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관한 고찰
엉덩방아를 쿵 찧었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아닌 자전거를 꺼내다가 뒤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에 걸려 쿵 찧었다.
아프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줄 알았다.
우리는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던 사이였다.
종종 좋은 책과 음악을 공유하고 재미난 공간을 서로 소개해 주기도 했다.
특별한 관계였다.
그 친구는 성숙한 면과 귀여운 면을 다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건 처음이었다.
사실 동경했다.
나는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좋은지, 관심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그 친구는 너무나 분명했다.
확실한 자신의 것을 깊게 탐구하고 열정을 쏟았다.
동시에 즐기기까지 했다.
취향 또한 명확했고 호불호도 분명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투명하게 보이는 친구였다.
당시의 나는 그 친구의 ‘호’ 범주에 안전하게 안착되어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저 서로가 바빠서, 이전처럼 만날 수 없기에 라고 치부하기엔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감이 그랬다.
자연스레 변하는 관계는 당연한 거라 여기고 살아왔기에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는 안 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와의 관계는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호불호가 강한 친구인 걸 알기에 그 기준에서 내가 ‘불호’가 된듯하다.
내가 그 친구의 취향이 더 이상 아니게 된 듯하다.
뭐 어쩔 수 없지.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고 따로 이유를 묻고 싶지도 않다. 그냥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오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보고 싶다.
동경의 대상인 친구는 기다릴 수밖에.
그러다 영영 못 보게 되더라도
뭐 어쩔 수 없지.
용기 내 잘 지내냐고 연락을 했다. 잘 지낸다고 했다.
나도 잘 지낸다고 했다.
다음에 보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론 엉덩방아가 제법 아팠다고 느꼈는데 막상 일어나고 보니 괜찮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자연스레 변한 이 관계도 엉덩방아처럼 괜찮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