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인간에게 표현이란
어느덧 장거리 연애를 한 지도 2달이 지났다. 곧 해가 바뀌게 되겠지? 같이 보내지 못하는 겨울을 각자의 나라에서 지내다 보면 다시 따뜻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이런 불안한 가정이 싫어 내가 먼저 그곳으로 갈 생각이다. 우선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움을 남기지 않게 지내볼 거다. 장거리라는 이유만으로 인연을 끝내기엔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 지금 나에게 약간의 위기가 왔다. 헤어지고 싶은 것도,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전혀 아니다. 그리워하면 더 그리워했지 흔들림 같은 건 없다. 대신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근 2주? 정도에 애인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행차 들린 파리에서 본 면접에 덜컥 합격을 하여 며칠 만에 프랑스 시골인 고향에서 짐을 싸 파리로 이사를 했다. 사촌 집에 거주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한 상태다. 파리에서 집 알아보랴, 새로운 일에 적응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put myself in his shoes를 하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이 그렇지 않다. 연락이 현저히 줄어든 현시점에 우리를 연결시켜줄 끈이 하나도 없다. 애써 '바쁘잖아, 바쁘니까 그래.' '원래 연락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잖아' 등의 이유를 대며 내 감정을 누르고 회피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2주 만에 영상통화 약속을 잡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을 하다 내가 무시해왔던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을 한 순간 두려워서 눈물이 났다.
정말 오랜만에 엉엉 소리 내서 울었다. 이건 그저 장거리 연애가 힘들어서, 보고 싶어서 드는 감정이 아니다.
"네가 바쁜 거 알아, 근데 요즘 네 삶에 내가 조금도 없는 것 같아"
"나를 생각하긴 해?"
"메시지 하나 남기는 게 힘들 만큼 정신없고 바빠?"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네가 하는 노력은 뭐야?"
이런 이야기를 뱉어내고 싶었다. 근데 하는 순간 상대가 지칠까 봐, 귀찮아할까 봐 두렵다. 어떤 관계에서든 "까 봐"라는 가정은 옳지 않다. 마음대로 판단하고 예상하는 건 금물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괜한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나의 감정을 다 표현하는 건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했다. 혼자서 이해하려 합리화하고 "나만 믿으면 돼" "내 감정을 상대에게 투영시키지 말자" 등의 억누름으로 무시하려 했지만 표현은 해야 한다.
나의 감정, 나의 생각 더 나아가 나의 공포, 두려움을 말해야 한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용기를 내야 한다. 솔직한 표현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깐.
지금 끝내고 싶지 않은 이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표현이 필요하다. 2시간 후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길 바라본다. 이미 다 울었으니깐 나중엔 안 울었으면 좋겠는데...
아니다.
또 울고 싶으면 울어야지. 참지 말자. 억누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