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 관한 고찰
속 시끄럽고 생각이 많았던 일주일을 보내고 결국 브런치에 새로운 메거진을 만들었다.
서울 삶이라는 카테고리와 어울리지 않게 제법 느끼하고 축축하게 젖어있던 글들을 [고찰 고찰 고찰] 매거진으로 다 옮겨두었다.
나는야 참말로 생각이 많다.
생각 안에는 수많은 범주가 있다.
생각을 분석해서 카테고리화 만드는 작업도 재밌을 것 같네…?
아 이것도 하나의 생각에 속한다.
생각 :
1.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2.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
특히 요즘은 3번에 꽂혀있다.
하고 싶고 관심 있는 일을 막 적어보다가 —->
왜 내가 하고 싶지?를 막 찾아간다. —->
주로 호기심 혹은 결핍 두 갈래로 나뉜다.
어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결핍에 관해 이야기했다.
언니는 현재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만한 균형감에 만족하는 중이다.
나는 현재 새로운 환경과 관심 있던 분야의 공부에 만족하는 중이다.
대신 우리의 만족에 차이가 있다면 나는 해외생활에 대한 결핍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많은 여행을 다니고 대학원을 해외에서 다녔던 언니는 해외생활의 희로애락을 다 경험해 보았다.
그래서 타국가라는 자극에 현저히 관심이 떨어졌고 본인의 일에서 전문성을 취하고 경제적 안정을 가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언니를 보며 자란 나는 어깨너머로 언니의 여행과 진취적인 삶을 동경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교환학생을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물 건너갔고 공허한 마음을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 사귀기로 충족했다.
아 영어로 혜택을 본 사회생활도 조금 했었네.
사실 코로나 핑계를 대었으나 해외생활에 관한 두려움이 스스로에게 있었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20대 후반에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먼저 해야지, 해외에서도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해서 생각만 하고 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칼을 뽑아 무는 썰고 있는 것 같은데
무생채와 소고기 뭇국만 주야장천 만들고 있다랄까.
우선 지금은 영어와 한국어를 재밌게 공부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 공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언어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학원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영국인 Chiedza를 보며 그녀의 생각과 사고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단순히 ‘영어’가 기점이 되는 토론이 아닌
‘토론’이 기점이 되는 회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 말이 맞아’로 방임하거나 ‘나는 반대야’로 자기주장만을 펼치지 않는다.
학생이 하는 주장의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포용적이고 나이스 하게 전달하는 센스가 있어서 영어 이외에도 사고의 확장을 하게끔 도와준다.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된다면,
Chiedza처럼 다방면에 나만의 주장을 가지고 겸손하게 소통하며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가장 재밌었던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비판적 생각과 사고의 확장 그리고 지식만이 아닌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또 다른 이상향을 그리며 오늘도 생각에 빠져본다.
난 한국이 정말 좋다.
한국에 사는 건 정말이지 편하고 즐겁다.
도피를 위한 해외가 아닌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에 나가야겠다는 ‘생각’(또 생각)을 한다.
칼을 뽑아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일단 제대로 휘둘러 봐야지만이 해결될 것만 같은 나의 결핍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 내년에 나가볼까요.. 나가고 싶어요.. 나갈 수 있을까요.. 나갈래요..!
우선 한국어 자격증부터…
사람들은 나이 삼십에 늙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멋진 일이다.
사람들은 실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를 알게 된다. 지성과 철학적 혜안을 통해 큰 자유에 도달한다.
삼십 이전에는 고통과 격정에 완전히 자신을 맡겨야 한다.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그렇다!
털 뽑힌 호랑이가 되어야 한다.
안 그럴 경우 맥없는 고양이일 뿐이다.
고통과 격정에 헌신하지 못하는 사람은 죽을 수 없다. 죽는다는 것은 마지막 헌신이기 때문이다.
-루이제 린저
p.s) 조금 러프한 인용구지만, 지금 나에겐 힘이 되는 루이제 린저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