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묘미(3)

완벽한 여행 메이트

by 글몽인

어릴 때,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때 엠티를 마지막으로 여수에 간 적은 없었다. 밤바다의 메카가 되어버린 여수였지만, 거리 상 부담이 있어 항상 부산 밤바다에 만족하느라 고려하지 않았다.

곧 떠나는 외국인 애인과 연애를 하면 귀찮아서, 멀어서 등등 다양한 핑계로 미루고 가지 않았던 곳곳을 다닐 수 있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외부 활동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덕분에 나도 더 다채로운 일상을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지내며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한국의 경치를 조금은 색다른 눈으로, 여행자 모드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늘 먹던 한국 음식이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움을 도전한다랄까? 예를 들면 오리탕이 유명한 식당에서 오리 훈제를 시키려고 했던 애인의 선택을 따르면 말이다. (물론 따르지 않아서 조금 후회했다)


여수는 이순신광장에서 밥을 먹고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누구나 하는 코스를 따랐지만, 역시나 우리의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바다 앞에 낭만포차가 있는지도 모르고 광장 쪽 식당에서 해물 삼합을 먹었고 (생선구이 킬러인 애인은 또 갈치구이를 원했지만, 이번에도 양보 없이 해물 삼합을 시켰다) 차 없는 뚜벅이들은 해상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케이블카인데 도대체 시작점을 찾을 수가 없어 희한하게 지도를 보는 애인을 뒤 따라갔다.


이거 맞아?라는 의문이 불쑥불쑥 올라올 정도로 어둡고 가파른 공원 산책길을 지나며 숨이 차고 땀이 났다. 불현듯 차가 쌩쌩 다니는 송정-기장 길을 걸어서 해궁 용궁사까지 가던 우리의 지난 뚜벅이 여행이 생각났다. 아무렴 도착은 하겠지라는 희망으로 꽤 긴 산책을 하고 무사히 케이블카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저 밑에 있는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잘 올라오시고 있었다. 헛웃음이 났지만 상기된 서로의 얼굴이 또 추억을 만들었으니 후회는 없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애인의 생쇼를 코 앞에서 직관하며 짧은 케이블카를 끝으로 숙소에서 곯아떨어지는 여수의 밤도 지났다. 10시에 제재가 있던 시기여서 여행 밤에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사실 우린 여행만 갔다 오면 미친 듯이 걸어서 적어도 10시에는 머리 붙이고 자는 스타일이라 별 문제는 없었다. 두 번째 날인 마지막 날에는 따로 어디를 가지 않고 점심으로 애인이 원했던 갈치구이를 맛있게 먹고 여수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영화 보고 음악을 들으며 놀다 돌아왔다.

애인과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잘 맞는 여행 메이트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이다.

설레는, 특별한, 값비싼, 등의 미사여구는 붙일 수 없는 여행들이지만, 자유롭고 편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을 늘 하는 것 같다.

꾸미는 거에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고, 내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맛집과 카페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는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여행은 어딘가 맞춰준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애인과는 가장 편안한 옷에 백팩 하나 매고 아무것도 찍어 바르지 않은 얼굴로 훌훌 떠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돌아오니 자연을 좋아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여행 메이트와의 작별 시간이 어느덧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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