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복

한 달 동거 체험

by 글몽인

한 달이라는 기한이 남은 시점에 우리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애인의 집이자 내가 이어 살게 될 집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조그만 원룸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두 명이 살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원룸 크기지만, 두 명이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한 후 저녁 시간을 집에서 온전히 보냈고,

애인은 느지막이 일어나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경제활동을 한 후 주로 저녁엔 클라이밍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같이 살지만 둘이 붙어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룸메이트로서 최선의 조건에서 생활했다. 한 달 남았다고 해서 조급해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다. 그냥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동거는 생각보다 더 편리하고 즐거웠다. 우선, 약속을 잡을 필요가 없고 연락을 할 필요도 없어서 귀찮을 게 없었다. 데이트를 하기 위한 과정이 다 생략되니 시간, 에너지 절약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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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거'를 한다고 하면 매우 개방적인 사람이 되기 쉽지만, 막상 해보니 별 게 없었다. 굳이 따지만 더 친한 친구가 되는 느낌? 물론 애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연인끼리의 동거는 매우 흔한 일이다. 동거를 안 해보고 결혼을 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연인이라는 관계에서 여행 > 동거를 거쳐 서로의 생활방식을 이해한 후 결혼이라는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물론 일반화는 아니다)


우리는 이전에 자가격리를 함께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환상의 팀워크로 잘 지냈다. 특히, 인턴을 하는 나의 직장이 집과 매우 가까워 점심을 집에 와서 먹고 갔었는데 늦잠을 푹 잔 애인이 항상 점심을 하고 나를 기다렸고 나는 행복하게 얻어먹고 일터로 돌아갔다. 물론 퇴근을 한 후에는 내가 주로 저녁을 했다. 평일에 따로 청소할 시간이 없는 나를 대신에 애인이 청소를 하고 주말엔 내가 청소 및 빨래를 담당했다.

말로 정한 적은 없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알아서 척척 생활했다.


너무 행복만 했냐? 뭐 그런 건 아니었다. 마지막 한 달을 불태워 노느라 바쁜 애인에 삐진 적도 있었고 바지 주머니에 휴지를 넣고 빨래를 돌려 머리 뚜껑을 열리게 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의 다툼은 항상 하루 안에 다 끝이 났다. 스스로가 유치해 보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삐지고 싶을 때도 숨기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에게 애인은 항상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도록 만들었다. 나도 몰랐던 회피형 성격을 고쳐나가는 시간들이었다. 이 시간 동안 조금은 예민하고 감정적인 성향을 가진 애인 또한 나의 침착한 태도를 닮아갔다.


한 달 간의 동거 생활 중 평일은 나름 평화로웠고, 우리의 주말은 여행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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