을 끝내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을 만났고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청소년 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였는데 사실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나의 이십 대에 만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연락이 오는 경우를 보면 그 마음이 더더욱 간절해진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여전히 순수하게 빛날 수 있기를, 아이들이 수많은 꿈을 안고 살아가며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더 나아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함께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웃고 있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삶을 늘 꿈꾸고 그린다. 당장 특별한 능력이 없어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위로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차근차근 노력해 보려 한다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첫 사회생활에 나는 부당한 해고를 통보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나의 잘못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자책은 결국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누군가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너무 내 탓을 하지 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더 아끼며 행동했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아름답지 않은 순간들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우리의 삶이 타인의 무례하고 부당한 행동으로 상처 받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도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너무 상처 받거나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보다 내가 나를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당당함을 가지고

나를 더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우리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