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덕분에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순간

하늘은 나에게 이제 웃기를 바란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by 윤슬
나는 유난히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휴대폰 사진첩에는 인물 사진보다 하늘과 자연 사진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맑은 하늘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들도 좋아한다. 그만큼 날씨의 영향을 받는 나는, 하늘의 영향 또한 많이 받는 편이다. 맑은 날이면 항상 피곤해하던 아침 운전도 상쾌하게 하는 걸 보면 하늘은 나의 기분 변화에 꽤 많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내 기분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마주할 때면 행복한 마음이 함께 피어오르면서도 아픈 기억도 함께 피어오른다. 5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비서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게 괴롭게 느껴졌지만, 백수로 지냈던 시간을 지나고 취업을 했던 탓에 감히 퇴사를 할 수 없었다


모아놓은 돈의 여유는 없었고 나에게 매달 월급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부모님의 기대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백수 생활을 정리하고 취업을 한 내가 늘 자랑스러운 듯 얘기를 하셨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나에게 매일 출근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을 점점 잃어 가고 있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과 비슷한 계절이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고 준비하는 시간

파란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오후 1시


유난히도 하늘을 좋아하는 내가 하늘을 마주하면서도 웃을 수 없었다

마음의 무게가 꽤 무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하늘을 마주하고 마음껏 웃을 수 없었던 순간, 아차 싶었던 순간. 분명 일상을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가기 위한 회사생활이었는데 나의 일상은 모두 사라지고 회사에서의 '나'만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진짜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린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허무함만을 남겨줬다







하늘을 마주 하는 순간에 웃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안녕한 걸까


이제는 진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간절했던 취업이었지만 버티고 또 버틸수록 울컥하는 마음이 피어오르는 날들이 잦아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하늘을 마주하고 웃을 수 없는 일상이라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에게 큰 행복을 주는 하늘을 마주하고도 울컥하는 마음이 가장 먼저 피어오른다면 분명 내 마음에는 상처가 가득 생겼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또 버티기를 시작한다면 내 마음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다


'하늘을 보고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꽤 오래 버티고 버틴 만큼 내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는 걸 느꼈던 순간에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결정했던 순간, 나는 다시 하늘을 마주 하고 웃을 수 있는 일상이라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하늘을 마주 하고 평범하게 웃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파란 하늘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의 병이 커지기 전에 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퇴사를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파란 하늘을 마주 하며 웃을 수 있는 요즘의 나의 일상이 감사하기만 하다.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도 사실 쉽게 퇴사를 하지 못했고,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던 마음들은 나를 더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 갔으니까 말이다


유난히도 하늘이 예뻐지는 가을,

나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제주에서 살면서 매일 마주했던 가을 일몰과 가을 하늘을 마주하고도 마음이 아팠던 날들까지 함께 떠오르는 오늘의 하늘이다. 분명한 건, 이제야 하늘을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5년 전 하늘이 나에게 보내주었던 신호마저도 감사하다


하늘 덕분에 나는 오랜 시간 고민했던 퇴사를 결정했고 조금 더 성장하는 내가 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유난히도 사랑스러운 가을 하늘 덕분에 오늘도 추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웃어본다


9월, 사랑스러운 가을 하늘을 마주하며 웃을 수 있는 오늘이 참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