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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10. 2022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언니에 관한 고찰

* 창비 출판사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책 제목 참고


나의 언니에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2박 3일의 시간보다 헤어지기 직전 나누었던 20분간의 대화가 더 좋았다고 말하면 기분 나쁘려나?

하지만 솔직하게 각자의 구린면을 인정했던 그 순간이 참 좋았어.


우리는 참 닮고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어.

우리는 참 (얼굴이) 닮고 (성향이) 달라서 언니와 있으면 재밌으면서 동시에 내가 참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


겸손하게~ 타인을 존중하자~ 되뇌고 좋은 사람인척 열심히 흉내 내며 살아가면서

언니와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언니를 걱정하고 함부로 조언하고 있더라고.

우리를 나타내는 아주 적절한 짤이지ㅋㅌ

생각해 보면 나는 20살 때부터 집을 떠나 살고 언니는 해외생활을 하면서 우리 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더라고.


그래서 가끔 오래 붙어있는 시간이 있을 때면 서로의 삶의 방식에 깜짝 놀라고는 하잖아.

우리는 알지, 같이 여행은 다닐 수 있어도 절대 같이 살 수는 없다는 걸~~


언니에게 잔소리할 시간에 고맙고 미안했던 것들을 표현하면 좋았을 텐데 난 그게 참 어려워.

이 편지로 대신해 볼게..!


나는 언니가 2년 일찍 걸어갔던 삶을 따라가며 안전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었어.

언니라는 표지판이 있으니깐 다양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야를 얻게 되더라.

배낭여행, 영어공부, 연애, 취향 등

나만 언니를 통해 얻는 게 많아서 미안하기도 하면서 또 정말 정말 고마웠어.


나를 볼 때 언니가 느끼는 그거(우리만 아는ㅋㅌ) 있잖아? 그거 다 언니를 통해 만들 수 있었던 거니깐 자부심 가져쥬라~

언니가 없었다면 난 표지판 없어 엉엉 우는 길 잃은 아이 1에 불과했을 거니깐!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해서 부러워하는 서로의 성향을 인정하고 그래도 내 자매가 가져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우리끼리 잘 보듬어주자.

으쌰 으쌰


2019년 우리 배낭여행에 방콕의 똠양꿍이 있었다면

2022년 우리 서울여행에 한남동의 진절머리가 있었다.


서로 한정 예민 보스지만 가장 편한 여행 메이트이라는 건 둘 다 인정하니깐!

다음 여행에서 또 이상한 에피소드를 잔뜩 만들어 보자!


p.s) 나는 언니처럼 성실한 직장인이 못 될 것 같거든? 평생 내 엥겔스가 되어쥬라ㅋㅋ

그리고 언니 명예퇴직하면 그 공간을 내가 후원해줄게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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