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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y 10. 2022

예민한 성격과 정직한 몸

예민함에 관한 고찰

때는 5월 9일, 어제  점심 경

밥을 먹다가 갑자기 열이 올라오고 속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인후염 증상이 있던 룸메이트가 토요일에는 코로나 음성이었는데 어제부로 양성으로 바뀌었다는 결과를

전해 들은 지 불과 2시간도 안되어서 나에게 생긴 증상이었다.


난 분명 3월 12일에 확진을 받고 격리까지 끝낸 완치자이고 심지어 자가격리 지원금까지 입금된 사람인데.. 설마 재감염..?


하지만 코로나 전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의 몸 상태는 분명히 코로나 그것이 아니었다.

메슥거림과 헛구역질.. 오랜만에 만났다.


급체…!!


말도 안 되게 정말 집밥의 표본인 밥을 먹고 급체가 온 것이다.

무슨 피자와 햄버거로 밀가루 파티를 열었거나 맥주와 와인의 혼종 조합으로 술 파티를 열었으면 이처럼 어이없지는 않았겠다.

갑자기 열이 올라오고 몸도 으슬으슬 거려 꼼짝 않고 방에 누워있다 - 자다 를 반복하다 급기야 분노에 휩싸였다.


왜..!

지금..!

그것도 오늘..!

심지어 월요일..!


날뛰는 감정에 비해 아무 움직임 없는 이불속 몸뚱어리 속에서 고찰을 해보았다.

난 왜 급체했나.


그렇다.

지금.

그것도 오늘.

바로 5월 9일 월요일이 어서였다.



5월부터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한국어 교원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더불어 어제는 유튜브 멤버십으로 영문법 챌린지도 시작하는 날이었다.


주말에 실컷 논 후 일요일 밤에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살 거야!’라는 다짐을 했었다.


학창 시절부터 성적은 몰라도 수업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교 때 범생이라는 별명이 붙어 이상하게 억울하기도 했다. 나도 잘 노는데.. 괜히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적어도 10분이라도 일찍 강의실에 가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기에 이 버릇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중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인강을 들으면서도

몇 시부터 밥을 먹고 언제까지 치우고… 이때 준비하고 출발해서… 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국어 교원 필기시험 전까지 이수해야 하는 양성과정이 생각보다 많아서 이번 달까지 원하는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혼자만의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인강을 들으면서도 이번 주에 치러야 하는 ‘진행 평가’에 대한 압박을 계속 느끼었다.

물론 이는 인강을 소홀히 들었기에 혼자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강을 집중했으면.. 아냐 아냐 이 와중에 내 탓은 하지 말자..)


결정적으로 룸메이트가 코로나 확진이 걸리면서

‘나도 걸리면 어쩌지’라는 불안보단 내가 코로나였을 때 극진한 보살핌으로 나를 케어해주었던 룸메이트한테 제대로 보답해야 한다는 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최대한 밥을 정성껏 담아서 전달하고 이번 주에 어떤 요리를 해주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다…


체했다.



결국 학원은 못 가고 한국어 공부도 못 하고

제일 최악인 건 코로나 확진자인 룸메에게 등 두드림을 받고 해열제까지 얻어먹었다.

이것이 바로 강박만 느끼다 아무것도 못한 (생각만 열심히 현실은 시궁창) 현상이었다.


그리고 급체 사건으로 인해 드디어 내가 인정하게 된 것은

‘나는 예민하다.’

이었다.


예민하다는 말은 어딘가 불편하고 신경 쓰이고 무거운 느낌이 강해 나에게만큼은 좋은 말이 아니었다.

뭔가 덜 쿨 해 보이고 덜 재밌어 보이고 덜 매력 있어 보였다 랄까.


하지만 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맞았다.


그리고 예민함과 재미없다, 예민함과 불편하다 등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훌훌 털어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물처럼 바람처럼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든 성격은 맞겠지만,


자신만의 규율 속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최대한 다정한 태도를 가지려는 노력을 하기에는 수월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석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

난 예민하지만, 자기 합리화는 아주 잘하는.. 그래서 우울감과 타격감이 잘 없는..INFJ - A (과몰입)


한 단어로 정의 내리는 순간, 그 단어에 내가 함축시켰던 의미도 정의되는 것 같았는데 (예민하다 = 덜쿨 덜재미 덜매력)

그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니 색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

예민한 성격과

정직한 몸을 가짐과 동시에


유쾌한 태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의 이틀간의 깨달음이었다.




추가로 내가 제일 듣고 싶어 하고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바로바로..



재밌다!!


아 그렇다고 재밌으려는 강박은 안 가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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