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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Jun 27. 2022

시절 인연

서울 삶


시절 인연

: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시절 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 - 선관책진 중


현대에는 모든 인연이 때가 있다는 뜻으로 통하며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인연의 시작과 끝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뜻도 내포한다.



운명처럼 만난 사람, 애정이 많았던 단골 카페, 추억에만 남은 얼굴, 스쳐 지나가는 거리…


사람도, 재물도, 무엇하나 영원한 것은 없고 다 유효기간이 있다.

과거를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말고, 미래를 지나치게 열망하지 않고 지금 나에게 맞닿아 있는 현재를 있는 힘껏 즐겨야 한다.



이번 달 초에 동기 한 명이 결혼을 했다.

대학교 동기 단톡방에 올라온 청첩장을 보며 별로 친하지 않았고, 지금도 안 친하고, 앞으로도 따로 볼 일 없을 거야, 라는 마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많은 동기들을 만나는 자리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서울에서 뭐 하고 있어?’라는 말에 명쾌하게 대답할 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만난 학과 선배가 동기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결혼 소식을 알게 되어 따로 연락을 하였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엠티도 같이 가고 밥도 먹었던 추억이 있으니 연락해서 축하해줬어~ 안 친해도~”


이 말이 하루 종일 맴돌아 곱씹다가 늦었지만 동기에게 축의금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동기의 경사를 축하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연락을 주고받으니 마음이 따뜻하게 충만해졌다.


시절 인연에게 바라는 것 없이 다정한 마음을 전달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심적 여유는 상황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영어 수업의 옆자리 메이트인 S가 다음 달도 수업을 신청했냐고 물었다.

이제 집에 내려가게 되어 수요일이 마지막 수업이라고 대답했다.


“왜~ 대화를 하다 보면 불편한 사람이 있고, 편한 사람이 있잖아~

자기는 참 편했는데.. 아쉽다~~”


딸과 비슷한 연배인 나의 의견을 항상 존중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던 S와의 이별이 나도 아쉬웠다.


시절 인연으로 남을 S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이 영어학원도 추억으로 남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예상보다 더 큰 깨달음과 배움을 얻어 갈 수 있어 행복했다.


또 새롭게 만날 인연들과 경험을 위해 지금의 시절 인연들과 좋은 이별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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