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발행일 : 24. 7. 28.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13명의 참가자를 정치(좌파, 우파), 젠더(페미니즘, 이퀄리즘.. 이퀄리즘이란 말보다는 반페미니즘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프로그램에서는 이렇게 정의했다), 계급(서민, 부유), 개방성(개방, 전통)으로 분류하고 지지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높은 점수를 가진다.
다양한 코드의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 불순분자라는 스파이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매일 밤 코드와 관련된 예민한 주제들에 대해 익명 토론을 한다.
예를 들면,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다,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등
각자 다른 이념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실 불순분자가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에도 존재 자체로 분열하는 모습 등이 흥미로웠다.
코드는 정반대에 있지만 의외로 친하게 지내는 출연자들도 많았고 성향상 내가 가까이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생각한 출연자가 하는 말에 종종 공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참 입체적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예능이었다.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두 번 정도 있었는데 하나는 하마의 가난에 대한 글이었고 하나는 탈락자가 결정되는 순간에 테드라는 사람의 행동이었다.
이 글에서는 테드의 행동에 대해서 작성해보고자 한다.
테드는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출연자고 모든 구성원이 탈락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불순분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누군가의 편에 쉽게 서지 않으나 모두와 친근하게 지내고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신경 쓰는 사람이다. 새로운 멤버가 중간에 들어왔을 때도 가장 열심히 챙겨주는 출연자였다. 그는 위선자라는 주제로 스피치를 할 때 나이스 하다는 것 자체로 칭찬받기보다는 나이스하지 않은 심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걸 누르며 나이스한 척 끝까지 버텨낸 것에 대해 칭찬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탈락자가 결정되는 순간에 자신의 말에 맞는 행동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매일 밤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도라는 것을 주었고 서바이벌 말미에는 호감도가 낮은 사람은 탈락이 되었다. 그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으로 호감도를 살 수 있었다. 출연자들은 서로 호감도가 몇 개 있는지 확인을 하였고 다들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호감도 숫자를 낮추고 더 많은 호감도를 사들였다. 그리고 커뮤니티 센터 내 방송으로 탈락위험자 2명을 말했는데 여기에 슈가와 테드가 속해있었다. 둘은 호감도가 절대 낮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감도를 사지 않아 탈락 위험자가 되었다. 이때 테드는 슈가의 호감도가 몇 개 인지 대충 알고 있었고 자신이 슈가의 호감도 개수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있는 상태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호감도를 사는 것은 본인의 신념과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되어서야 슈가와 함께 호감도를 사러 갔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슈가에게 먼저 호감도를 사게끔 양보했다.
누구라도 본인이 탈락 위험자면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호감도를 사서 탈락위험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살겠다고 다른 사람이 떨어질 걸 알면서 호감도를 사고 싶진 않다고 했다. 살고 싶은 건 본능인데 그런 본능을 누르고 신념을 택한 자가 멋있었고 이 사람은 본인이 추구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위선이 가식적이라고 한다. 모두 솔직해지라고 하며 다들 똑같이 생각하고 있으면서 뭐가 그렇게 잘나서 고고한 척하냐고 위선자의 노력을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위선이 없다면? 모두들 본능에 충실하고 선을 추구하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대로, 적어도 그걸 감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세상은 과연 더 아름다울까?
적어도 위선은 누군가의 노력일 지도 모르기에 위선자들이 꾸리는 세상이 그저 솔직하기만 한 사람들이 꾸리는 세상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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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몽희 기자 exploretheworldofdreams@doge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