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이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by 글몽인

일요일 밤을 눈물로 보내고 하늘이 도왔는지 미리 연차를 신청해두었던 월요일 아침에 내 눈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어 있었다. 회사 대신 예약해둔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가는 도중에 스치는 모든 식당과 카페 그리고 거리들까지 추억들이 덮쳐 가슴이 뜨끈거렸다. 영화, 음악, 책에서 이별 후 인물이 신체적으로, 물리적으로 머리와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표현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가슴이 아렸다. 예고 없이 눈물이 차 올랐고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집에 돌아와 마음을 다잡고 벽에 붙어있는 우리의 사진을 떼었다. 잔뜩 빌려둔 프랑스와 관련된 책을 바로 반납하고 공허해진 마음에 무언가라도 채우기 위해 아무 책이나 빌려왔다. 누워서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보다가도 앨범에 들어가 우리의 추억에 기웃거렸다. 당장 내 눈앞에 나타나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실없는 농담을 해줄 것만 같았다.


불쑥, '그래 우리가 그렇게 맞는 사람은 아니었어. 달라서, 달라서 재밌었고 끌렸던 거야.'

또 불쑥, '3월에 프랑스 가서 한 번만 더 보고 올까? 그럼 미련이 없지 않을까?'

1분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고 머리가 아팠다. 내가 꿈꿔왔던 내년의 우리, 그리고 이상적인 생각을 자주 하는 나의 상상 속에 있던 우리의 미래 등이 뻥 터져 사라졌다.


다행히 한달음에 친구가 추억 속에 혼자 남겨진 나의 집으로 와주었고 그렇게 또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사랑'이 꼭 영원해야만이, 지속해야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짧더라도, 한 순간이라도 그 사랑으로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면, 소중한 한 페이지가 남겨졌다면, 그것이 사랑의 참 의미가 아닐까라 이야기했다. 새로운 감정,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 등을 깨달았다면 사랑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사실 우리의 관계는 길게 끌고 간다고 한들 더 나아짐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제일 좋은 기억만이 가득할 때, 서로의 인생에 서로만이 가득했던 추억이 있을 때, 마지막 장을 덮는 결말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2021년의 초여름 - 한여름 - 늦여름은 프랑스에서 온 한 아이와 재밌는 연애를 했다는 것으로 오래오래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상처되는 그 어떠한 말도 없이 실망과 비난 없이 '상황' 때문에 헤어짐을 택하는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언젠가 또다시 만나도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라는 관계가 될 것이다.



**문득 내가 한 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나? 사랑은 조금 더 깊고 절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의문이 갑자기 든다. 호감과 사랑 그 사이에 위치하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like를 대신할 명사가 없나?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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